곧게 올라온 삐에, 쉽게 깨지지 않으면서 쫀득한 꼬끄, 매끈한 껍질까지 마카롱의 성공조건은 아주 명확하다. 그렇기에 누구나 실패로 시작한다. 마카롱을 굽는다는 것은 실패의 시대에 스스로 발을 들여다 놓는 것과 같다.
그래도 모두가 곧 성공할 것이라 생각한다. 한두 번의 실패는 당연한 것이니 세 번째쯤에는 성공할 거라고 굳게 믿는다.
하지만 마카롱도 인생도 그리 쉽지 않다. 한두 번의 실패가 세 번, 네 번이 되고, 이내 세는 것을 포기한다. 인생의 실패의 시대도 그렇게 찾아온다.
사실 웬만한 일이라면 한 두 번의 실패는 견뎌낼 만하다. 이다음에는 성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의 연속 앞에서는 이 확신조차도 깊은 걱정 속으로 가라앉는다. 언제 끝날지 모르기에 영영 끝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걱정이 생각의 꼬리를 문다.
어쩌면 이 앞에 기다리는 것이 영원히 침전하는 나날일 수도 있겠다 싶다. 끝을 알 수 없는 공포 앞에서 확신을 가지는 것은 오히려 오만이라는 생각도 든다. 성공에 대한 기대는 접어두고 영원한 실패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한다.
간혹 성공이 눈앞까지 드리웠다 이내 사라지기도 한다. 곧게 올라온 삐에에 기뻐하기도 잠깐, 이내 얼룩덜룩한 꼬끄의 모습에 실망을 감출 길이 없다. 모습을 드러낸 성공에 기대한 만큼 실망으로 무너지는 것도 순식간이다. 분명 한 걸음만 더 가면 될 것 같은데, 그 한 걸음 앞에 또 다른 실패가 있을까 두렵다.
게다가 실패에도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깨닫고 만다. 그렇게 포기를 생각하게 된다. 분명 성공을 위한 투자라 생각했던 것이 그저 매몰비용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좌절한다. 그렇게 끝없이 가라앉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춰 서면 안 된다.
나아가야만 한다.
모두가 알고 있다. 여기에서 멈추면 실패의 끝을 영영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실패의 시대는 모두에게 있다. 너는 혼자가 아니다. 모든 실패에는 해결할 방법이 있다. 그런 식상한 조언에 작은 힘을 얻으며 다시금 도전한다.
거 참, 마카롱 하나 구우면서 이 무슨 거창한 개똥철학인가 싶다.
나의 실패의 시대는 유난히 반짝이는 봄에 찾아왔었다. 모든 것이 반짝이던 17년의 봄, 나 홀로 그 사이에서 가라앉고 있다는 사실이 버거웠다.
세상에 널린 것이 마카롱인데 왜 나 혼자 이 수많은 실패를 겪는 것일까. 이런 것도 못하면서 뭘 하겠다는 걸까 하는 자책도 있었다. 23년의 여름도, 17년의 봄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실패의 시대에 나 혼자 고립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실패의 마카롱을 보며 확신이라곤 없던 그 시절을 떠올리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지만 인생 실패의 시대도, 마카롱의 실패도 결국엔 끝을 맞이했다.
드디어 마카롱 속에 샌딩 할 버터크림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수많은 실패의 마지막에는 마카롱보다 달콤한 성공이 기다리고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실패와 실패, 그 사이에서 혼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패의 시대 속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모든 것을 먼저 겪은 선배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 따듯한 마음을 응원 삼아 도전하다 보면 결국 마지막 장에서는 성공의 시대에서 함께 만날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고자 노력하는 모두가 성공에 다다른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또 다른 성공을 향해 도전한다.
실패의 시대는 언제 다시 우리를 어두운 심해로 끌어당길지 모른다. 그래도 오늘의 성공의 기억은 우리에게 숨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덕분에 다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부디 그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