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해리스: 갈림길에 선 미국, 두 개의 길 사이에서(9부)
시작하면서
이민과 다양성은 오랫동안 미국의 소프트 파워의 핵심 요소로 작용해왔으며, 이를 통해 미국은 글로벌 영향력과 매력을 크게 증대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정치적 변화는 미국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이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을 촉발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민과 다양성이 어떻게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형성해왔는지 분석하고, 이러한 영향력이 정치적 입장의 변화 속에서도 지속될 수 있을지 평가하고자 합니다.
소프트 파워와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개념은 소프트 파워의 창시자인 조지프 나이(Joseph Nye)에 의해 처음 제시되었습니다. 소프트 파워는 한 국가가 타국을 매력이나 가치로 설득하는 힘을 뜻하며, 군사적 또는 경제적 압박을 통해 강제하는 것이 아닌 자발적인 동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입니다. 미국의 소프트 파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이민을 통해 형성된 문화적 다양성입니다. 이민자들의 존재는 미국의 문화적 매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으며, 이를 통해 기술, 문화, 학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이루어졌습니다.
미국은 오랜 시간 동안 기회의 땅이자 다문화가 공존하는 사회라는 이미지를 활용해 전 세계적으로 인재를 끌어들이고 국제적인 호감을 형성해왔습니다. 이러한 이미지는 경제 성장과 혁신을 촉진시키고, 문화적 역동성을 증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민자들과 그 후손들은 지속적으로 아이디어와 문화적 교류의 중심지로서 미국의 글로벌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기여해 왔습니다.
이민은 여러 측면에서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첫째, 경제 성장과 혁신 측면에서 이민자들은 특히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들을 세우거나 공동 설립한 사례가 많습니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대기업들은 이민자나 그들의 자녀들이 설립하였으며, 이는 미국이 세계적인 인재를 유치하고 그들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역량을 보여줍니다. 둘째, 문화적 영향력 측면에서 이민 예술가, 작가, 영화 제작자들은 세계적인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창조하며, 이를 통해 미국의 문화적 다양성, 포용성, 그리고 다문화 공존의 이미지를 전파해왔습니다. 셋째, 외교적 연결 측면에서 이민자 출신의 외교관과 정치인들은 국제적인 관점을 미국 정부에 도입함으로써 미국이 전 세계와 보다 원활하게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기여해왔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육적 교류 측면에서 학생 비자 프로그램과 같은 제도를 통해 미국은 많은 국가들과의 문화적, 학문적 교류를 증진시켰으며, 이는 미국과 다른 국가들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정치적 변화는 이러한 이민에 기반한 미국의 소프트 파워에 도전 과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첫째, 몇몇 최근의 행정부들은 보다 제한적인 이민 정책을 시행하였으며, 이는 미국이 개방적이고 환영받는 사회라는 이미지에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의 국제적 호감도가 떨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둘째, 글로벌 경쟁 측면에서 중국과 같은 국가들은 세계적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는 미국이 가진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셋째, 국내의 분열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민과 다양성에 대한 내부 논쟁은 때때로 분열된 국가의 이미지를 외부에 전달하게 되어,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해리스와 트럼프 캠프의 정책 방향성: 이민 이슈
해리스 행정부와 트럼프 진영의 이민 정책에 대한 상반된 접근 방식은 미국의 소프트 파워와 글로벌 영향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해리스 행정부는 보다 포용적이고 환영하는 이미지를 촉진하려는 반면, 트럼프 진영의 제한적인 정책들은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약화시켰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먼저, 해리스 행정부의 접근 방식은 이민에 대한 포용적인 태도를 채택하고, 시민권 획득 경로를 확대하며 다양성을 촉진하는 정책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미국이 오랫동안 '이민자의 나라'이자 '기회의 땅'이라는 역사적 이미지와 일치합니다.
해리스 행정부는 특히 장기 거주자들이 합법적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경로를 확장하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DACA(불법체류청소년 추방유예 프로그램)를 지원하고, 오랜 기간 동안 미국에 거주한 불법 이민자들에게 시민권 취득의 길을 열어주는 법안을 제안하는 것 등이 포함됩니다. 또한, 해리스 행정부는 다양성 비자 프로그램(Diversity Visa Program)을 유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이를 통해 미국의 문화적 다양성과 글로벌 매력을 높이고자 합니다. 이 외에도, 국제 학생 비자 제한 정책을 철회하여 미국의 글로벌 교육 허브로서의 명성을 되살리고자 하는 목표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들은 미국의 소프트 파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첫째, 이 정책들은 미국이 개방적이고 환영하는 사회라는 이미지를 강화합니다. 둘째, 글로벌 인재를 유치함으로써 혁신과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데 기여합니다. 셋째, 국제 협력과 문화 교류에 대한 헌신을 보여줌으로써 외교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포용적 정책들은 특히 동맹국들과의 신뢰를 회복하고, 미국이 국제적 무대에서 긍정적 이미지를 다시 쌓아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반면, 트럼프 진영은 이민 정책에 있어서 더욱 제한적인 접근 방식을 취했으며, 이는 국경 통제 강화와 전반적인 이민 감소를 중점으로 하였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경 장벽 건설과 엄격한 입국 정책을 통해 미국을 덜 환영하는 국가로 비추게 하였으며, 이는 미국의 소프트 파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일부 국가, 특히 무슬림 다수 국가 출신 사람들에 대한 여행 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미국의 종교적 관용과 개방성을 훼손했습니다. 난민 수용을 크게 줄인 것도 미국의 인도주의적 지도자 이미지에 손상을 입혔습니다.
이러한 제한적인 정책들은 미국의 소프트 파워에 여러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첫째, 미국이 이민자들에게 희망과 기회의 등불로 여겨졌던 명성이 약화되었습니다. 둘째, 이러한 정책들은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고 혁신을 촉진할 미국의 능력을 감소시켰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셋째, 특히 여행 금지 국가들과 이민 할당이 줄어든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에 긴장을 초래했으며, 이는 미국의 글로벌 외교적 영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해리스 행정부와 트럼프 진영의 상반된 접근 방식은 전 세계의 미국에 대한 인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해리스 행정부는 보다 포용적인 정책으로 돌아가면서 트럼프 시대 동안 잃어버린 국제적인 호감을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동맹국들과의 신뢰를 다시 쌓고, 국제 포럼에서 미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반면, 트럼프 진영의 유산은 미국을 더 민족주의적이고 고립주의적인 국가로 비추게 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소프트 파워가 약화되었으며, 미국이 국제적 교류와 협력에 덜 개방적인 국가로 비춰졌습니다. 다만, 트럼프 캠프에서 이민자를 배척하는 정책을 취하는 것은 한편으로 미국 유권자 중 상당수가 어려워진 경제상황 속에서 이민자 수용과 다양성 등 포용 정책에 대한 피로감을 나타내는 것을 반증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낙태권이 왜 이슈가 되었는가?
한편,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낙태권 문제는 중요한 이슈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은 낙태권을 연방 차원에서 복원하기 위해 상원의 필리버스터를 폐지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해리스는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의 보호를 되살리고, 모든 여성들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결정을 정부의 간섭 없이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러한 입장을 중심으로 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낙태권 보호가 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 문제에 대해 다소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자신의 대법관 임명으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힌 것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일부 주에서 시행 중인 엄격한 낙태 금지법에 대해서는 지나치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마다 자율적으로 낙태법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연방 차원의 일관된 낙태 금지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해리스 부통령은 낙태권의 연방 차원의 보호를 강조하는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정부의 자율적인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두 후보의 입장이 크게 대조되고 있습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이란?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은 1973년 미국 대법원이 임신 초기의 낙태를 헌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판결한 사건입니다. 이 판결은 미국 헌법 제14조의 사생활 보호 조항에 근거하여, 여성의 낙태할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임신의 단계에 따라 국가가 낙태를 제한할 수 있다는 조건을 두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임신 1분기 동안은 여성의 낙태 권리를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하며, 2분기부터는 제한적인 규제가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로 인해 미국 전역에서 낙태가 합법화되었고, 약 50년간 여성의 낙태 권리를 보장하는 중요한 법적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2022년 대법원은 도브스 대 잭슨 여성 건강기구(Dobbs v. Jackson Women's Health Organization) 재판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결정은 각 주가 낙태법을 독자적으로 제정할 수 있도록 하여 낙태에 대한 연방 차원의 보호를 철회한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트럼프는 자신의 임기 중에 보수 성향의 대법관인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그리고 에이미 코니 배럿을 임명하면서 대법원의 보수적 판결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에이미 코니 배럿의 임명으로 보수적인 판결이 가능한 다수를 확보하게 되어(9명의 미국 대법관 중 현재 6명이 보수 성향이며, 이중 3명을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임명하였습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이민과 다양성 정책의 미래는 향후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소프트 파워와 글로벌 영향력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포용적인 정책과 제한적인 정책 모두 미국의 소프트 파워 유지를 위해 각각 독특한 기회와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먼저, 포용적인 이민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경우, 몇 가지 긍정적인 장기적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선,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을 개방적이고 환영하는 국가로 인식하게 만들어, 전 세계의 우수한 인재들이 미국으로 이주해 혁신과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한, 다양한 디아스포라(이민자 공동체)를 통해 미국은 이들 공동체가 속한 출신 국가들과의 문화 외교를 강화하고, 인적 교류를 통해 사람과 사람 간의 유대감을 증대시킬 수 있습니다.
반면, 제한적인 이민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미국은 폐쇄적이고 고립주의적인 국가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우수한 기술 인력과 학생들의 유입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이민을 주도하는 국가들과의 문화적, 경제적 유대감을 약화시키고, 미국이 더 이상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다양성 축소의 위험은 혁신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많은 선도적인 미국 기업들이 이민자들에 의해 설립되거나 그들의 자녀에 의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이민자 유입이 감소하면 이러한 혁신을 이어가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또한, 문화적 역동성과 예술, 미디어, 학문 분야에서의 글로벌 관점이 줄어들며, 미국은 '두뇌 순환'이 약화되어 세계 각국과의 교류가 축소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의 동맹국들과 해외 파트너들로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초래할 수 있으며, 미국의 국제적 위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러나 보다 개방적인 정책들은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자유와 포용이라는 미국의 이상을 실천함으로써, 미국은 이민자 공동체를 고국과의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가교로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AI(인공지능)나 바이오테크놀로지와 같은 경쟁적인 분야에서 전 세계 최고의 인재를 유치하는 데 있어 이러한 정책은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정책들은 미국을 다양성과 관용의 상징으로 다시 한 번 자리매김하게 하여 미국의 글로벌 이미지를 활기차고 역동적인 사회로 재활성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미국이 이민 정책을 둘러싼 논쟁을 벌이는 동안, 다른 나라들은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해 자신들을 더 매력적인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이민 목표를 확대하고 숙련 노동자 비자를 간소화했으며, 독일은 비EU 노동자들에게 더 유연한 규제를 적용하여 부족 직종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등 다른 글로벌 허브들은 창업가 및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제공함으로써 전 세계 인재를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만약 미국이 제한적인 이민 정책을 유지한다면, 이러한 국가들이 국제 학생, 숙련된 전문가, 창업가들에게 더 매력적인 목적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점진적으로 미국이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글로벌 인재 유치 우위를 잠식할 수 있습니다.
이민과 다양성은 미국 소프트 파워의 핵심 요소로서 국가의 역동성, 혁신, 글로벌 매력에 기여해 왔습니다. 비
록 제한적인 정책이 국내 문제 일부를 해결할 수 있지만, 이러한 정책은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미국이 소프트 파워의 이점을 유지하려면, 이민자에 대한 개방성을 유지하고 다양성을 기념하면서도, 동시에 대중의 우려를 해결하는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고 이민자들을 성공적으로 통합하며, 디아스포라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정책들은 미국이 영향력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서도 그 우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미국이 향후 몇 년 동안 이민 정책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미국의 글로벌 위상과 소프트 파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미국이 이민자의 나라로서의 이상을 지키고, 전 세계에서 온 인재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한, 미국은 세계 무대에서 독보적인 이점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특정 후보를 홍보하는 글이 아닙니다. 미국의 현재를 짚어보고, 미국과 세계각지의 이슈들을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 후보들을 통해 짚어보면서, 한국에서도 이런 상황들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논의하는 공론장이 형성되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