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하고 싶은 대기업 계약직 소속으로 일하고 있는 감독이자 주인공인 김예랑 주임. 1년 10개월 간 일하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기록한다.
불과 4년 전 그녀는 '여성' 계약직(남성 계약직은 자율복장)이라는 이유로 유니폼(남성 계약직은 자율복장)을 입어야 했다. 회사 내 각종 설거지와 잡일은 계약직 직원의 몫이다. 태블릿 PC는 오로지 정규직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다. 회사 자산으로 퇴사 시 반납하는 조건하에 주어지는 것인데, 계약직 직원들은 잦은 교체가 되기 때문이라는 명분이다.
같은 계약직 신분인 청소노동자들은 승객용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화물용 엘리베이터로 이동하길 권유받는다. 화물이 없을지라도. 홈페이지에 공표되는 회사 조직도에 각 정규직 담당자는 직급으로 구분지만, 계약직은 직급이 아니라 기간제근로자로 표시된다.
입는 옷과 내가 맡은 직책이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모두 차별된다. 어서 정규직으로 채용되기를 바라며 채용시험에 임하지만 결과는 불합격. 그녀는 시험에서 떨어지고 어느 날 회사 앞에 놓인 사과나무에 빨갛게 익은 가장 큰 사과를 따서 먹고 회사를 떠난다.
영화가 촬영되던 2020년 코로나 시기, 공공기관 계약직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육아휴직자 공석 대체 인력 자리였다.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조직도와 담당자 안내에는 내 이름 옆에 직급 대신 '대체인력'이라고 표기되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 당시 해당 직무 프리랜서 경력이 6년 이상임에도, 직장 4대 보험 납부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직급은 5급 상당의 사원급으로 부여받았다. 그나마 사회초년생 때 5개월 간 다닌 HR회사의 인턴경력과 컨설팅회사의 1년 6개월간의 정규직 경력이 인정되어 2호봉이 올라갈 수 있었다.
프리랜서 경력이 '0'년으로 책정되었음에도 프리랜서 경력을 활용하는 고난도의 직무에 배치되었다.
그래도 나에겐 이 억울함을 이해하고 경력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상사가 있었다. 연도별 소득금액증명과 프리랜서로 근무했던 시기에 업무 상 지시가 있었음을 파악하는 각종 서류를 모아 제출했다.
결과는 '경력인정 불가'였다. 이후 상사에게 문자가 왔다. 해결해 주지 못하면서 부추긴 것 같아 미안하다는 이야기였다.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이 아닌 실제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해 회사 대신 사과해 주는 상사 있었다는 건 행운이었지만, 내심 내 경력을 인정도 안 해주면서 경력을 발휘해야 하는 이곳에 더 있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회사는 퇴직금도 주기 싫어 10개월을 계약한 마당에 1년도 안 되는 이 기간을 꽉 채울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담당했던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고 나서 계약기간 1달 정도를 남기고 이른 퇴사를 했다.
나는 대부분 프로젝트 계약마다 계약서를 작성하며 일을 하던 프리랜서라 계약직이라는 구분에 콤플렉스가 있진 않았다. 반복적으로 발생되는 직무는 안정적인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규 직원으로 채용하고, 계약직은 반복되지 않는 비일상적 직무이거나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일시적 공석 발생에 따라 기간을 둘 수밖에 없는 계약관계일 뿐이라 생각했다.그리고 내가 있던 곳은 옷의 구분도, 선물의 구분도 없었기에 특별하게 계약직 직원에 대한 차별을 느낄 수 없었기에 계약직 직원이라서 발생되는 특수한 상황들을 인식하지 못했다.
영화를 보면서 내 상황은 어쩌면 공공기관이어서 특수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에는 각종 질문들이 떠올랐다.
여성계약직 직원만 왜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가?
회사의 잡무는 왜 계약직 직원의 몫이 되었을까? 업무분장에 설거지하기가 과연 적혀있는 것인가?잦은 계약종료를 이유로 퇴사 시 반납해야 된다는 태블릿 PC를 계약직 직원에게 주지 않는 것은 정당한가? 청소노동자는 화물용 엘리베이터 이용을 권고받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 계약직 직원은 직급이 아니라 계약관계로 공표되는 것은 왜일까?
내가 아니라는 이유로 간과했던 차별들은 없는지, 그 차별을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 차별당하지 않을'정규직' 같은 것으로만 해결 했던 것은 아닌 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