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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디 Jul 09. 2019

망설이면 품절

- 빠리에서 놓친 것들

여행을 갈 때 목적을 가지고 가는 경우도 있고, 그저 발 닿는 대로 가자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주로 큰 계획이나 예매가 필요한 것들은 미리 예약하고 가는 편이다. 보통 미술관, 박물관, 공연 같은 것들이 그럴 것이다.

빠리에서도 다들 많이 준비해 가는 뮤지엄 패스 및 바토무슈 티켓을 예약하고 갔다. 하고 싶은 것들 중 몇 가지가 그것인 셈이었다.


문화의 도시라 불리는 빠리에서 꼭 보고 싶었던 것이 박물관, 노트르담 성당 (지금은 불에 조금 타 버렸지만)의 꼭대기 올라가기, 그리고 바토무슈를 탄 채 와인 마시기였다.

예전의 나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이라는 마음으로 여행을 했다.

그러니 빡빡한 계획서만큼이나 해야 할 것도 많았을 테지.


그랬기에 더더욱 뭔가 놓친 것이 많았다. 일행과 함께 타기로 한 바토무슈가 대표적이다.


이 날은 나에게는 꽤 많은 날들이 남았고, 일행은 마지막 날이었다. 나보다 먼저 도착했기에 먼저 떠나는 것이다. 그리고 두 장의 바토무슈 티켓이 우리에겐 이미 구입되어 있었다. 인터넷 블로그로 시간을 확인하고 배에서 마실 와인을 사고 나니 어랏, 시간이 꽤 촉박한 거다.


"안 되겠다, 뛰자!"


그때부터 바토무슈 선착장까지 달리고 또 달렸다. 분명 블로그에서는 마지막 한 타임의 시간이 있었기에 달리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숨을 헐떡이며 나타난 우리 앞에 어두컴컴한 선착장.


"으응? 뭐지?"


불길한 예감은 틀릴 리가 없다.


 "CLOSED"


굳게 닫힌 선착장과 꺼진 불빛이 말해준다. 이미 오늘은 장사 접었노라고.

저 멀리 움직이는 바토무슈는 이미 떠난 지 오래라고 하는 것 같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 무엇보다도 나는 내일이 있지만 일행은 떠나는 날이 아닌가. 오늘 꼭 왔어야 했는데, 아니, 그전에 미리 빠리에 도착하자마자 탔어야 했는데, 시간이 그렇게 많았는데 왜왜

어째서 마지막 날, 그것도 마지막 타임으로 안일하게 생각한 걸까.

거기다가 한국 블로그에 적힌 그 시간대는 맞지도 않았다. 미리 현장에서 한 번 더 체크를 했어야 했는데 우린 그냥 믿어버린 것이다. 아무리 최근에 글을 업로드했다고 해서 이것이 최신의 정보라고 믿으면 안 되는 것인데 말이다.


이토록 무지한 자여.


일행이 나를 위해 기다렸던 일정이었기에 너무나 미안해 어쩔 줄을 몰랐다. 일행도 어지간히 속이 상했는지 옆에서 계속 저기압 상태였고 말이다. 어쩌겠느냐- 이게 또 여행의 묘미 아니냐며 씁쓸하게 위로를 해보았지만 너무나 미안하고 속상한 상황이다.


결국 우리는 멀리 둥둥 떠 있는 다른 바토무슈들을 보며 슈퍼서 사온 와인을 깠다. 이렇게라도 마셔야지 뭐.

이번 여행에서는 놓친 게 참 많구나.


바토무슈 위에서 먹으려고 사 온 와인
바토무슈 선착장에서 바라본 에펠탑


이 빠리여행에서 배운 것이 하나 있다. 인생만 타이밍이 아니라, 여행도 타이밍이구나

그 어떤 일정도 다 채울수는 없구나. 조금씩 비워서 오자. 그래야 정말 하고싶었던 것을 놓치지 않을 수 있겠구나.


그리고 또 한가지


이렇게 다시 올 명분이 생겼구나.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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