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의 특징인지, 업계의 특징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주위에 사내 커플도 많고 사내 부부도 많습니다.
사내커플 장려까진 아니더라도 다들 좋게 보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이 조합의 커플이 탄생하는데요.
저의 경우는 개발자와 개발자끼리 꽤 오랫동안 만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래 만날 줄은 몰랐는데)
게다가 둘 다 서버 개발자입니다.
(물론 소속은 다르고요. 근무 위치도 다릅니다.)
원래 다툼의 원인은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데요. 저흰 소통이 잘 되는 편입니다. 또, 업이 같다 보니 업무시간에도 대화를 많이 합니다. 다만 그게 달달한 내용은 아니고요. 서로 일 얘기를 많이 합니다.
여친네 팀에서 새로운 spring boot 프로젝트를 띄웠던 적이 있는데요. 그때 request, response 객체와 domain model 객체를 어떻게 설계할 건지에 대한 서로의 의견 공유입니다. 이것 말고도 수많은 개발 관련 대화가 오갑니다.
둘 다 서버 개발자이지만 서로 해온 영역이 비슷하면서도 약간 달라서 한 사람만이 아닌 서로에게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됩니다.
가끔 이런 드립도..
개발 관련 얘기 말고도 업계 전반적인 것에 대한 대화도 잘 통해서 좋습니다.
남 : 그 xxxx 써봤어? 거긴 어떻게 돈을 버는 걸까? 수익모델도 명확하지 않아 보이는데..
여 : 그러게 제 살 깎는 마케팅으로 연명하는듯한데 앞으로 서비스 퀄리티 보장이 될까?
남 : 그러게 말이야. 잡코리아 같은 곳 보면 개발자들 평도 안 좋더라고. 시니어들이 없어서 주니어들이 주먹구구식으로 개발한 대네.
여 : 맞아 나도 들었어.
위의 예시의 연장선인데요. 일단
일할 때 열 받는 포인트가 비슷합니다.
아래와 같은 상황이 주어졌다고 가정합시다.
여친 : 아놔. 기획서에 일단위로 데이터 뿌려주기로 해놓고선 QA다 끝났는데 초단위로 바꿔달래 ㅡㅡ
이때 비 IT인, 기획자, 디자이너의 상황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남친 : (뭔지 모름) 어.. 그렇구나.. 힘들겠다 ㅠ 요즘 고생이 많지? ㅠ
여친 : 응.. 근데 머.. 다시 얘기해봐야지.. 일정 조정을 하던지.. 신경 쓰지 마
남친 : (신경 쓰임)
여친이 뭔가 어려워하지만 딱히 뭐라고 위로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겠습니다.
아마 둘 다 답답한 상황일 겁니다.
남친 : 어.. 힘들겠다.. 스펙이 갑자기 그렇게 되면.. 근데 초단위로 보는 게 더 실시간성이 있어서 좋지 않을까?
여친 : 그렇긴 해. 근데 그럴 거면 처음부터 기획을 그렇게 했어야지. 데이터를 일단위로 쌓게 개발 다 해놨는데 이제 와서.
남친 : 원래 기획이란 건 조금씩 수정되기도 하는 거니까.. 그게 유저한테 더 좋은 거면 수정을 해야지. 근데 그 변경이 어려운 거야?
여친 : (슬슬 열 받기 시작) 아니 이게 하루 만에 개발이 되는 것도 아니고 데이터가 수백만 건인데 그걸 다시 설계해야 한다니까.
남친 : (같이 열 받기 시작) 그건 개발자가 개발할 때 더 좋은 방향에 대해서 의견을 미리 줬어야지.
여친 : (ㅅㅂ)
(실제로 이런 남친은 없다고 생각됩니다만 굳이 가정을 하면 그렇다는 겁니다 ^^)
남친 : 어.. 힘들겠다.. 근데 초단위일 때가 디자인적으론 더 역동적이어서 좋아 보이긴 하네.
여친 : 그렇지만 개발 입장에선 쉽게 바꿀 수 있는 구조가 아냐. 어떤 사이드 이펙트가 발생할지도 모르고.
남친 : 근데 디자이너 입장도 이해가 되네. 이 스펙은 실시간성이 없으면 의미가 없어. 걍 안 하는 게 낫지..
여친 : (슬슬 열 받기 시작) 그럼 첨부터 기획을 그렇게 하던지 디자이너도 중간 의견을 줬어야지. 얘넨 일을 안 하나?
남친 : (같이 열 받기 시작) 왜 갑자기 디자이너한테 책임 전가해? 개발 쪽에서도 중간 의견을 줄 수 있는 거잖아.
여친 : (ㅅㅂ)
(역시 실제로 이런 남친은 없다고 생각됩니다만 굳이 가정을 하면 그렇다는 겁니다 ^^)
나 : 뭐? 그게 말이 돼? 그럼 배치 주기도 일단위일 거고 데이터에 시간 기준도 일단위 까지만 하고 절사 처리한 거 아냐? 그리고 배치에서 이미 일단위로 aggregation 해버려서 시간 단위부턴 전부 데이터를 복구할 수가 없잖아. 게다가 QA까지 끝났는데 그걸 지금 수정하라고? 배치 초단위로 수정하다가 무슨 일이 어떻게 생길 줄 알고. 그 팀은 데이터가 1000~2000건도 아니고 수백만 건이잖아. 와 그런 기획자랑 같이 일하는 너도 진짜 답답하겠다. 올해 평가 때 업무능력, 일정관리, 커뮤니케이션 능력 항목 전부 0점 줘버려. 그런 사람이랑 이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너도 불쌍하고 나도 불쌍하고 전 사원이 불쌍하고 나아가서 국가가 불쌍하다.
여친 : (그 정도까진 아닌데...)
과장이 되긴 했지만 이거랑 비슷하긴 합니다.
외부 소식에서 느끼는 감정도 비슷합니다.
아래와 같은 기사를 봤다고 생각해봅시다.
https://news.v.daum.net/v/20190401050300330
이걸 보고 비개발자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실지 모르겠으나 서버 개발자의 생각은 대부분 동일합니다.
남 : 저거 실제로 추진되면... 기존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어떡하냐 이거..
여 : 나야 뭐 그렇다 쳐도 오빠는 커머스니까 큰일 아냐?
남 : 응 큰일이지.. 근데 나보다도 정산 쪽은..
개발자라 그런 건지 개인적인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멀리 돌아다면서 데이트하는 걸 싫어합니다.
그래서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게 대부분의 데이트 패턴이며 그거에 딱히 불만도 없습니다.
카페에 앉아서 각자 필요한 공부를 하거나 코딩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 게 일상입니다.
남 : 벚꽃이나 보러 갈까?
여 : 매년 피는 꽃인데 굳이 안 봐도 되지 않을까?
남 : (납득)
그 외에도 생각이 비슷합니다. 아래는 게임에 대한 서로의 생각입니다.
여 : 난 왜 남친/남편들한테 게임을 못하게 하는지 이해가 안 돼. 게임만큼 돈 안나 가고 건전한 취미가 어딨어?
남 : 맞지. 집 나가면 술이나 마시겠지. 식음을 전폐하는 거 아니면 게임만큼 건전한 게 없어.
여 : (납득)
남 : (납득)
여담이지만, 실제로 제가 게임을 하고 있으면 뒤에서 youtube로 공략을 봐줍니다.
슈퍼마리오 오디세이 파워문을 그렇게 다 모았습니다. https://cfdf.tistory.com/17
사실 케바케이긴 합니다. 제 주위에도 개발자 커플이 종종 보이는데요.
얘길 들어보면 코드 리뷰하다가 멱살 잡고 싸울 뻔했다는 적도 있다고 하고,
서로 자기주장이 맞다고 하다가 그냥 집으로 간다는 얘기도 있고, 등등
하지만 저는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