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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뚜 Apr 30. 2019

개발자끼리 연애하면 좋나요?

이 회사의 특징인지, 업계의 특징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주위에 사내 커플도 많고 사내 부부도 많습니다.

사내커플 장려까진 아니더라도 다들 좋게 보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이 조합의 커플이 탄생하는데요.
저의 경우는 개발자와 개발자끼리 꽤 오랫동안 만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래 만날 줄은 몰랐는데)
게다가 둘 다 서버 개발자입니다.
(물론 소속은 다르고요. 근무 위치도 다릅니다.)




장점 1. 생산적인 대화가 많다.


원래 다툼의 원인은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데요. 저흰 소통이 잘 되는 편입니다. 또, 업이 같다 보니 업무시간에도 대화를 많이 합니다. 다만 그게 달달한 내용은 아니고요. 서로 일 얘기를 많이 합니다.

API 모델 설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 중

여친네 팀에서 새로운 spring boot 프로젝트를 띄웠던 적이 있는데요. 그때 request, response 객체와 domain model 객체를 어떻게 설계할 건지에 대한 서로의 의견 공유입니다. 이것 말고도 수많은 개발 관련 대화가 오갑니다.
둘 다 서버 개발자이지만 서로 해온 영역이 비슷하면서도 약간 달라서 한 사람만이 아닌 서로에게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됩니다.

개발자용 드립

가끔 이런 드립도..


개발 관련 얘기 말고도 업계 전반적인 것에 대한 대화도 잘 통해서 좋습니다.

남 : 그 xxxx 써봤어? 거긴 어떻게 돈을 버는 걸까? 수익모델도 명확하지 않아 보이는데..

여 : 그러게 제 살 깎는 마케팅으로 연명하는듯한데 앞으로 서비스 퀄리티 보장이 될까?

남 : 그러게 말이야. 잡코리아 같은 곳 보면 개발자들 평도 안 좋더라고. 시니어들이 없어서 주니어들이 주먹구구식으로 개발한 대네.

여 : 맞아 나도 들었어.   




장점 2. 공감 가는 것들이 많다.


위의 예시의 연장선인데요. 일단
일할 때 열 받는 포인트가 비슷합니다.
아래와 같은 상황이 주어졌다고 가정합시다.

여친 : 아놔. 기획서에 일단위로 데이터 뿌려주기로 해놓고선 QA다 끝났는데 초단위로 바꿔달래 ㅡㅡ

이때 비 IT인, 기획자, 디자이너의 상황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비 IT인 남친

남친 : (뭔지 모름) 어.. 그렇구나.. 힘들겠다 ㅠ 요즘 고생이 많지? ㅠ

여친 : 응.. 근데 머.. 다시 얘기해봐야지.. 일정 조정을 하던지.. 신경 쓰지 마

남친 : (신경 쓰임)

여친이 뭔가 어려워하지만 딱히 뭐라고 위로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겠습니다.
아마 둘 다 답답한 상황일 겁니다.


기획자 남친

남친 : 어.. 힘들겠다.. 스펙이 갑자기 그렇게 되면.. 근데 초단위로 보는 게 더 실시간성이 있어서 좋지 않을까?

여친 : 그렇긴 해. 근데 그럴 거면 처음부터 기획을 그렇게 했어야지. 데이터를 일단위로 쌓게 개발 다 해놨는데 이제 와서.

남친 : 원래 기획이란 건 조금씩 수정되기도 하는 거니까.. 그게 유저한테 더 좋은 거면 수정을 해야지. 근데 그 변경이 어려운 거야?

여친 : (슬슬 열 받기 시작) 아니 이게 하루 만에 개발이 되는 것도 아니고 데이터가 수백만 건인데 그걸 다시 설계해야 한다니까.

남친 : (같이 열 받기 시작) 그건 개발자가 개발할 때 더 좋은 방향에 대해서 의견을 미리 줬어야지.

여친 : (ㅅㅂ)

(실제로 이런 남친은 없다고 생각됩니다만 굳이 가정을 하면 그렇다는 겁니다 ^^)


디자이너 남친

남친 : 어.. 힘들겠다.. 근데 초단위일 때가 디자인적으론 더 역동적이어서 좋아 보이긴 하네.

여친 : 그렇지만 개발 입장에선 쉽게 바꿀 수 있는 구조가 아냐. 어떤 사이드 이펙트가 발생할지도 모르고.

남친 : 근데 디자이너 입장도 이해가 되네. 이 스펙은 실시간성이 없으면 의미가 없어. 걍 안 하는 게 낫지..

여친 : (슬슬 열 받기 시작) 그럼 첨부터 기획을 그렇게 하던지 디자이너도 중간 의견을 줬어야지. 얘넨 일을 안 하나?

남친 : (같이 열 받기 시작) 왜 갑자기 디자이너한테 책임 전가해? 개발 쪽에서도 중간 의견을 줄 수 있는 거잖아.

여친 : (ㅅㅂ)

(역시 실제로 이런 남친은 없다고 생각됩니다만 굳이 가정을 하면 그렇다는 겁니다 ^^)


하지만 저의 경우

나 : 뭐? 그게 말이 돼? 그럼 배치 주기도 일단위일 거고 데이터에 시간 기준도 일단위 까지만 하고 절사 처리한 거 아냐? 그리고 배치에서 이미 일단위로 aggregation 해버려서 시간 단위부턴 전부 데이터를 복구할 수가 없잖아. 게다가 QA까지 끝났는데 그걸 지금 수정하라고? 배치 초단위로 수정하다가 무슨 일이 어떻게 생길 줄 알고. 그 팀은 데이터가 1000~2000건도 아니고 수백만 건이잖아. 와 그런 기획자랑 같이 일하는 너도 진짜 답답하겠다. 올해 평가 때 업무능력, 일정관리, 커뮤니케이션 능력 항목 전부 0점 줘버려. 그런 사람이랑 이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너도 불쌍하고 나도 불쌍하고 전 사원이 불쌍하고 나아가서 국가가 불쌍하다.

여친 : (그 정도까진 아닌데...)

과장이 되긴 했지만 이거랑 비슷하긴 합니다.


외부 소식에서 느끼는 감정도 비슷합니다.
아래와 같은 기사를 봤다고 생각해봅시다.
https://news.v.daum.net/v/20190401050300330

이걸 보고 비개발자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실지 모르겠으나 서버 개발자의 생각은 대부분 동일합니다.

남 : 저거 실제로 추진되면... 기존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어떡하냐 이거..

여 : 나야 뭐 그렇다 쳐도 오빠는 커머스니까 큰일 아냐?

남 : 응 큰일이지.. 근데 나보다도 정산 쪽은..




장점 3. 성향이 비슷하다.


개발자라 그런 건지 개인적인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멀리 돌아다면서 데이트하는 걸 싫어합니다.
그래서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게 대부분의 데이트 패턴이며 그거에 딱히 불만도 없습니다.
카페에 앉아서 각자 필요한 공부를 하거나 코딩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 게 일상입니다.

남 : 벚꽃이나 보러 갈까?

여 : 매년 피는 꽃인데 굳이 안 봐도 되지 않을까?

남 : (납득)

그 외에도 생각이 비슷합니다. 아래는 게임에 대한 서로의 생각입니다.

여 : 난 왜 남친/남편들한테 게임을 못하게 하는지 이해가 안 돼. 게임만큼 돈 안나 가고 건전한 취미가 어딨어?

남 : 맞지. 집 나가면 술이나 마시겠지. 식음을 전폐하는 거 아니면 게임만큼 건전한 게 없어.

여 : (납득)
남 : (납득)

여담이지만, 실제로 제가 게임을 하고 있으면 뒤에서 youtube로 공략을 봐줍니다.
슈퍼마리오 오디세이 파워문을 그렇게 다 모았습니다. https://cfdf.tistory.com/17




마치며


사실 케바케이긴 합니다. 제 주위에도 개발자 커플이 종종 보이는데요.
얘길 들어보면 코드 리뷰하다가 멱살 잡고 싸울 뻔했다는 적도 있다고 하고,
서로 자기주장이 맞다고 하다가 그냥 집으로 간다는 얘기도 있고, 등등

하지만 저는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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