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보를 받아들일 때 혹은 머리 속 정보를 끄집어 낼 때의 관점에서
머리가 좋다는 것에 대해서 오랫동안 늘 궁금해왔다. 뇌과학도 인지심리학도 교육학을 공부한 사람도 아닌... 그냥 살아가는 직장인인 일반인으로서의 생각이지만, 한 번 생각을 정리보자.
최근 이런 생각을 정리하게 된 계기는 입시를 준비하는 고3 학생 두 명을 가르치면서다. "쌤, 머리가 좋다는 게 뭐예요?" 혹은 "쌤, 공부를 잘 한다는 게 뭐예요?" 질문을 비슷한 시기에 각각 받았다.
그리고 잠시 약 20년 전 중고등학생 때의 나로 돌아가보자. 결론부터 말해 나는 투입(Input)대비 결과(Output)가 좋다고들 했다. 공부를 안하는데 성적이 왜 잘 나오느냐 했다. 처음엔 내가 머리가 좋은 거라고 생각해 꽤나 뿌듯했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공부를 안할 뿐만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경우가 많았다. 최소한 나는 쓸데없는 생각이 많았고, 쓸데없는 호기심이 많았다. 그 때부터 내가 머리가 좋은 건가? 그럼 머리가 좋은 것이 뭔가? 늘 고민해왔다.
다시 돌아와서 나는 학생들에 한 가지의 관점을 소개했다. "음... 내 생각엔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아. 선천적인 부분과 후천적인 부분."
여기서 선천적인 부분은 존재하지 않는 어떤 개념을 정의하고, 그 정의를 바탕으로 또 새로운 정의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다. 수학과 과학이 주로 이런 짓(?)을 한다. 우리가 감각으로 느낄 수 없는 추상적인 개념이 어떠하다는 명제를... 참으로 전제해두고, 그게 참이라면 그 다음 명제는 어떠하다는 식으로 생각을 이어가는 것이다. 이 말이 좀 어렵다면, 수학을 배울 때 나오는 1,2,3,3,4,5... 정수 말고 i나 루트와 같은 감각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개념들, 특히 cos, sin, tan와 같은 삼각함수가 나왔을 때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헤겔의 변증법을 설명하기 위한 테제, 안티테제, 신테제 이런 개념들을 생각해보자.
즉, 내가 생각하는 선천적인 머리 좋음은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는 개념이라도, 그게 어떤 공식이나 명제로 맞다고 치고, 그 상황에서 그 다음의 명제나 설명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다. 양자역학의 경우도 실질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개념을 바탕으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고 활용하고 있는 듯한데, 머리가 비범하지 않으면 그 앞 부분의 이해되지 않는 것이 계속 떠올라 다음으로 진행이 되지 않는다.
사실... 이 부분은 나도 설명을 하고 있지만 나도 어렵다. 하지만 분명 그런 류의 인간들이 머리가 좋고, 똑똑한 것은 맞다. 결국 형이상학에 대한 논의를 잘 할 수 있는 철학이나 수학, 물리학들이 난이도가 높은 학문인 이유인 것이다.
이 부분은 사실 그 두 학생의 관심사도 아니었다. 그들의 관심사는 후천적인 부분이었고, 나의 수업도 그 부분을 향상시키기 위한 이야길 이어졌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