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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링스 Nov 27. 2021

그래도 성장하고 있는 거라면...

화만 나는 회사생활의 하루하루를 지내보내며.

오늘도 나는 화가 났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새로운 방식으로 일 할 수 있을 거라 약속받고 온 새 회사에서 1년이 넘었지만 바뀌지 않는 문제들이 남아있다. 그러는 사이에 한 팀 동료는 이전 직장에서 일괄 연봉인상과 스톡옵션을 줬다는 얘기를 듣고 슬퍼하기도 했다.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숱한 어려움을 헤쳐나가다가도 결국 오너경영이라는 벽에 막혀 IT업계로 넘어온 나도, 이 곳에 숨겨져있던 오너경영에 좌절하기도 했다. 두달 전 새로온 직원조차도 미래를 걱정하기도 하는 문제들이다. 그래서인지 낮에는 무력감을 느꼈다. 한동안 팀원들끼리 잘 지내고자 열심히 농담도 하고 헛소리도 해가며 친해졌었는데, 결국 해지고 나니 서로 푸념을 하며 걱정을 같이 하고 있다보니 말이다. 과연 우리는 나아질 수 있을까? 조직의 문제를 우리는 해결할 수 있을까? 항상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계속해서 이직만이 답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야할까?


그렇게 무력해진 나는 업무를 빨리 마치고 저녁에 한숨을 잤다. 그리고 일어나 메시지가 와 있던 팀원들과 대화를 했다. 생각을 나누고 위로도 하고 또 문제를 각자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을 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실질적인 행동방안도 고민하고 계획도 세워본다. 동시에 각자 커리어에서 겪어 온 성공과 실패경험을 나누면서 서로를 알아가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오후에 짜증나니까 이제 입닫겠다고 했던 내 어린 다짐은, 밤이되니 다시 또 잘 해보자며 우리라도 더 고민하고 방법을 찾자며 파이팅을 얘기하고 있다. 


그러는 속에서 잠들기 전에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껏 열이 올라 뜨거워지고, 결국 문제를 해결해내는 그 결과만 중요한 것이 아닐 지 모르겠다는 생각. 이런 대화를 해 나가면서 각자가 좌절하지 않고 서로 의지하는 법을 배우면서 문제를 대하는 느리지만 폭 넓은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생각. 그리고 그것이 또 하나의 사회생활에 필요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 실패를 반복해도 또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만들어 한 번 서로 믿어보고, 나아지지 않아도 하루를 의미있게 마무리 하는 걸 경험해보는 것들. 이것도 내 커리어 이면의 사회적인 나의 성장이겠다 하는 생각. 


길지 않은 대화들이고 늘 해왔던 대화들이지만 이 시간이 지나고 새벽이 되고나니, 오늘은 한 껏 화가 났던 날이라 그런지 더 없이 고요하게 침착해져서 이직하고 처음으로 글도 써보게 된다. 문제해결이라는 신나는 과업만이 아니라 문제 앞에서 대응해 나가는 집단의 경험이 나라는 직장인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이라는 조금은 낭만적인 믿음을 가져볼만한 것 같다. 그래서 각자가 앞으로 닥칠 어려운 상황에서 더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어른스러워졌다는 말의 긍정적인 의미 중의 하나랄까. 울었다가도 결국 웃으면서, 화를 냈다가도 결국 차분하게 문제들을 바라볼 수 있는 날들이 계속되기를, 그리고 그 날들이 물방울이 되어 거대한 바위에 구멍을 내 깨부시기를 바란다. 단순한 위로의 하루가 아니라, 차분한 다짐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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