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
송길영 대표는 데이터 전문가다. 유튜브에서도 꽤나 자주 볼 수 있고, 최근에는 넷플릭스 예능 <먹보와 털보>에도 이동진 영화평론가와 같이 나와서 인상적인 의견을 주고 갔다. 그런 그의 최신 책 <그냥 하지 말라>를 회사동료 추천으로 읽었다.
결과적으로는 아쉬웠다. 그렇지만 남는 것은 있었다.
일단, 책은 처음에 송길영 대표 본인의 인생과 사고방식에 대해서 소개를 하며 시작한다. 어떻게 데이터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는지, 어떤 식으로 본인이 데이터와 관련해 비즈니스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데이터로 예측을 했던 사회현상이 맞아왔는지. 여기까지 읽다보면 살짝 소름이 돋기 시작한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 그리고 그 트렌드에 내가 잘 따라가고 있는지에 대한 불안 때문에.
그렇지만 생각보다 뒤로가면서 책은 전문가의 일하는 방식이나 그 과정을 소개하기 보다는, 그 과정을 겪어 온 사람으로서 결과를 공유하고 조언을 하는 일반적인 문과인의 책으로 마무리 된다.
내가 초반의 이야기를 읽고나서 기대했던 내용들은, 어디서 데이터를 수집해야겠다고 판단하는지와 어떻게 데이터를 수집해서 관리하고, 그 속에서 오류는 어떻게 또 검증할 것이며, 그것을 결과(자신들의 컨설팅 상품이나 서비스)로 내기까지 어떤 논의 과정을 거치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아쉽게도 그 부분은 없었고, 아마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을 것 같은 자신의 경험 중에 필요한 부부만 결과로 끄집어 내어 우리에게 공유해주었다. 여기서 더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미래를 예측하는 부분에서 그 경험을 설명하기보다는 지금 이 시대를 설명하는 것에 그 경험을 사용했다. 물론, 과거의 이야기를 하면서는 현재를 예측했었다는 부분이 있긴 하나 어쨌든 독자 기준의 미래는 없었다고 봐야한다. 물론, 미래예측은 미래학자가 아니고서는 파편적일 수 밖에 없고 위험하지만, 애초에 그럼 자기가 예전엔 미래를 맞췄다는 형태의 서론을 넣지 않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자신만의 시장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굉장히 일반론 중심으로 전개된다. 회사생활이나 세대에 대한 일반적인 트렌드를 설명하는데 그 관점에 어쨌든 데이터로 분석했다고는 하나 일반적인 담론에 그친다. 최근에 책도 유튜브도 재밌고 보고 있는 유현준 교수같은 경우는 현재의 이야기를 자신의 건축가로서의 관점으로 흥미롭게 풀어낸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아쉬웠다. 결국 데이터 분야의 전문가라는 분이 데이터에 대한 깊은 얘기를 빼버렸으니 어쩔수 없는 결과다.
마지막으로는 결론이다. 데이터를 통해 본 트렌드를 통해 말하는 어떤 지향점들을 짚어준 것은 좋은데, 그것이 주는 약간은 두려움이나 허무함, 혹은 피곤함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 무관심하다. 결국 책을 읽다보면 우리는 거짓없이 살아야 하고, 대충 살아서는 안되고 진정성 있게 살아야 하고, 괜찮은 사람이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고, 심지어는 평균이 되어버리면 AI에 먹힐 수도 있다. 그래서 그냥 편하게 살아가기에는 이 책을 읽다보면 부담이 된다. 근데 그런 우리에게 어떤 따뜻한 감성 자체가 없이, 잘 들었지? 하고 끝내버린다. 대충 하지 말라는 격언은 나같이 현실적이고 냉정한 사람에게는 꽤 괜찮은 말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확실성과 피곤함이 넘치는 현대인에게는 일종의 희망이나 위로도 필요한 법이다. 그런 면에서 아직은 대중에게 접근하는 부분이 차갑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직장인들에게 추천할 만한 것은 글이 쉽고 잘 읽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실질적인 예시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창인 직장인들에게는 뻔한 얘기 속에서도 매우 친밀한 예시들이나 표현들로서 가깝게 다가온다고 느낄 수 있다. 예를 들면, 온라인 상에서 쓰는 "국룰"이란 단어에 대해 문화현상을 설명하기도 하고, "판교부부"라는 시의적절한 키워드를 가지고 생각을 풀어내기도 한다. 그래서 책은 매우 설득력있고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문체도 짧고 쉬워서 책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읽기 좋다.
말을 잘 한다. 개념을 쉽게 정리하고, 포인트로 기억할 수 있는 표현력이 좋다. 그래서 기억해둘 만한 문구나 표현들이 많다. 하나씩 정리해보면,
"가치관의 액상화"라는 표현으로 지진 직전에 땅이 액체처럼 되는 액상화라는 말로 전통의 가치관이 흔들리는 것을 묘사했다. 그리고 그렇게 바뀌어 가는 가치관이 어떤 사회적 합의를 얻으려면, 공통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어야지 변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공통의 경험에서 어떤 가치관을 새롭게 제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쉬운 정보"라고 했고 그 쉬운 정보의 하나로 "Data Visualization"이라고 했는데 이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러면서 훌륭한 사람은 어려운 얘기를 쉽게 하는 사람, 나쁜 사람은 쉬운 얘기를 어렵게 하는 사람이라는 명언을 날린다.
그리고 나도 이전 다른 글에서 썼지만, 원래그래라고 말하는 사람이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했던 부분과 같은 맥락으로 "국룰"이라는 평균을 찾아다니는 사람이나 문화는 바로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살아남는 것은 결국 플랫폼 생산자나 그 속에서 살아남을 장인이라고 냉정하게 선언한다. 그 둘이 될 수 있는 것은 결국 직접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이고, 이 시대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온라인 데이터로 기록하는 것이라는 점은 우리가 꼭 기억할 만한 점이다. 물론, 그 기록은 대충 해서는 안되고 몰입한 "진정성"을 기반으로 해야한다는 점은 냉혹한 현실이지만 말이다.
아, 그리고 이 책은 어쨌든 요즘 세대에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 말은 꼰대로 불릴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침하는 말들이 다수 포하뫼어 있다. 그러므로 꼭 꼰대력이 있는 상사나 동료가 있다면, 데이터 접근이 흥미롭다며 책을 건네주는 것도 꽤 통쾌하 일일 것이다. 그런 꼰대들이 기억해야할 단어는 "현행화" 혹은 "재사회화"이다. 그들의 불투명했던 과거의 방식, 기록을 거부했던 방식은 이제 현행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믿었던 "농업적 근면성" 혹은 "생각없는 성실"은 가치관의 액상화 단계이미 사회적 합의로 이내 살아질 것임을 경고한다.
다시 한 번 정리하면 이 책은 데이터를 활용한 근거를 잘 활용은 하지만, 데이터로 어떻게 일하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는 얻기 쉽지 않다. 그렇지만 어쨌든 현 시대를 잘 설명해내고 기억하기 좋은 사례와 표현들로 마인드 캐칭을 해낸다. 다소 냉정하게 끝나버리지만, 충분히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책으로서는 읽을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