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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연 Jul 17. 2022

'니얼굴' 은혜씨 작가 스타탄생을 응원하는 이유

다운증후군 발달장애인 정은혜 작가의 매력에 대하여


정은혜 작가, 아니 ‘은혜씨’ 작가를 알게 된 건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서였다. 개인적으론 아쉬움도 좀 남은 작품이었는데, 그 모든 걸 차치하고 ‘영희’가 나온 14,15회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처음엔 어떻게 다운증후군 환자가 연기를 이리도 잘 하는지, 다 알고 연기를 하는 것인지가 궁금했다. 그러다 극에 완전 몰입돼 영희(은혜씨)와 영옥(한지민)의 스토리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 에피소드가 특별히 훌륭했던 이유는 많다. 먼저 장애인과 그를 형제자매로 둔 이들이 현실에서 각종 편견과 시선의 폭력으로 겪는 상처와 고충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 당사자들에게 위로를 건네고(각종 영상 댓글에 감동적인 증언이 쏟아진다) 비장애인들에겐 깨달음과 반성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 장애인을 tvN 황금시간대 톱스타 총출동하는 드라마에 주요 등장인물로 등장시킨 것 자체가 파격이다. 우리 사회에 장애인들이 일정 비율을 차지하지만 우리가 살면서 많이 보지 못하는 건 이들이 고립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매스미디어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장애인을 우리 사회 일원으로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노희경 작가가 살아 숨쉬는 캐릭터를 만들었단 점이다. 노 작가는 수개월간 은혜씨를 관찰하며 영희 캐릭터에 녹여냈다. 그림 그리길 좋아하고 잘하며 흥이 많고 사람 좋아하고 춤추길 좋아하는 점이 영희 캐릭터에 그대로 있다. 극의 절정부를 만드는 그림은 모두 은혜씨가 직접 그린 것이다.



노희경 작가는 당초 극에 등장시킬 장애인 캐릭터에 참고하려 은혜씨와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다 아예 은혜씨를 배우로 캐스팅하기에 이른 것이다. 장애인 역을 꼭 진짜 장애인이 연기해야 맞고 진정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번 시도는 과거 명배우들이 장애인을 엄청난 연기력으로 연기해냈을 때와는 다른 효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나만 해도 이전엔 잘 몰랐던 은혜씨에 그야말로 ‘꽂혀’ 팬이 됐고 유튜브에서 은혜씨가 나온 각종 영상을 다 탐독하기 시작했으니. 알면 알수록 그녀는 매력이 엄청났고 그의 작품 세계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은혜씨 덕질을 하게 된 건 이 사람 자체의 매력 때문이었지 장애인이라 동정해서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림을 그리며 세상에 나오기 전, 사회에서 역할을 부여받지 못해 방에 틀어박혀 우울한 시기를 겪기도 했지만 스스로 힘든 시기를 이겨냈다. 



영화 ‘니 얼굴’은 은혜씨가 그림 그리기를 통해 세상으로 나오는 과정을 보여주는 다큐로 영화감독인 은혜씨 아빠가 수년간 찍었다. 노희경 작가가 이 영화를 본 뒤 응원영상을 통해 “제가 오늘 일정이 엄청 많아서 피곤했는데 영화 보고 피곤이 싹 가시고 두통이 가시고 행복해졌다. 은혜씨를 열 번 만나면 열 번 볼 때마다 두통이 사라지는 희한한 경험을 한다. 기분 나쁠 때 보러 와서 마음껏 웃다 가시라”고 했다. 나도 영화를 보며 내내 웃었다. 드라마를 보면서는 슬픈 감정이 컸는데 다큐인 이 영화를 보면서는 그냥 행복해졌다. 너무 좋아서 살짝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은혜씨는 정말 성실히 일하는 노동자였다. 재능이 뛰어나다고만 생각했는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야외 작은 테이블에서 하품을 연신 하며 졸음을 쫓아내며 그림을 묵묵히 그려내는 생계형 미술작가였다. 출판사와의 약속을 지키려 마감과의 힘겨운 싸움을 하는 생활인이었다. 그러면서도 “이쁘게 그려주세요” 하는 사람들한테 “원래 이뻐요” 하며 유머를 잃지 않는 은혜씨. 자유롭고 개성 넘치는 그림체는 장애인 수식어를 붙이지 않고도 그 자체로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다운증후군 발달장애를 가졌어도 조금 말이 느릴지언정 의사표현을 할 수 있고 감정을 느끼고 솔직히 표현할 수 있단 걸 많은 사람들이 은혜씨를 보며 새롭게 알게 되지 않았을까. 모든 발달장애인들이 은혜씨처럼 재능 있는 건 아니지만(대부분의 비장애인들은 은혜씨만큼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 은혜씨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장애인 스타 탄생이 반가운 이유다. 그녀를 ‘스타’로 만드는 데는 그녀를 과감히 드라마에 쓴 노희경 작가의 공이 크다.(‘우리들의 블루스’엔 청각장애인도 출연하며 자폐도 거론된다.) 무엇보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사랑과 존중으로 딸을 아름답게 키워낸 어머니, 장차현실 작가에게 존경을 보낸다. 나도 언젠가 내 얼굴을 은혜씨한테 들이밀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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