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entle Latte 젠틀라떼 Feb 15. 2019

[퇴사일기 #20] 배움과 성장이 우선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

  앞선 글([퇴사 일기 #19] 삼성은 내 길이 아니야)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10년 전 K 공기업과 K 재단에 동시에 합격한 상황에서 연봉이 더 높은 재단 대신 K사를 선택했다. 규모가 크고 역사도 긴 K사에서 배울 것이 더 많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인생을 길게 보면 당장의 돈 몇 백만 원 보다 나의 성장이 더 중요했다. (당시에도 정년까지 다니겠다는 생각은 없었던 듯하다.) 지금도 당시의 판단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K사에서의 다양한 경험들은 퇴사일기를 마무리 지은 이후 '홍보일기'를 통해 공개할 생각이다. 그에 앞서 간략히 운을 띄워 보면, K사 홍보실에서 CEO 수행 취재 역할을 맡았다. 경영진 회의에 배석하거나 사외 주요 일정에 동행해서 CEO의 말씀을 정리하는 게 핵심이었다. 정리한 내용은 연설문이나 보도자료, 사내방송과 사보의 스크립트 등에 반영했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CEO 가까이에서 일하며 리더의 인사이트를 직접 들을 수 있었고, 그것은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기회이자 자산이었다. 비록 월급은 적었어도(공기업인 데다 당시 MB의 공공기관 신입 임금 삭감의 직격탄을 맞았었다) 그 이상의 것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할 수 있었다. 


  S사로 이직한 후에는 새로운 차원의 배움을 얻었다. 입사 당일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부서장이 간단한 보고서를 지시했다. 입사 첫날이긴 했지만 내 역량을 테스트해보고자 했던 것 같다. 이직 후 원활한 업무처리를 위해 입사 전에 연습한 것이 있었다. 바로 MS 오피스다. K사에서 6년 간 아래아 한글 만을 사용했던 터라 사기업에서 사용하는 MS 오피스에 적응이 필요했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흐름이야 다를 게 없을 테니 MS워드 기능에 익숙해지면 되리라 생각했다. 나름 준비를 한 만큼 신속하게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 했다. 그리고는 신선한 피드백을 받았다. "보고서는 파워포인트로 작성해라." 텅 빈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띄워 놓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보고서를 써야 할지 멘붕인 상태로 멍하니 앉아 있었던 그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그전까지 나에게 파워포인트란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도구이지 보고서를 쓰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그날 이후로 직장생활 7년 차 만에 보고서 쓰는 법을 처음부터 다시 공부했다.


  현재 재직 중인 A사 입사 결정에도 배움의 측면이 컸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외국계 기업에 소비재를 다루는 기업이라는 점이 매력이었다. 이전 직장들이 B2B 중심이었기에 보다 트렌디하고 예민하게 일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또한 영어를 자주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언어 실력과 더불어 글로벌한 감각도 익히고자 했다. 다른 기업에서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내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곳은 지금의 직장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배움이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였다. 이런 측면에서 다음 직장은 IT나 스타트업을 비롯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업계로 가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사람은 배우면서 성장한다. 항상 배움을 중시해야 한다. 회사라는 틀 안에서만 보면, 적어도 중간관리자급까지는 배움이 우선순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봉이나 출퇴근 거리 등 여러 고려요소들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밸런스를 적절히 맞추는 선에서 더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선택지를 택해야 한다. 현재의 연봉이나 정년보장이 미래의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높은 연봉을 많이 받으며 편히 살아왔지만, 40대 이후 경쟁에서 뒤처지다 결국 오 갈 곳이 없어 고민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미래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믿을 수 있는 건 나 자신의 역량뿐이다. 따라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 지금 취업이나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면, 어떤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면, 과연 내가 얼마나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만을 먼저 해보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일기 #19] 삼성은 내 길이 아니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