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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tle Latte 젠틀라떼 Apr 11. 2019

[퇴사일기 #23] 헤드헌터는 누구인가

내편도 적도 아닌 잘 활용해야 할 파트너

기업의 신입 채용은 공채가 대다수지만, 경력은 헤드헌터를 통하는 경우가 많다. 경력직도 공채가 있지만 보통 결원이 생기거나 급히 충원이 필요할 때 수시로 채용하기 때문이다. 외국계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에 이직이 한 번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기업 이곳저곳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여러 명의 헤드헌터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헤드헌터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어 헤드헌터들의 나이나 배경, 성향 등은 가지각색이다. 프로페셔널함이 보이는 헤드헌터도 있는 반면, 나이와 무관하게 어설픈 느낌을 주는 헤드헌터도 있다. 어떤 헤드헌터는 구직자의 합격을 적극 서포트하고, 어떤 헤드헌터는 필요 없는 조언만 구구절절 늘어놓는다. 내가 경험한 어느 헤드헌터는 직접 만나 면접 팁을 전수해주며 "대리님이라면 꼭 합격할 것 같아요"라며 용기를 주었고, 또 다른 헤드헌터는 내 전 직장에 아는 사람이 있다며 실명을 거론하는가 하면 추천기업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자 "가끔은 계란 후라이도 먹어야지 어떻게 스테이크만 먹고사나. 일단 지원해보라"며 반강제적으로 지원을 권유하기도 했다. 어떤 헤드헌터를 만날지는 전혀 예상할 수 없다.


그렇다면 헤드헌터와는 어떻게 연결될까. 우선 인력이 필요한 기업은 헤드헌터에게 구인 의뢰를 한다. 특정 서치펌이나 헤드헌터 한 명에게만 의뢰하기도 하고, 여러 써치펌에 동시에 의뢰하기도 한다. 그러면 헤드헌터는 적합한 대상자를 찾는다. 사람인이나 잡코리아 같은 사이트에서 이력서를 검색하고, 채용사이트 게시판에 Job description을 포함한 채용 공고도 올린다. 과거에 받았던 이력서를 다시 열어보거나 지인을 통해 적합한 사람을 알아보기도 한다. 따라서 헤드헌터와 연결이 되고 싶다면 온라인 채용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려두고, 구직사이트 게시판을 종종 확인해 본인과 관련된 공고가 있다면 헤드헌터에게 이력서를 보내 놓으면 된다. 요즘은 링크드인(Linkedin) 사이트를 통해 헤드헌터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이력을 간략하게 사이트에 올려놓으면 헤드헌터로부터 이직 제안 메일을 받을 수 있다.


한 번 인연을 맺은 헤드헌터와 여러 차례 파트너가 될 수도 있지만, 이는 가능성일 뿐 대부분은 단발성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헤드헌터와 깊은 관계를 맺기는 어렵다. 이직 과정에서 얼굴 한 번 보지 않을 수도 있다. 헤드헌터 입장에서는 이직 성사에 따라 수익을 얻다 보니 당장 이득이 되지 않는다면 신경을 쓰지 않는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전형 결과가 불합격이면 통보조차 해주지 않을 때는 '그 친절하던 사람 어디 갔나'싶을 만큼 인간적 서운함까지 느껴진다.


합격을 한 이후에도 헤드헌터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어떤 헤드헌터는 구직자가 더 나은 처우를 받을 수 있게 나서서 협상을 도와주지만, 어떤 헤드헌터는 구직자의 기대보다 낮은 연봉임에도 무리하게 입사를 권유한다. 연봉을 높게 받으면 수수료 또한 높아지지만 협상과정에서 회사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지거나 협상이 어긋날 것을 대비해 지원자를 압박하는 것이다. 나 역시 "이 회사는 100~200만 원으로 고민하는 지원자는 별로 안 좋아해요"라며 연봉 협상을 떠미는 헤드헌터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에 대한 내 대답은 "그런 회사라면 저도 안 좋아합니다. 안 갈게요"였다. 내 입장을 회사에 전달해주기만을 바랐을 뿐인데, 그마저도 부정적이었던 그 헤드헌터는 다른 구직자를 잘 찾았는지 모르겠다.


일부 인사팀 직원들은 헤드헌터를 믿지 말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역시 너무 치우친 생각이다. 헤드헌터는 기업과 구직자 사이에서 반드시 필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비즈니스적으로 적절한 역할만 잘 해낸다면 분명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이를 잘 이해하고 헤드헌터를 잘 활용해야 한다. 헤드헌터와 함께 하는 이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주관을 잘 지키는 일이다. 헤드헌터가 권유한다고 해서 무작정 지원하지 말고 정말 내가 가고 싶은 회사인지, 원하는 직무인지, 적절한 연봉인지 등을 주체적으로 잘 판단해야 한다.


비단 헤드헌터와 구직자의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세상의 어떤 관계든 서로 진실하게 임해야 한다. 그래야 어떤 일에서든 좋은 결과를 얻는다. 이직을 위해 헤드헌터를 알게 됐을 때,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인식 아래 파트너십을 발휘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이 세상 모든 구직자(특히 경력)가 좋은 헤드헌터를 만나 원하는 결과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 본문에 작성한 헤드헌터에 대한 내용은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한 것으로, 모든 헤드헌터에 해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이 있더라도 양해 부탁 드리며,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지적해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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