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하든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야 한다
회사에는 다양한 직무가 있다. 매출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영업과 마케팅이 있고, 경영을 관리하거나 지원하는 기획과 인사, 총무, 구매, 홍보, 법무가 있고, 업종이나 규모에 따라 연구, 기술, 생산, 디자인 등의 직무도 있다. 모든 직무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회사는 성장한다.
S사에서의 경영기획 커리어를 빼면 10년 간 홍보 직무에서 일을 해왔다(잠깐 곁가지로 빠지자면, 10년 넘게 홍보 쟁이로 살아온 스토리는 다음 달부터 박과장의 홍보일기에서 풀어볼 생각이다). 타 부서에서 바라보는 홍보부서는 쉽게 말하면 보도자료를 쓰는 부서다. 언론 보도자료는 홍보업무의 기본이니 반쯤은 맞는 이야기다. 인턴으로 홍보를 처음 배웠던 2007년이나 신입사원이던 2009년 즈음에는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에 배포하고, 기자를 만나고, 어떻게든 좋은 지면이나 방송을 통해 회사를 홍보하는 일련의 언론홍보가 단연 홍보의 핵심이었다. 그 외에 사보나 사내방송 같은 자체 컨텐츠를 생산하는 역할도 했지만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았다.
약 1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언론은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고 이에 따라 언론홍보 역시 여전히 중요한 영역이다. 하지만 홍보라는 큰 틀에서 보면 비중은 작아졌다. 대신 소셜미디어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홍보의 중요성이 매우 커졌다. 많은 회사들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 유투브의 공식 계정을 운영하며 소비자들과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 신문 지면을 크게 장식하는 기사도 계속해서 기획하지만 웹드라마와 같이 소셜 플랫폼을 활용한 새로운 컨텐츠 시도에 큰 열정을 쏟는다. 언론홍보보다 디지털홍보에 더 많은 리소스를 투입하는 회사들도 있다. 이제 보도자료를 잘 쓰고 기자 네트워크가 넓다고만 해서 능력을 인정받기는 어렵다. 트렌디한 플랫폼과 컨텐츠를 잘 알아야 하고, 기자만큼이나 셀럽에 대한 정보나 인맥도 중요한 시대가 됐다.
홍보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직무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AI의 등장으로 인해 직무를 넘어 직업의 형태에도 변화가 찾아오고 있으며, AI가 사람의 일을 상당 부분 대체하면서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 커뮤니케이션을 다루는 홍보는 AI와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미 일부 언론사에서 간단한 기사 정도는 AI가 작성한다. AI가 인사담당자 대신 이력서를 분석할 수도 있고, 기획자 대신 전략을 세울 수도 있고, 변호사 대신 법률을 검토할 수도 있다. 일정 패턴에 따라 디자인을 할 수도 있고, 모든 생산라인을 자동화할 수도 있다. 회사 내 직무 가운데 안전지대는 없다. 변화에 대한 적응이 아닌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안주해있다가는 자리를 잃게 되는 만큼 직무와 직업이 어떻게 바뀌는지 흐름을 잘 이해하고 앞서가야 한다.
회사는 변하는 세상의 요구에 적절한 답을 제시해야 생존할 수 있다. 때문에 감각이 젊고 생각이 앞서 나가는 직원을 원한다. 기존의 지식과 노하우, 인맥으로는 향후 3년도 보장할 수 없다. 항상 공부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며 자신을 계속해서 깨우쳐야 한다. 일부러 관심 없던 분야의 책을 읽고, 항상 보던 얼굴이 아닌 새로운 인물을 만나 대화해야 한다. 트렌드를 쫓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알고는 있어야 하며, 아는 것을 토대로 변화에 발맞추거나 틈새 수요를 충족시켜야 살아남을 수 있다. 내가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다른 직업군에 있는 지인들을 만나고, 다른 기업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팔로우하는 것도 새로운 자극과 정보를 얻기 위함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오직 나 자신의 태도와 사고와 행동력에 의해 결정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