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은 적응할 수 있지만 기본은 다르다
지금까지 신입과 경력으로 금융, 에너지, 소비재 기업을 경험했다. 공공기관과 공기업, 사기업, 외국계 기업으로 형태도 다양하다. 다음 행선지로는 IT나 쇼핑, 패션 등 경험해보지 못한 업계로 가보고 싶다. 되도록 다양한 산업군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이런 점에서는 어린 나이에 홍보 대행사를 거치지 않은 것이 다소 아쉽기도 하다.
이직 면접을 보면서 업계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당연하다. 검색이나 주변의 이야기로 업계의 분위기나 실무를 자세히 알 수는 없다. 지레짐작하며 아는 척할 뿐이다. 나 역시 A사 이전에는 B2B 기업에만 근무해 B2C에 대한 감이 부족했다. 이를 문제 삼은 날 선 질문을 받곤 했고, 공기업 경력을 이유로 서류에서 탈락한 경우도 있었다. 후에 들어보니 공기업 출신이 뭘 알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는데, 사람을 만나보지도 않고 판단한 점에 있어 아쉽기도 하고 해당 기업이 실망스럽기도 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실무역량도 있고 업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을 뽑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아무리 업계를 잘 알고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새로운 기업에서는 적응이 필요하다. 서로에 대해 아주 잘 안다고 생각한 커플도 신혼에는 자주 싸우면서 서로에게 적응하듯 기업과 직원 사이에도 Honeymoon period가 있어야 한다. 공부하고 경험치를 쌓으며 이 기간을 잘 거친 사람이라면 성공적으로 연착륙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이전의 커리어가 아무리 훌륭해도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업계에 대한 경험보다 중요한 건 실무역량과 업무에 임하는 자세다. 리더십이나 친화력, 융화력도 더불어 중요한 포인트다. 이런 기본이 갖춰진 사람이라면 어느 기업, 어느 업계에서든 잘 적응해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홍보를 예로 들어, 보도자료를 잘 쓰는 사람이라면 아이템이 B2B이든 B2C이든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체크해야 할 포인트들을 살피면 된다. 식음료 담당 기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면, 패션이나 뷰티 브랜드에 출입하는 기자들과도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효과적으로 하는지가 중요하다. 또한 기사 앵글을 잘 잡는 사람이라면 어떤 아이템이 주어지더라도 매력적인 앵글을 뽑아낼 것이고, 이벤트를 잘 기획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기자간담회든 런칭쇼이든 성공적으로 해낼 것이다.
이직하고자 하는 업계에 대해 경험이 없다고 해서 반드시 결점은 아니다. 오히려 그 업계에만 몸 담아온 사람은 사고가 갇혀있을 수 있다. 업계를 잘 아느냐보다는 해당 직무에 필요한 기본 역량을 잘 갖추었는지, 기회를 주었을 때 잘 해낼 사람인지를 봐야 한다. 역량과 마인드만 있다면 못할 일은 없다. 그래서 기본이 중요하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나는 경험이 전혀 없는 업계의 문을 계속 두드렸다. 당장은 잘 모르는 업계일지라도 빠르게 캐치할 자신이 있었고, 문장력과 기획력, 그리고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이 어디서든 내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어느 업계, 어느 기업에서 일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저 커리어에 도움이 되고, 스스로 즐길 수 있는 포지션에 도전을 계속할 생각이다. 10년 후, 20년 후, 어쩌면 그 이후의 내 모습이 궁금하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즐기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 도전을 계속했으면 좋겠다. 단, 기본에 충실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