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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소픽 Mar 26. 2019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전격비교] 죽음에 관한 두 권의 책과 서로 다른 시선

작년 가을, 장안의 화제가 됐던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을 기억하시나요?


명절에 모인 친척들이 "결혼은 언제 할 거냐", "취직은 언제 할 거냐" 등등의 잔소리를 하거든 "결혼이란 무엇인가", "취직이란 무엇인가"라며 개념의 '정체성'에 반문하라는 해학적이고 통쾌한 내용의 칼럼이었죠.


'추석이란 무엇인가' 로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한 서울대 김영민 교수!


작년 11월, 그동안 쓴 칼럼들을 모아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라는 에세이집을 출간하기도 했는데요, 칼럼의 인기 덕인지 책도 출간되자마자 바로 베스트셀러가 됐더군요.



화제가 된 책, 저도 궁금해서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라는 제목은 책에 수록된 56편의 에세이 중 한 편의 제목을 따서 붙여진 것인데요, 김영민 교수는 힘들 때마다 문을 닫아 걸고 '죽음'을 생각하곤 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나는 어려운 시절이 오면, 어느 한적한 곳에 가서 문을 닫아걸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불안하던 삶이 오히려 견고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도 삶의 기반이 되어주는 것은 바로 그 감각이다. 생활에서는 멀어지지만 어쩌면 생에서 가장 견고하고 안정된 시간. 삶으로부터 상처받을 때 그 시간을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말을 건넨다. 나는 이미 죽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갈 수 있다고. -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8p.


저자인 김영민 교수는 강단에서 제자들을 지도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다보니 책에 수록된 글들도 대부분 선배이자 스승으로서 젊은 제자들에게 애정을 담아 보내는 충고 내지는 조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라는 메세지도, 험난한 세상에 던져져 좌절을 맛보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죽음을 생각하며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갈 용기를 내라는 스승의 격려인 셈입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말하죠. "모든 인간은 제대로 죽기 위해서 산다"고요.


"죽음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솟는다"


죽음에 관한 그림에세이 『죽음 카탈로그』를 펴낸 일본인 작가 '요리후지 분페이' 역시 독자들에게 일찍부터 죽음을 곁에 두고 자주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그는 엉뚱하게도 "죽음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솟는다"고 말합니다.


"누구든 죽음을 기분 좋은 일로 인식해야 살면서도 즐겁다. 이렇게 죽음의 형태는 다양한데, 죽으면 모두 고통스러운 세계에 간다고 생각하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 지옥도 있지만 균형을 이루듯이 천국도 있기 때문이다." - 『죽음 카탈로그』 中


실제로 분페이는 "죽음을 조금 더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하는 의문을 품었습니다. 그러한 의문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죽음을 기록하겠다는 다소 기발하고 엉뚱한 목표로 이어졌죠. 그렇게 탄생한 책이 바로 『죽음 카탈로그』입니다.



분페이는 이 책 한 권에 자신이 어린 시절 최초로 마주한 죽음에 대한 기억부터, 살면서 마주하는 다양한 죽음의 양상을 일러스트로 담아냈습니다.


책에서는 동서고금의 다양한 죽음이 묘사됩니다. 죽어서도 영혼은 전장으로 가서 끊임없이 싸운다고 믿는 고대 북유럽의 바이킹족들, 죽으면 새를 타고 하늘나라로 간다고 믿는 티베트족들, 육신을 벗어난 영혼이 인근 섬으로 이동해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믿는 파푸아뉴기니 원주민들까지... 죽음을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 믿고 싶었던 이들을 통해 분페이는 "죽음을 조금 더 친숙하게 바라보라"고 권합니다.



물론 김영민 교수와 분페이 작가의 '죽음관'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김영민 교수가 던지는 메시지의 핵심이 "죽을 용기로 살아가라"는 것이라면, 분페이는 "죽음이 두려워 애써 외면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곁에 늘 죽음을 두고 살아가라는 메시지는 일맥상통한데요, 죽음에 관한 두 권의 책을 함께 읽으면서 '죽음이란 무엇인가' 한 번 진지하게 고찰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독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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