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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진 Aug 07. 2021

지하철 아저씨의 2분

생활 잡상

(사진 출처: 경향신문, 2012.02.20.)

지하철 방송이 흘러나온다.

"지하철 내 물품을 파시는 분은 해당행위를 중단해주시기 바랍니다. 객차 내 민원이 접수됐습니다..."

물품 판매 아저씨는 3개에 5천 원을 외치며 해당 제품의 우월함을 강조한다. 핸드폰 거치대였다. 여기저기 붙여가며 어느 방향으로도 자유자재로 움직인다는 것을 눈빛으로 호소한다.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주 구매자들은 나이가 있어 보이는 분들이다. 3개에 5천 원, 6개에 만원이라는 당연한 계산법을 엄청난 이득이라는 식으로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고 계속 이야기한다. 물건을 판매하려면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교육을 받은 듯하다.

아저씨는 두 번째 아이템을 꺼내놓는다. 장난감 자동차인데 불이 반짝거린다. 5만 원짜리를 단돈 2만 원에 내놓는다는 역시 교육받은듯한 소리를 연신 내뱉는다. 열차 안 사람들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가 360도 회전을 뽐내며 통로로 뻗은 발 앞을 지나갈 때 잠시 눈길을 줄 뿐...

아저씨는 옆 칸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곳 사람들도 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아저씨의 하루는 내가 보았던 2분의 반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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