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목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몇 달 전에 토익 점수가 필요해서 한 달간 종이책에 코를 박고 문제를 열심히 풀었는데 그게 화근이었을까. 청소년기에 자리 잡은 거북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라운드 숄더까지 생겼지만, 그저 현대인이라면 '으레' 가지고 있는 증상이겠거니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견딜 수 없는 뒷목 통증이 일주일간 지속되었고, 자고 나면 고개를 좌우로 돌리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자 잠을 자는 게 무서웠다. 무언가 잘못되었구나, 싶었다. 근육통은 아니었다. 마음속에 '설마, 디스크인가?'라는 의심과 걱정의 씨앗이 순식간에 싹을 틔웠다. 그리고 설마는 사람을 잡았다.
CT 촬영 결과, 목디스크 초기였다. 아직은 신경을 누를 정도로 디스크가 많이 빠져나온 건 아니지만 악화되지 않게 주의와 관리가 필요했다. 우선 20만 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경추 베개를 샀고, 예뻐서 산 켄틸레버 의자는 머리받침이 달린 사무용 의자로 바꿨다.
몇 달이 지난 지금은 목디스크 판정을 받기 전처럼 고통스럽지는 않지만, 목이 뻐근하지 않은 날은 거의 없다. 그저 왼쪽 목이 결린 듯한 통증을 달고 산다.
나는 늘 몸의 왼쪽이 아프다.
왼쪽 눈의 시력이 더 나쁘고, 디스크 탈출로 왼쪽 목이 결리고, 왼쪽 어깨가 늘 뭉쳐있고, 허리디스크와 측만증으로 왼쪽 허리가 아프고, 무지외반증도 왼쪽 발이 심해 수술을 했다. 어쩌면 좌뇌보다는 우뇌형 인간이고, 왼쪽 코가 비염이 심하고, 왼쪽 귀가 청력이 더 안 좋을지도 모르겠다. 내 몸의 좌우는 균형하지 않다.
일본의 사진작가 후지와라 신야가 청년 시절, 인도를 1,000일 동안 여행하며 글과 사진을 기록한 <인도 방랑>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적혀 있다.
어떤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이야기인지, 그저 작가의 날카로운 관찰과 관심에서 비롯된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 몸을 보면 적어도 앞으로 나의 왼쪽은 오른쪽보다 점점 더 쇠약해져가지 않을까.
그는 오른쪽 눈으로 뷰파인더를 볼 수 있게 카메라가 설계되어 있음에도(왼쪽 눈으로 찍으면 와인딩 레버가 얼굴에 부딪힌다) 자신은 철저히 '왼쪽 눈'이라고 이야기한다.
나 역시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왼쪽 눈으로 뷰파인더를 들여다본다. 어쩐지 놀랍다.
(이 이야기를 듣고 보니 와인딩 레버가 얼굴에 닿는데도 오른쪽 눈으로는 영 어색하고 불편했다)
작가는 해당 글귀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먼저 죽을 눈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겁니다."
그것이 왼쪽의 운명이라면 먼저 죽을 내 왼쪽을 어쩐지 조금 더 보듬고 애정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