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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오늘 Jun 27. 2022

3개월 만에 어린이집을 퇴소하다

다시 가정보육으로

4개월간 기다려서 들어간 국공립 어린이집을 3개월 만에 퇴소하기로 결정했다. 


퇴소를 결정하기까지 남편과 나는 아주 치열하게 이야기하고 생각했다. 계속해서 어린이집을 다닐 것인가, 퇴소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기로. 가장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이틀 동안 밤새 잠을 못 자면서 고민했다. 


선택의 끝맺음을 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내가 하는 선택이 옳은 것인가, 그렇지 않은 것인가. 만약 내 선택이 옳지 않다면 뒤늦게 찾아올 후회의 감정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에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 




새 학기에 입소한 아이는 같은 반 아이들보다 훨씬 적응이 빨랐다. 3주 만에 낮잠을 자고 하원을 할 수 있었다. 어린이집에 들어가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교실로 달려가던 아이였다. 어린이집에서 밥 잘 먹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로 통했다.  


어린이집에 다니면 1년 내내 감기에 걸린다고 한다. 입소 첫달, 아이는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다행이면서 감사했다. 그런데 4월 콧물이 조금씩 나기 시작하더니 코감기에 걸렸다. '아, 올게 왔구나'. 1주일을 고열과 감기, 기침으로 아이는 무척 힘들어했다. 자신의 애착 이불을 더 끌어안았고 나를 더 찾았다.


1주일 후 감기가 거의 떨어졌을 무렵 다시 어린이집을 등원했다. 들어가면서부터 울고불고 난리였다. 오랜만에 간 곳이라서 그랬을 것이라 믿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예전 모습처럼 돌아오겠지. 


매달 한 두 번씩 감기에 걸리고 결석하기를 반복했다. 그럴수록 아이는 어린이집에서의 생활을 힘들어했다. 하원 시 선생님에게 듣는 아이의 컨디션은 좋았다가 좋지 않았다가를 반복했다. 하루에도 여러 번 기분이 변했고, 기분이 좋지 않으면 일과에 참여하지 않거나 안아달라며, 집에 가자고 울었다고 한다. 


달이 바뀔수록 그 강도는 점점 거세졌다. 어느 날은 '어린이집, 안 가요. 집에 가요'를 외치곤 했다.  그 후로 아이의 어린이집 생활을 되돌아봐야겠다 생각했다. 하원 시 선생님에게 듣는 피드백, 전화 상담, 알림장, 아이의 건강, 아이의 말 등을 종합적으로 보았다. 


입소 한 달 후부터 매달 걸리는 감기. 문뜩 매달 5일 이상 결석하며 다 낫지 않은 상태로 약을 먹이며 어린이집을 가는 건 누굴 위한 것일까 라는 회의감이 들었다.  


아침마다 등원 거부를 했고 어린이집에 있는 동안 잘 있다가 그렇지 못하다가를 반복하는 것으로 봐서, 아이는 분명 자신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감기로 인해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자신의 리듬이 우선 시 되는 나이에 집단생활이 버거울 수도 있다 (자고 싶은데 산책을 가야 하거나, 놀이에 참여해야 할 때). 1명의 교사가 5명의 아이를 케어하기 때문에 아이의 모든 요구사항을 수용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혹은 교사의 성향,보육방식,의사소통 방식이 아이가 맞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제일 명쾌한 건 아이의 말을 들어보는 것이지만, 아직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황들에 대해 해석을 해야 했다. 그래서 추측하는 것이 더 많았다. 


하지만 아이는 매달 아팠고 어린이집을 가기 싫어한다는 것을 짧은 문장으로 표현했다. 그 두 가지가 다른 어떤 이유보다 중요했다. 


퇴소를 확정 짓기 전날, 계속 보내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고 최대한 어린이집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선생님과 노력하기로 했지만 또 다른 질병 '장염'이 걸렸고,  아이의 건강이 많이 걱정되었다. 회복하고 다시 어린이집에서 적응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그런 상황이 또 다시 반복될까봐 사실 두렵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퇴소'라는 길을 선택했다. 

나의 시간과 여유보다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최우선으로 두었다. (내가 전업주부라서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내년에 또 다른 국공립 어린이집에 입소할 수 있을지, 유치원을 바로 갈지 장담하지 못하지만 지금은 유찬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는 게 나에게는 더 행복한 일이다. 이 선택을 하고 나서 나의 마음이 무척 가벼워졌다. 


이 과정을 통해 한 가지 얻은 것이 있다. 선택을 하기 전 나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떠올리고, 그 요소가 나의 가치가 부합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판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확신을 따르고 나의 확신에 책임을 진다. 


다른 이들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고 나의 확신을 따르고, 내 선택이 옳았다는 게 설령 증명되지 않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 

<부와 성공을 부르는 12가지 원칙, 게리 바이너척, 천그루숲>


23개월, 아직 1:1 애착관계가 더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아이는 나랑 있는 시간을 더 좋아하고 자유로우며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다. 


험난한 즐거움이 예상되는 가정보육, 그래 다시 시작해보자. 


나랑 함께 있는 동안 더 많이 웃고 놀고 즐겁기를 바란다. 정서적으로 충분히 안정되었을 때 안정적으로 기관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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