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브랜드 담당자의 좌충우돌 SNS 운영기
입사해서 맡게 된 직무 중, 부담스럽고 걱정스러웠던 것 중 하나가 SNS 채널 관리였다.
이유는 스스로에게 가진 선입견 중, ‘데이터에 약하다.’ ’분석력이 없다.’는 생각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즐거웠지만 월 초마다 목표와 시도, 결과를 보고하는 것은 고역처럼 느껴졌다.
특히나 수치적 변화를 체크해서 원인을 파악하고, 다르게 적용해 보는 과정이 그다지 유의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상당히 오만했던 것 같은데, 아무튼 당시만 해도 숫자의 변화는 사소하게만 느껴졌다.
매월 하는 작업 중 광고비 예산을 분배하는 작업이 있다. 몇 백만 원의 광고비를 콘텐츠 별로 최적의 광고 유형과 결합시켜 최상의 광고 효과를 내기 위함이다. 대행사가 1차적으로 제안을 주지만 우리 회사의 내부 유입 전환 수치나 이전 데이터는 담당자인 내가 더 잘 파악하고 있기도 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따라 광고비 분배 판단은 달라질 수 있어서 내가 꽤 많은 수정을 거친다.
처음 담당자가 되었을 때, 나는 전환 수치에 대한 압박감이 컸다. 채널에서 유입된 사용자가 실제로 결제를 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그러나 내가 운영을 맡게 된 채널은 브랜드 기획 차원에서 운영하는 SNS 채널이니만큼, 전환에 최적화된 자극적인 요소보다는 캐릭터를 주체로 한 귀여운 공감형 스토리 채널이었다.
다만 아무래도 개인적인 압박을 느끼는 실제 보고 때, 실제 고객으로의 '전환'이 채널의 가치처럼 다가오리라 생각이 들다 보니 채널에서 진짜 중요한 수치가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은 뒤로한 채 전환 수치에 집착하여 트래픽 광고비에 많은 비용을 투입했다. 콘텐츠도 기존 무드와 다르게 자극적인 마케팅 시도가 있었다. 다행히도 일정 부분은 전환 수치 개선에 도움이 되었지만 반대로 안정적이었던 도달이나 참여 인게이지먼트가 하향하는 추세가 되었다. (아래 사진)
잘 유지되어 오던 지표들이 낮아지면서 부서장님은 분석을 요구했다. 이때, 이 채널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보았다. 채널의 의도는 브랜드의 진입 장벽을 친근한 캐릭터들을 통해 낮추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는 것이었다. 전환은 지금 단계에서 당장 챙길 수 있는 부분이 아닐지도 몰랐다.
그 결과, 나는 광고비 세팅을 다시 했고 중요도에 따라 도달 : 참여 : 트래픽 광고의 집행비 비중을 11:6:3 정도로 조정해서 회사가 지정한 KPI 수치에 맞춰 가져가고 있다. 트래픽 광고의 경우 채널 및 콘텐츠의 인기, 매력도가 올라가면서 비용을 딱히 소진하지 않아도 함께 상승되리라 기대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이 부분을 어떻게 디벨롭시켜야 할지가 요즘 가장 큰 고민이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처음의 우려와는 달리 데이터를 보는 행위 자체가 SNS 운영을 어렵거나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일은 다 맥락과 핵심을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하고, 그 전체적인 흐름을 알기 시작하면 세부적인 스킬은 익히기 나름인 것 같다.
4월부터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제 막 6월 보고를 마쳤으니 3개월의 월간 보고를 마쳤다.
나의 장점 중 하나는 적응력과 습득력이 빠르다는 것인데, 다행스럽게도 걱정했던 부분에서도 잘 적응을 한 것 같다. 이제는 대행사에서 광고 데이터와 리포트를 보내 주면 해당 월의 핵심적인 내용과 개선점이 파악되어 보고서 작성이 이전보다 훨씬 빨라졌다.
창업 당시 당연히 인스타그램을 운영했었지만, 초 소자본이었기에 광고도 거의 안 돌렸고, 돌린다고 해도 지금의 광고 금액과는 큰 차이가 났다. 간혹 큰맘 먹고 이벤트를 운영한다거나 릴스를 만들어 사람들을 간 봤지만 실망만이 남았을 뿐, 지속할 수 있는 힘은 떨어져만 갔던 기억이 있다.
그와 반대로 지금은 꾸준한 운영 자본 투입을 통해 패턴을 유지하면서, 목표 수치를 달성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
결과적으로 상반기 내부 KPI 수치 달성률이 평균 80% 이상을 웃돌았고 어떤 수치는 2번의 달성을 거치고도 97%를 달성했다. 하반기에는 좀 더 높은 목표를 잡아 보려고 한다.
물론 광고비며 콘텐츠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소자본으로 계정을 성장시키는 이들에 비하면, 나의 성과는 비할 바가 못 된다. 다만 회사 상품의 특성이 뚜렷하여 어려울 것만 같은 상황에서도, 아무리 봐도 해결책이 없는 문제같이 느껴진다 해도, 끊임없이 문을 두드린다면 분명히 어느 순간에 터질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가져보게 되었다.
나와 멀어 보여서 포기하고 싶고, 피하고만 싶었던 업무에 재미와 속도가 붙는 요즘, 더 잘 해보고 싶어 읽고 적용하는 것을 멈추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