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줄이 전부... 석굴암 보려고 기다리는 줄이라고요?

by 포데로샤

경주만큼 가도 가도 또 가고 싶은 아름다운 여행지가 있을까. 아내는 5월 연휴 경주여행을 원했다. 6년 전 아이가 다섯 살일 때 다녀왔던 게 마지막 여행이었다. 연휴 첫 날인 토요일에는 전 직장상사의 자혼이 있고, 마지막 날인 화요일에는 아이 승마체험이 있어서 1박 2일로 다녀오기로 했다. 엄청 짜임새 있는 여행을 계획하진 않았다. 아내가 가고 싶어 하는, 창밖으로 고분이 보인다는 오아르미술관(유현준 건축가 설계, 4월 개관)을 보고, 필수코스라 할 수 있는 불국사와 석굴암에 들르는 정도.


5월 4일, 그렇게 경주여행은 시작되었다. 집에서 경주까지 편도 2시간 30분 거리라 아침 7시에 서둘러 출발했다. 대릉원을 가로질러 오아르미술관부터 둘러본 뒤 12시 30분경 황리단길 호랑이카츠에서 점심을 마쳤다. 첨성대 주변을 잠깐 보고 주차장에 와서 석굴암이 산 정상에 있으니 먼저 들린 뒤 불국사로 내려오기로 했다. 그런데 티맵 내비게이션을 켰더니 평소 30분 거리인 석굴암 주차장까지 차로 2시간이 걸린다고 떴다. 사람들이 몰린다는 걸 알고는 차를 서둘러 몰았다.


티맵이 나만을 위한 특별한 길안내를 하는가 했다. 평소 가는 길이 아니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앞으로 돌아서 산길로 접어들었다. 산길에선 차가 별로 안 보여 잠시 기분 좋게 달려가고 있었는데 얼마 뒤 두 갈래 길의 합류지점에 다다르니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석굴암 주차장까지 1.5km 떨어진 지점이었다. 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했고 언제 다녀오려나, 산 정상에 주차할 자리라도 있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살짝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옆으로는 갓길에 주차된 차들과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하지만 오늘 가족들 이미 1만 보 이상을 걸은 상태였고 자칫 아이가 몸살이라도 나면 안 되기에 조금이라도 걸음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거북이걸음처럼 차로 올라가다가 주차장을 680m 남겨놓은 지점에서 내려가려는 갓 길 차량 한 대를 봤다. 그래서 그 차가 빠진 자리에 차를 주차했고, 셋은 걸어서 길을 올라갔다. 괜찮은 선택이었다. 정상까지 걷는 게 차보다는 빨랐고, 주차장에 올라온 차들도 자리가 없어 빙빙 도는 게 보였다. 우리는 석굴암 가는 등산길로 천천히 접어들었다.


나무가 우거진 숲길은 그늘이 져서 시원했다. 10분 정도 걸었을까. 이제 저 모퉁이만 돌면 석굴암이 올려다 보이겠구나 하는데 앞쪽으로 사람 줄이 보였다. 다가가 앞사람에게 물으니 석굴암 보려고 기다리는 줄이랬다. 또 기다림의 대열에 끼어들었다. 아내와 아이는 위쪽을 보고 오겠다고 가고 나는 홀로 줄을 섰다. 20분쯤 기다렸더니 처음 줄 섰던 자리에서 석굴암까지 중간 정도는 올라왔다. 그때 멀리서 아이가 다가왔다. 빠삐코 쭈쭈바를 가지고 왔다.


빠삐코를 절반 먹었더니 속이 약간 니글니글했지만 먹다 버릴 수 없어서 그냥 다 먹었다. 석굴암 아래 계단의 초입에 다다랐다. 10분을 더 기다려 석굴암 입구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 차례가 되어 석굴암에 들어가 한 2분 정도 본존불을 보았다. 정말 정교하고 빼어난 작품이다. 우리는 매번 밖에서만 보는데, 일 보시는 여성 직원이신지 신도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분들은 안쪽까지 출입해서 구석구석을 다 보시니 부러웠다. 어찌 되었건 기다림의 시간에 비해 참으로 짧은 관람시간이었다.


아내는 내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기도 하니 이왕 온 김에 가족 연등 하나 달자고 했다. 접수처에 가서 3개월 연등으로 택하고 금액을 송금했다. 연등도 기부금 처리가 된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종이에 우리 가족 건강과 소망과 행복을 적었다. 아이는 여러 색 중에서 노란색 연등에 달고 싶다고 했고, 내가 사다리 위에 올라가 노란 연등에 걸고 내려왔다. 다소 기다림은 있었지만, 다리는 딴딴해져 힘들어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우리는 석굴암을 떠나 다음 코스인 불국사를 향해 산을 유유히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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