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유명전씨아미타불비상, 계유명삼존천불비상
소통이 잘 되는 회사가 일도 잘 돌아간다. 요즘 직장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소통과 상호존중이다. 그래서 우리 지사는 소소한 소통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부서장급, 중간허리급, 신입급을 묶어 3개 조를 만들어 분기에 한 번 반나절 소통 시간을 제공한다. 조원은 매번 같지 않다. 컴퓨터 랜덤으로 돌린다. 이번 분기 단체대화방이 만들어지고, 휴가와 출장이 없는 11일 오후로 일정이 정해졌다. 프로그램은 직원들이 원하는 쪽으로 결정하게 하는데, 조장을 맡은 막내 직원이 국립청주박물관에서 하는 <후지산에 오르다. 야마나시> 특별 전시전 관람 후에 차를 한 잔 마시자고 제안했다. 모두 찬성. 나는 속으로 더 좋았던 게, 국립청주박물관에 상설전시 되고 있는 아름다운 국보 2점을 오래간만에 보고 올 수 있어서였다. 그건 바로 계유명전씨아미타불비상과 계유명삼존천불비상이다.
청주에는 국보가 총 4점 있다. 청주시 용두사지 철당간, 안심사 영산회 괘불탱, 계유명전씨아미타불비상, 계유명삼존천불비상이다. 이중 불비상 2점이 국립청주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불비상은 돌을 비석 형태로 만들어 네 면에 불상을 조각하고 조성 시기와 발원자, 제작 연유를 기록한 불교 조각품이다. 우리나라에는 불비상이 총 7점 존재하고 세종시(옛 연기군)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현재 4점은 국립청주박물관에, 2점은 세종시에 있는 사찰 연화사에, 한 점은 동국대 박물관에 있다. 가족단위 나들이로 국립청주박물관을 자주 다녔는데, 지난 2022년 새롭게 리모델링하면서 전시를 보기가 한층 좋아졌다. 이때부터 나도 하이라이트인 불비상에 매료되었다.
1. 계유명전씨아미타불비상 (국보)
계유년에 전씨 일가의 발원으로 조성된 아미타불 상이라는 뜻이다. 삼국통일 직후인 문무왕 13년(673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신문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에 정리된 발굴 이야기가 흥미롭다. 1960년 동국대 불교학과에 다니던 이재옥 학생은 집 주변 문화재를 탁본해 오라는 방학과제를 받았다. 이재옥 학생의 고향은 오늘날 세종시 연기군 서면 쌍류리였고, 고향집에서 한 고개 너머에 있는 비암사에서 봤던 비석들을 떠올렸다. 학생은 비암사 스님 몰래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석탑을 탁본하였는데, 이끼를 제거해야 하는 줄도 모르고 급히 하다 보니 첫 탁본은 선명하지 않았다. 교수(황수영 교수, 1970년대 국립중앙박물관장 역임)는 새로 해 오라고 했고, 이재옥 학생은 이끼를 벗겨내고 제대로 탁본을 했다. 탁본에 찍힌 명문을 보고 황수영 교수는 1960년 9월 10일 조사단을 꾸려 비암사로 내려왔고 이날 확인한 것이 계유명전씨아미타불비상, 기축명아미타불비상, 미륵보살반가사유비상이었다고 한다. 1962년 불비상 3점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넘겨졌다가 지금은 국립청주박물관의 대표 전시유물이 되어 있다. 계유명전씨아미타불비상 정면을 보면 본존불과 협시보살, 인왕상이 있고, 광배 안으로는 5구의 작은 부처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세월의 흔적으로 얼굴이 훼손되어 알아볼 수 없음이 아쉽다.
2. 계유명삼존천불비상 (국보)
이듬해인 1961년에는 세종시 조치원읍 근교 서광암에서 계유명삼촌천불비상이 발견되었다.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불비상 중 가장 크며 위와 아래 두 개의 돌로 구성되어 있다. 독립언론 뉴스인팩트 자료를 참고해 보면, 이 불비상을 최초 학계에 보고한 사람은 진홍섭(전 이화여대, 연세대 석좌교수, 2010년 별세) 교수였다고 한다. 진홍섭 교수는 1961년 7월 31일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가까운 곳에 4면에 불상이 가득 새겨진 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광암을 찾아갔다고 한다. 허술한 초가로 만든 암자에 한 노인께서 불상을 봉안하고 있었다. 불비상이 이 암자로 옮겨진 것은 한국전쟁 이후 3~4년이 지나서 일이었다고 한다. 노인의 말에 의하면, 이 비상이 발견된 곳은 인근 일본인 거주지역으로 아마도 일본인들이 옮겨두었다가 해방 후 귀국하면서 놓고 간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계유명삼존천불비상은 1962년 국보가 되면서 국립공주박물관으로 옮겨졌다가 2021년 비암사 출토 불비상 3점이 소장되어 있는 국립청주박물관에 함께 모셔졌다. 1961년 발견 당시에는 옥개석이 원형으로 존재했었으나 어느 이유에서인지 현재는 옥개석 1/3 부분이 사라지고 없다.
직원들과 상설전시장에 있는 작품들을 둘러보고 이어서 <후지산에 오르나, 야마나시> 특별전을 보았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일본 채색 목판화의 거장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대표작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진품이 국내에서 처음 청주에서 전시 중이었다. 호쿠사이 연작 가장 가운데 가장 알려진 이 작품은 빈센트 반 고흐도 반했고, 드비쉬 교향곡 바다 에도 영향을 준 작품이라고 한다. 실물을 보기 전에는 이 작품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보니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야마나시 전시는 12월 28일까지 이어지지만, 호쿠사이의 진품은 14일까지가 마지막이었다고 하니 모르고 찾아간 우리 조원들로서는 운이 참 좋았다. 가을의 선선함과 맑은 날씨 속에 모처럼 사무실을 벗어나 근교에서 소통 프로그램을 가져서 더없이 즐거웠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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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1.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신라왕 극락왕생 빈 백제 유민... 불비상에 아로새긴 망국의 한
2. <독립언론 뉴스인팩트> 불비상 이야기 여섯 번째 ~ 일곱 번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