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가족 단톡방에 글을 올리셨다. 선톡을 올리신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가 육군 상병에서 병장진급됐다고 연락 왔어요."
오! 내가 먼저 반응했다.
"진짜요? 축하드립니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문득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이어서 톡을 하나 더 올렸다.
"아버지 근데 보이스피싱은 아니죠?"
최근 회사에서도 주변에서도 어른들 등쳐먹는 보이스피싱 소식이 잦아서 팔순이신 아버지가 당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여동생도 내 의견에 동조해 아래 톡을 달았다.
"아버지 군대 다녀오신 게 언제인데 왜?"라면서.
잽싸게 확인 차 아버지에게 전화했다.
대화 도중 두어 달 전에 국방부에서 연락 와서 '주민번호'하고 알려줬다고 말하셔서 의심이 더 커졌다.
'주민번호 털리면 다 털린 건데'
아버지는 아니라고 하셨지만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집에 뭐가 왔다고 하시길래 "그럼 바로 사진 찍어 보내보세요."라고 말씀드렸더니, 잠시 뒤 아버지가 사진 두 컷을 찍어 보내셨다.
사진을 보고서 의심을 거두었다.
발신자는 육군본부 병장특별진급사실조사단.
임명장에는 '육군 인사명령 제25-10'호에 의거, 아버지를 육군 병장에 임함. 육군참모총장'이라고 쓰여 있었다. 알고 보니 30개월 이상 현역병 복무했으나 제도상 이유로 상병으로 제대한 사람들을 특별진급해 주는 제도였다.
대단하신 나의 아버지. 나는 26개월 군생활도 길었는데, 무려 35개월 군복무하셨다니.
아버지는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가장 먼저 자랑스럽게 알리고 싶으셨던 거다.
전화 끝날 때 아버지가 웃으면서 한 말씀 남겼다.
"나 이제 상병 아버지 아닙니다. 병장 아버지입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