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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나그네 윤순학 Oct 17. 2021

이야기로 먹고 산다.


골목은 이야기의 힘!     


이야기도 관광 자원이 될까? 매력 있고 재미난 이야기는 도시의 지갑을 두툼하게 한다. ‘골목은 이야기의 힘!’ 잘 만든 스토리텔링은 도시를 살찌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관광산업이 거의 초토화되다시피 했지만 날씨가 좋은 주말에는 바깥나들이 여행객들의 행렬이 늘어나면서 국내 관광은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에서 당일 나들이로 경기도 가평, 양평 등은 최고 근거리 관광지로 인기다.      

     

가평에는 ‘피노키오와 다빈치’라는 이탈리아풍 테마파크가 오랜 준비 끝에 올해 정식 오픈했다. 유명한 세계명작동화 ‘피노키오’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소재로 한 곳인데 피노키오의 작가 ‘카를로 콜로니’의 이름을 딴 콜로니 재단과 사업 협정을 맺고 시작된 사업이다.. 가평엔 이미 프랑스 마을 ‘쁘띠프랑스’와 스위스 마을 ‘에델바이스’가 이미 운영 중이어서 유럽풍 테마파크 3개 마을이 가평의 주요 관광자원으로 부상했다.

      

유럽의 한 마을을 옮겨 놓은듯한 풍광과 배경에 영화,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가 되면서 이들 마을은 더욱 명성을 얻어가고 있다.  


해외여행이 아직 쉽지 않은 요즘 국내 이국적 이색 관광지는 마치 유럽으로 잠깐 다녀온듯한 위로를 줄 것이지만 호수, 강, 산림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가평의 매력과는 다소 이질적인 인위적 마을이라는 점이 걸린다. 그래도 복잡한 도시를 떠나 이야기를 꽃피는 테마마을이 있어 도시인은 작은 위로를 받는다.            


세계 명작동화의 고향 - 윈더미어(영국), 하메른(독일), 코펜하겐(덴마크)   


현대 세계인들에게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대한 사랑은 거의 절대적이지만 그 훨씬 이전에 여성 동화작가의 열정과 집념으로 탄생시킨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있다. 바로 앙증맞고 귀여운 캐릭터 토끼 ‘피터 래빗’이다. 1902년에 처음 탄생했다.          


천방지축 토끼 가족을 소재로 한 전설적인 동화, ‘피터 래빗’은 영국 런던에서 가까운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작은 도시 윈더미어가 고향이다. 동화작가이자 농부, 환경운동가인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는 평생 이 마을에서 그녀의 주옥같은 캐릭터들을 탄생시켰는데 이 아름다운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과 천혜의 자연환경이 그 원천이기도 했다.      


윈더미어의 상징. 피터 래빗 박물관에서 작가와 교감하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꿈꾸는 이 아름다운 도시를 보기 위해 한 해 수백만의 여행객이 ‘소도시 여행’을 즐기는 유명 관광지이기도 하다.   

        

독일 하메른시는 인구 5만의 소도시이지만 도시 전체를 그림형제의 명작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로 스토리텔링 하여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도심 내 작은 골목에는 조그만 쥐로 표현된 부조물이 도로 바닥에 줄지어 새겨져 있다. 호기심에 이 골목 저 골목 이 조각을 따라가다 보면 마침내 피리 부는 사나이 조각상을 마주하게 된다.         

  

도시 곳곳에는 ‘피리 부는 사나이’를 모티브로 한 조형물이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심지어 레스토랑의 메뉴에는 ‘쥐피’, ‘쥐독’이라는 음료수가 있는데 사실은 보드카와 과일주스로 만든 아이디어 상품이기도 하다. 도시 전체가 이야기를 하는 구연동화 가인 셈이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동화이지만 내용은 사실 섬뜩한 결과로 끝나며 무서움마저 든다. 마을의 쥐떼를 쫓아낸 댓가가 없어지자 마을의 아이들을 전부 몰고 영원히 숲 속으로 사라졌다는 이 동화가 작은 도시를 세계인이 방문하는 스토리텔링 도시로 만들었다.      


덴마크 코펜하겐은 항구도시이자 작가 ‘안데르센’의 도시이다. 코펜하겐 시내 한복판 광장에는 ‘안데르센’ 동상이 딱하니 자리 잡아 이 도시가 얼마나 그를 사랑하는지 보여준다. 해변가에 위치한 작은 ‘인어공주’ 동상은 전 세계인이 손에 꼽는 핫스팟으로 사랑받는 곳이다. 인어공주 동상을 보러 가기 위해 막상 현장에 가보면 ‘애개개~’ 실망하기도 일쑤이지만 새드엔딩(Sad-ending)으로 끝나는 인어공주의 가슴 아픈 이야기 소재는 애잔하게 다가온다. 어찌했든 상상 속 이야기가 이 먼 북유럽 항구도시까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매력 있는 자원이 되었다.     





상상력도 도시골목의 경쟁력이다     


상상 스토리 - 베로나(이태리), 브로츠와프(폴란드), 사카이미나토 & 후쿠에이쵸(일본)  

         

분명 세계적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은 작가 셰익스피어의 영국이 고향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베로나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배경으로 나오는 ‘줄리엣의 집’이 있다. 무슨 연유로(?), 사실 근거도 모호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집이지만 이곳은 베로나를 찾는 세계 관광객들의 핫스팟이 되었다. 펙트와 역사적 근거도 없지만 방문객들은 굳이 ‘묻고 따지지 않고~’ 이에 만족하고 발길을 찾는다.      


특별한 이야기는 도시의 매력을 한층 더 뽐낸다. 폴란드의 작은 도시. 브로츠와프도 좋은 예이다. 이 도시 원도심 골목, 거리 곳곳에 위치한 크고 작은 400여 개의 난쟁이상이 주인공인데 냉전시대 소련에 대항한 저항운동의 상징을 모티브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브로츠와프를 대표하는 스토리텔링 관광자원이 됐다. 해마다 난쟁이 축제를 성대하게 개최할 만큼 도시를 먹여 살리는 콘텐츠이다.   

         

애니메이션의 나라 일본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동화마을 있다. 요괴마을로 유명한 사카이미나토, 코난마을로 상징하는 후쿠에이쵸 역시 일본의 대표적인 이야기마을이다. 만화, 애니메이션 강국답게 도시 전체를 작품의 이야기 소재로 가득 채워 전 세계 관광객을 맞는다. 작은 도시들이 그린 이 상상력은 도시를 가꾸고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우리의 도시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우리도 재미있는 전래동화들이 아주 많다. 우리의 옛이야기를 우리 도시에 녹여낼 순 없을까?  

    

호랑이와 곶감, 토끼와 거북이, 별주부전, 우렁각시, 도깨비방망이, 콩쥐 팥쥐, 금도끼와 은도끼, 나무와 선녀꾼, 혹부리 영감, 흥부놀부, 효녀 심청 등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우리의 이야기들이다. 한국적 스토리텔링으로 마을을 꾸미고 가꾸는 것도 참신한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경북 예천군에는 용궁역이라는 작은 간이역이 있다. 역 이름부터 색다르다. 이 역은 우리 전래동화 ‘별주부전’을 스토리텔링의 소재로 들여왔다. 역 앞 광장에는 회룡포라는 큰 청룡 조형상이 떡하니 버티고 있고, 역사 안에는 작은 빵집이 있는데 용궁역의 명물 ‘토끼간빵’이 유명하다. 실제 토끼간이 아니라 맛있는 팥이 듬뿍 들어있는 팥빵의 맛이 일품이고 맞은편에는 자라카페도 있어 이 작은 마을을 찾는 많은 방문객들에게 힐링을 선사한다.                



인왕산 호랑이무악재를 아시나요?   


서울 홍제동과 독립문사이에 파주, 고양에서 들어오는 서울의 관문 고개인 무악재는 일제강점기에 ‘모이재’라고도 불렸다. 북악산 일대를 넘나드는 무시무시한 ‘인왕산 호랑이’가 있었는데 행인들은 꼭 10명 이상 모여야 이 고개를 넘었다고 해서 ‘모이재’다. 인왕산 호랑이의 근거는 옛 문헌을 통해서, 구전을 통해서도 실체가 인정되는데, 이를 재미난 스토리텔링으로 발전시켜 서울의 지역 명물로 만들어도 될 듯하다.  

        

현재 곳곳에 간단한 간판 표시물들이 있지만 좀 더 그럴싸하게 포장하면 어떨까? 서울과 맞닿은 고양시에도 예부터 내려오는 호랑이 관련 설화가 있다. 효자 박태성과 인왕산 호랑이 이야기인데, 서울과 고양 일대를 오가며 호령하던 호랑이 소재는 근사한 스토리텔링 관광자원이 된다.     

   

우리의 많은 도시들이 오래전부터 스토리텔링을 도입하고 있다, 지역에 내려오는 전설, 민화를 인용하기도 하고 역사적 팩트에 근거한 사실적 찾아 스토리를 담아내고 있지만 1차원적 스토리텔링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창의적 상상력이 2% 부족하다고 할까? 스토리를 활용한 성과물도 출판 제작물, 안내간판 등 소극적 범위에서 국한되고 무엇보다도 연계성, 지속성이 결여되는 것이 문제이다. 

      

잘 만든 이야기는 지역을 먹여 살리고 도시를 살찌우는 자원이 된다.      


우리도 이제 우리의 이야기를 창의롭게 만들고 가꾸어보자.     


     

 ■  황홀한 골목을 위.하.여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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