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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머리 Jul 09. 2022

정다운 아파트

카테고리 -우리가 사는 세상

아파트는 흔히 냉정의 세계이고 독립된 개별 지대인 것처럼 보이지만 살아보면서 느낀 놀라운 사실은

옆집이나 주변 집 주민들의 삶의 패턴이나 분위기 또는 성격들이 너무 잘 보인다는 점이다.

저 집 아저씨는 몇 시에 출근하고 애들은 몇 명이며 그 애들은 방과 후 집에 돌아오기 무섭게 바삐 학원에 간다든지 또 다른 집은 노모가 허리가 아파서 자주 병원에 다니고 무슨 병을 앓고 있어서 아들과 며느리의 시름이 깊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가끔 늦은 밤 무슨 이유인지 모를 젊은 부부들의 싸움에 어린아이들이 우는 소리가 들릴 때면 그 부부의 다툼

보다 울고 있는 아이 걱정에 잠을 설칠 때도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큰 아이가 큰 소리로 아내의 한마디에  무엇이 맘에 들지 않은지 따지고 대들 때면 옆집이나

이웃에 그 앙칼진 목소리가 들리진 않을지 전전 긍긍이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할 땐 저층 세대에 매연이 들어가니 후진 주차를 하지 말고 전진 주차를 하라고 방송에서 아무리 알려도 끝까지 후진 주차를 하는 아주머니도 있고 아파트 입주민들 모두 분리수거를 철저하게 지키지만

비닐 쓰레기 안에 분리시키지 않은 각종 오물과 쓰레기를 넣은 후 아파트 쓰레기 집하장에 휙 던지고 가는 얌체 주민도 있다.

이렇듯 밀집된 공간에 수백 세대가 벌집 같은 곳에서 나름 방식대로 살아가는데 서로 모르고 관심 없을 거라는 생각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

로비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대기하던 6층 집 어르신이 나에게 묻기를 큰 딸이 이번 입시생인데 준비는 잘되고 있냐고 물으시면서 아이 뒷바라지하느라 고생이 많다고 위로해주셨다.

동시에 고1짜리 아들이 있는 11층 아주머니도 자기도 금방 입시생이 될 아들 걱정에 전전 긍긍하고 있다고 한숨 쉬며 말했다.

가끔 아내와 내가 마트에서 많은 걸 사와 그걸 옮기느라 쩔쩔맬 때 기꺼이 하나 정도 말없이 들고서  엘리베이터까지 옮겨주는 착한 중학생 아이도 있다.

그들은 서로의 사생활을 지켜주기 위함이거나 괜한 관심이 오히려 상대에게 불편함을 준다는 걸 알기에 서로 모른 체 하면서 서로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배려하며 사는 것이다.

예전엔 이웃집 숟가락 개수까지 알았다며 작금의 세태를 한탄하는 사람도 있던데 우리 집 숟가락 개수까지 남들이 알고 있다는 것처럼 꺼림칙한 일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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