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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터졌다 Jan 10. 2024

가볍게 살기

어차피 계산은 자신없으니까요.

살아가다 보면 의외로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만나게 된다. 내 상황에 대해 공감하고 도움을 주려는 그들의 마음에 감동받고 때로는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이 문제를 극복해 보려는 마음도 생긴다. 나 역시 그런 경우가 있었다. 

어떤 일이 해결되기까지 도움을 준 사람들이 굉장히 고맙지만 한편으론 부담이 된 적도 있었다. 


내가 혹시 저들의 기대치만큼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면 어쩌나. 

나를 도와준 저들에게 어떻게 감사표시를 해야 하나.

나를 믿어준 저들에게 더 나은 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어쩌지. 

결국 나의 본모습을 파악하고 저들이 나를 떠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나도 안다. 어려서부터 익혀온 습이 올바르지 못하여 나를 믿지 못하고 남을 믿지 못하고 그래서 관계를 맺는다는 것에 가벼운 알레르기가 늘 생겼다는 점 말이다. 

남이 주는 호의를 순순히 받아들이고 한층 더 깊고 단단한 관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나는 이런 내가 안타깝고 가여웠다. 마치 경계심이 많은 길고양이처럼. 누군가 놓고 간 사료로 배를 채웠지만 그렇다고 내 목덜미를 쓰다듬게 두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주는 호의는 감사히 받고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뭔가 복선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 마음이 가벼웠다. 반드시 은혜를 갚을 필요는 없고 대신 나도 다른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줄 기회가 있다면 그러기로 했다. 


무거운 갑옷을 벗은 기분이다. 매사 관계를 정확히 계산하려는 태도가 얼마나 버겁고 거추장스러웠는지 모른다. 나 자신부터가 계산이 빠른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야 비로소. 내 마음은 진실하게 갖고 남이 주는 호의는 감사히 받고 나에게 해코지 하는 사람은 냉정한 침묵으로 멀리하기 시작했다. 

조금 더 가볍게 살아보자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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