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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 Walker Apr 13. 2022

프롤로그

사내 해외법무 가이드라인 - 1

이 주제를 가지고 책을 써보겠다고 처음 생각한 지 벌써 7~8년이 더 된 듯하다. 사실 지금 이 글은 당시 필자가 초벌 정도 수준으로 작성했었다가 내 PC의 내문서함 구석 어딘가에 죽어 있던 글들을 피와 살을 다시 붙이는 작업으로 소생시켰다고 보면 될 듯하다.




필자는 국내 소위 대기업이라 불리는 집단에서 외국변호사 자격으로 정확히 12년 반을 사내 해외법무를 경험해보았다. 사실 업계에 이미 15년, 20년을 넘어서는 경력의 선배님들이 계시고 그분들이 보시기엔 아직도 부족하다 볼 수도 있는 경력일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신하는 건, 순수한 실무 경력만 두고 따졌을 때 필자가 경험한 사내 12년 반이 결코 적은 기간은 아니라고 본다. 이는 국내 기업의 법무조직 구조 특성상 변호사들은 대체로 연차 10~15년 시점에 팀장이나 임원으로 발탁되어 실무보다는 보고/관리 업무에 치중하게 되는 것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겠다.


사내 해외법무 가이드라인


사내 해외법무 가이드라인. 이 주제로 책을 써보겠다는 생각은 경력이 주니어를 끝내고 어느 정도 중견급 경력 변호사가 되던 즈음에 구체적으로 고민을 해보았던 것 같다.


당시 그동안의 업무를 해오면서 내가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어떠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매뉴얼이나 참고도서가 없다는 점이 좀 불편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신입 변호사로 사내 법무팀에 처음에 입사해 많이 헤매기도 했던 것 같다. 계약서 검토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문 의견은 어떻게 쓰는지, 뭐 온통 모르는 거 투성이었고, 선임 변호사들을 귀찮게 해 가며 시간 좀 내어달라고, 물어 물어 배우려고 부단히 도 노력했던 것 같다. 물론, 이렇게 몰라서 실수도 해가며 맨땅에 헤딩해가며 배우는 것 자체가 그 나름대로의 의미와 가치가 있는 공부 방법이기도 한 건 맞다. 몸으로 배운 건 책으로 배운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이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신입일 때 느꼈던 것은 내가 해야 하는 일에 대해 문서화되어 있는 어떤 해외법무 지침서 같은 매뉴얼이나 참고도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어쩌면 대학교, 대학원, 로스쿨의 college life를 9년이나 하면서 교과서와 참고서 읽는 것이 너무 몸에 배어 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나의 갈증을 풀어보려 당시 여기저기 많이 찾아보았던 거 같은데, 필자 기억으로는, 사내의 해외법무를 수행하는 어떠한 방법론에 대해서 시중에 출판된 책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인터넷을 통해서 찾을 수 있는 정보도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런 해외법무 매뉴얼에 대한 생각은 특히 연차가 senior급이 되어 junior 변호사나 법무담당자의 교육을 맡게 되면서 그 필요성을 더 느끼지 않았나 싶다. 어떤 문서적으로 갖추어진 교재가 있었다면 아무래도 training이 좀 더 수월해질텐데. 그때 문득 생각이 들더라. 아, 이들 또한 내가 신입일 때 느꼈던 그 ‘갈증’이 똑같이 있겠구나.


그래서 생각을 했던 게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실무에서 벗어나, junior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이런 교육서 작성에 좀 더 시간을 할애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아주 오랜 기간 해왔었던 것 같다. 현재, 그러한 이유로, 여기 지금 이렇게 부지런히 손가락을 놀려 글을 써대는 것이겠다.


아무튼, 해외 법무에 종사하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여기에 앞으로 연재할 내 글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여기 우선적인 1차 대상자로 사내 해외법무팀에 갓 입사한 junior 직원(변호사 포함)들을 염두하여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보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글을 써보려 한다. 물론 그 외에도 좀 더 관리업무에 비중을 두어야 하는 senior급의 법무담당 임직원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실으려 하며, 좀 더 나아가서는, 법조계에서의 career, 특히 해외법무에 관심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는 현재의 법학도 취준생과 로스쿨 학생들, 미래의 변호사님들께도 간접적인 업무에 대한 체험을 해볼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글을 담으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당부의 말을 드리자면, 내 글에서 영문이 많이 사용되는 것에 불편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예를 들어 적절한 한글 단어가 있음에도 굳이 영어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을 테고 한데, 이것을 두고, 소위 외국물 먹은 티 낸다고 불쾌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굳이 밝히자면, 필자는 청소년기부터 외국에서 살았던 1.5세 교포이다. 외국에서는 교포 용어로 FOB("Fresh Off the Boat")로 처음엔 영어가 서툴러 한국에서 갓 건너온 이민자로 나름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았지만 오래 살다 보니 결국 영어가 자연스럽게 터득되었던 그런 삶을 살았던 거 같다. 대체로 1.5세 교포들의 특징이 한국어로 말하고 소통하는 것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으나 한글 writing 작성 능력은 아주 처참하다는 점이다.


필자의 경우, 성인이 되어 한국에서의 오랜 직장 경험을 통해 보고서 작성 등의 반복적인 훈련으로 한글 문장력이 상당히 늘었지만 역시 아직도 영어로 글 쓰는 것보다 한글로 글 쓰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쓴 바로 전 문장조차도 네이버 검색, 국어사전 확인을 수차에 거쳐서 맞춤법, 띄어쓰기를 확인할 정도이겠다.


앞으로 소개해드릴 ‘해외법무 가이드라인’이라는 내용 자체가 원천적으로 업무 상 영어 사용이 필수이고 그리고 정확한 의미를 한글로 번역하는 것보다는 영어 원 단어를 사용했을 때 좀 더 정확하게 전달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겠고 하여, 필자의 글에서는 영어의 사용을 거침없이 하였다는 점을 미리 알려두는 바이다. 궁금한 점이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댓글을 통해 의견을 달아주시면 이에 대해 성심성의껏 설명을 드리는 것으로 과도한 영어 사용에 대한 독자들의 불편함에 대한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Authored by Slow Walker, 13 April 2022.

- practicing the life of a plodding mediocrity (quote from Benjamin Cardo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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