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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튼튼한 토마토 May 03. 2021

춘천을 간다면 송어회

춘천을 여행하는 모든 이들에게 꼭 말하고 싶다. 춘천을 여행한다면 닭갈비 말고 송어회를 먹으라고. 아니 정확하게는 닭갈비도 먹고 송어회도 드세요. 닭갈비의 고장 춘천을 여행하는데 닭갈비 말고 다른 음식을 먹으라뇨? 이런 질문은 받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닭갈비는 정말 맛있다. 나도 안다. 화로에 직화로 구워 먹는 닭갈비는 진짜 입에서 살살 녹는다. 살짝 타버린 닭껍질의 바삭함과 기름진 맛이 일품이다. 철판에 볶아 먹는 닭갈비는 이것저것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치즈를 추가해서 먹으면 더 맛있다는 걸 모든 사람이 알지 않는가. 이렇게 맛있는 닭갈비를 닭갈비의 본고장에서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하지만 정말 꼭 진지하게 여유가 된다면 송어회를 먹으라고 추천하고 싶다. 


춘천은 송어로 유명하지 않다. 하지만 맛있는 송어회를 파는 숨겨진 맛집이 많다. 사실 송어는 평창에서 처음 양식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에는 송어가 평창 출신 물고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송어의 고향은 북아메리카와 러시아였다. 나 혼자 오해한 거지만 송어의 고향을 알고 난 뒤 조금의 배신감을 느꼈다. 


연어와 유사한 먹음직스러운 붉은 빛깔의 송어회는 기름진 감칠맛이 일품이다. 초장에 푹 찍어 먹어도 맛있고 간장에 살짝 찍어 먹어도 맛있지만 송어회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따로 있다. 차가운 돌판에 올려져 나온 두툼한 송어회 몇 점을 집어서 함께 나온 얇게 썰려진 야채와 초장, 들기름, 콩가루, 들깨를 취향에 맞춰 뿌린 다음 비벼먹는 것. 이 방법이 가장 정석적으로 송어회를 먹는 방법이다. 회덮밥도 아니고 물회도 아닌데 회를 야채랑 비벼 먹는다는 게 조금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한번 먹어보면 왜 이렇게 먹는지 단박에 이해하게 될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춘천의 송어횟집은 춘천역 기준으로 차로 30분 정도를 가야 하는 아주 구석진 장소에 위치해 있다.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매우 불편한 위치이지만 그 횟집은 늘 손님이 많다. 주택가 골목을 굽이굽이 달려 여기에 진짜 식당이 있어?라는 불신이 아주 깊어질 때 횟집은 등장한다. 이 횟집은 엄마가 주변 지인에게 추천을 받아 한번 가봤는데 진짜 맛있었다. 춘천에 부모님이 자리를 잡으신 이후 늘 우리 가족의 외식 메뉴는 송어회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새로운 가족 구성원이 생기면 송어회를 함께 먹으며 새로운 구성원을 환영했다. 


춘천은 닭갈비의 고장이지만 개인적으로 춘천을 생각하면 송어회가 먼저 떠오른다. 회가 나오기 전 미리 나온 밑반찬을 야금야금 집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던 그 시간이 그립다. 가족이 다 함께 모여서 송어회를 언제 먹었는지 모르겠다.  서로 살갑지 않은 가족이지만 그래도 같은 추억의 맛을 공유한다는 건 기쁜 일이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함께 송어회를 먹는 그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춘천에 간다면 송어회를 먹고 싶다. 그렇게 또 한 번의 시간을 함께 쌓아 올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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