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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튼튼한 토마토 May 07. 2021

후추가 너무 좋아

중세시대 혹은 고조선 시대에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느껴지는 몇몇 순간이 있다. 옛날에 태어났으면 별다른 방법 없이 죽어야 했겠지만 의료기술 발전의 혜택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있을 , 상하수도 시스템의 발명으로 쾌적한 삶을 누릴  있을 , 그리고 좋아하는 후추를 마음  뿌려 먹을  있을  나는 현대 사회에   있어서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낀다.


세계사 시간에 배운 내용을 더듬어 보자면 예로부터 후추는 매우 귀한 향신료였다. 후추를 구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항해를 떠났고 후추를 얻기 위해 큰 금액을 지불해야 했다. 그러니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후추를 맛볼 수 있는 지금 이 시대는 조금 부풀려서 후추의 전성기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후추가 너무 좋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설렁탕에 파를 잔뜩 넣고 후추를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뿌려서 먹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라면에 뿌려먹을 때에는 꼭 후 첨으로 후추를 뿌려서 먹는다. 라면을 끓일 때 후추를 넣는 것보다 탱글한 면발에 따로 후추를 듬뿍 뿌려서 먹는 방법을 선호한다. 경양식 돈가스와 함께 나오는 수프에 후추를 마구 뿌려야 맛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 것이라고 믿는다. 오일 파스타, 토마토 파스타 할 것 없이 통후추를 드륵드륵 갈아 뿌려 넣으면 풍미가 향상된다. 스테이크에도 후추는 빠질 수 없다. 후추와 합이 잘 맞는 음식은 꽤 많지만 하나하나 다 열거하자면 끝이 없으니 이 정도에서 예시를 마무리하겠다.


과거의 황금과도 같은 가치를 가졌던 후추를 마음껏 뿌려 먹는 사치를 부리고 있노라면 웃음이 나온다. 만약 내가 돈 많은 귀족이었다면 후추를 구하기 위해 집안의 기둥을 뿌리 뽑았을 것이다. 반대로 가난했다면 후추는 어떤 맛 일까 궁금해하며 후추를 먹는 귀족들을 부러워하지 않았을까. 가난했다면 애초에 후추를 접할 기회가 없어서 부러워하지 않았을 확률이 더 높겠지만.


내 개인적인 사랑과 더불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향신료 후추. 앞으로도 계속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왜냐면 후추는 너무 맛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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