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캉스, 드디어 한 번 해봤습니다
2020년 코로나19로 여행 형태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해외여행은 실종된 반면 국내여행은 차박, 캠핑, 호캉스 등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그중에서도 호캉스는 좋은 접근성과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지난해 가장 활발한 여행법 중 하나였다. 2021년도 상반기까지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태국, 프랑스, 베트남 등 특정 국가를 테마로 한 패키지가 출시되거나 작년 호평을 받았던 24시간 스테이, 워케이션(Work+Vacation) 등의 패키지는 계속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호캉스가 얼마큼 유행했는지 국내여행에서 숙소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나조차 여러 4~5성 호텔의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하며 이용할 만한 딜을 찾아봤다. 물론 해외여행을 갈 수 없는 상황이고, 한국에서조차 마음 편히 돌아다닐 수 없던 상황인 점도 한몫했다. 기왕 안전하게 여행하자는 생각에 객실, 레스토랑, 부대시설 등을 고루 따졌고, 호텔 멤버십 프로그램까지 들여다봤다. 가격까지 고려한 결과, 부산의 파라다이스 호텔과 조선호텔앤리조트(구 신세계조선호텔)의 멤버십에 가입했고, 호캉스 첫 스타트로 작년 10월 말 해운대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호텔을 다녀왔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의 연간 멤버십 프로그램은 식음 전용 '파라디안 고메(35만원)', 가성비 좋은 '파라디안 플래티넘(50만원)', 럭셔리 '파라디안 클래식(150만원)' 3종류가 준비돼 있다.
파라디안 플래티넘을 선택하기 전까지 국내 5성 호텔 대부분의 멤버십을 봤는데, 거의 유일하게 가격 이상의 혜택을 주는 곳이 파라다이스호텔이었다. 타 호텔들은 연회비의 10~20만원은 해당 호텔을 이용하면서 할인을 받아야 메울 수 있지만, 이곳은 달랐다. 그만큼 가격 대비 제공하는 서비스가 많다.
우선 객실은 '디럭스룸 오션 테라스뷰 주중(일~목) 1박'이 제공된다. 일반 패키지(조식 불포함)를 선택해 해당 객실을 이용할 경우 가격은 28~35만원(카드 혜택 등 할인 제외) 선이다. 벌써 연회비의 절반 이상을 객실 혜택으로 채웠다. 다음으로 레스토랑, 베이커리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 5만원 식사권(4매)과 온더플레이트(뷔페) 이용권 2매(온라인 최저가로 이용해도 디너 16만원 상당) 총 36만원 상당의 F&B 혜택이 주어진다. 주요 혜택만으로 연회비는 채워졌다. 여기에 F&B 관련 최대 30% 할인, 시즌 패키지 10% 할인 등 매력적인 부가 혜택도 있어 해운대 호캉스를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1박2일 호캉스를 기준으로 볼 때, 멤버십을 가입하면 오션테라스뷰+씨메르(야외 온천 및 수영장), 투숙 당일 저녁 뷔페, 아침 식사로 베이커리 이용, 점심 호텔 레스토랑 이용 등으로 거의 20시간 이상을 꽉 채워 즐길 수 있다. 여행이든 출장이든 부산을 1년에 최소 5~6번은 가는 터라 지금까지 받은 멤버십 할인 혜택에 대해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하루를 꽉 채운 호캉스를 하기 위해 정각 3시에 체크인을 하려 했다. 그렇지만 갑작스러운 전산 장애로 약 30분간 지연. 직원분의 빠른 대처와 배려로 신관 1층에 있는 라운지 파라다이스에서 대기할 수 있었다. 라운지가 포함된 게 아니라 이렇게라도 구경할 수 있어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5성 호텔다운 서비스다.
티 타임이라 간단한 디저트와 커피, 차 등의 음료를 즐길 수 있었다. 블링블링한 조명과 대리석 테이블, 생화가 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딱 커피 마시고 싶은 시간이었고, 원래 계획도 테라스에서 해변 보며 커피 타임을 보내려 했는데 달달한 과자까지 더해졌다. 브라우니와 웨스틴조선 서울 등 여러 4~5성 호텔에서 보이는 슈를 곁들이며 차분하게 기다렸다. 다행히 예정보다 빠르게 문제가 해결됐고, 라운지에서 체크인을 마치고 15층 객실로 자리를 옮겼다.
1517호 디럭스 오션 테라스 트윈. 예약 시 고층을 부탁드렸는데 아주 괜찮은 방에 배정됐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의 신관은 1999년에 개관해 벌써 20년이 넘은 연륜 있는 호텔이지만, 잘 관리한 덕분에 오래된 티가 거의 나질 않는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베이지 톤의 인테리어가 꽤 마음에 들었고, 테라스까지 있어 개방감도 좋았다.
세면대와 욕실 등과 변기가 분리돼 있고, 소파 베드로 활용할 수 있는 소파도 있어 3인 투숙도 거뜬하다. 방에서 차, 와인 등을 즐길 수 있도록 잔도 다양하게 구비돼 있고 각종 비품도 잘 갖춰져 있다. 어메니티는 록시땅으로 내가 알고 있는 브랜드라 다소 무난한 편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여행 다닐 때 일상에서 쓰던 것들을 다 갖고 다니다 보니 호텔 어메니티를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다만 주변 호텔 마니아들을 보면 어메니티 브랜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개인차가 있는 것 같다.
일단 객실 자체가 깨끗해 만족스러웠고, 가장 기대했던 테라스는 실망시키지 않았다. 모든 뷰가 100% 만족스러웠다.
사실 해운대에서 이 정도의 테라스를 보유하고 있는 5성 호텔이 있을까?(있다면 제보 부탁드립니다) 아직 투숙 경험이 없는 시그니엘 부산의 리뷰들을 둘러봐도 파라다이스만은 못한 것 같다. 길고 좁은 테라스가 있지만 테이블과 의자가 없어 아쉬운 면이 있다.
테라스로 나가면 정면으로 수평선이 보이고 좌측으로는 미포항과 달맞이길, 오른쪽으로는 동백섬과 마린시티 등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너무 고층이면 다른 건물들이 너무 조그맣게 보여 감동이 덜한데 15층이라 딱 좋았다. 사진으로 남기기에도 더없이 좋은 순간들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이왕 호캉스를 즐기러 왔으니 어디 나가지 않고 시간대별로 변하는 해운대의 모습을 진득이 기록했다. 운 좋게도 하늘의 얼굴 또한 매우 맑아 여러 모습을 보여줬다. 그 사진들을 잠시 감상해주셨으면 한다.
특히 정말 좋아하는 부산의 모습, 마린시티 같은 도시적인 그림과 해운대 해수욕장, 동백섬 등의 자연 풍경이 어우러진 야경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호캉스를 하며 배달 및 포장 음식을 즐길 수도 있지만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중식당 '남풍'에서 좋은 기억이 있어서 이번 호캉스에선 저녁과 다음날 아침, 점심을 모두 호텔 내 식당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5성 호텔에서 객실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다이닝인 만큼 파라다이스에서도 빠트릴 수 없었다. 코로나 19가 지속돼 해외여행이 계속 힘들다면 당분간 이런 방식의 여행을 즐길 것 같다. 눈여겨보고 있는 호텔은 시그니엘 부산, 그랜드 조선 부산, 신라호텔 등이다. 잠시 샛길로 빠졌는데 다시 파라다이스호텔에서의 저녁 식사를 되돌아본다.
멋진 야경 사진을 건져 홀가분한 마음으로 본관 1층에 있는 온더플레이트(뷔페)를 방문했다. 평일이고, 코로나19 영향 탓에 좌석 상황이 꽤 여유로워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이 날 특히 좋았던 것 와인 뷔페였다. 원래 음식만 먹기 그래서 화요를 곁들이려고 했는데, 직원분이 오늘 와인 4종(레드, 화이트 각 2종)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고 주문을 말렸다. '오!'가 입 밖으로 나오는 걸 간신히 막고 와인부터 구경. 스페인, 프랑스 등의 와인이 준비돼 있었는데 다 마실만 했다. 음식과 곁들이기 딱 좋은 것들로 말이다.
음식의 경우 전체적으로 괜찮았는데, 특히 회, 샐러드 등의 차가운 전채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육회와 참치가 베스트였고, 베이징덕, 양념갈비 등도 괜찮았다. 일단 와인을 마음 편하게 곁들일 수 있어 만족도가 더 높았을지도. 에그타르트, 마카롱 등 디저트도 준수했다.
다음날 아침은 테라스를 활용해 여행 기분을 한껏 냈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의 F&B 중 접근성이 가장 좋고, 대중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부티크베이커리의 크루아상 샌드위치와 말차 케이크를 커피와 즐겼다. 테라스를 제대로 활용하려고 드리퍼와 원두도 직접 갖고 갔다. 날도 좋아 바다를 보며 여유로운 아침을 보냈다. 크루아상 샌드위치는 조금 먹기 불편했지만 맛이 매우 훌륭했고, 말차 케이크도 적당한 단맛과 밀도 높은 질감이 만족스러웠다. 파라다이스에서 머물지 않더라도 이곳은 매번 들려 새로운 디저트를 맛보고 싶을 정도다.
점심은 호텔 내 중식당 '남풍'. 출장 때 팔진탕면과 군만두를 정말 맛있게 즐긴 기억 때문에 이번 호캉스에서도 남풍을 방문했다. 코스와 단품을 고민하다 점심을 감안해 단품으로 주문. 남풍의 대표 메뉴라는 어자해삼과 계절 메뉴였던 랍스터 짬뽕+탕수육 세트. 그리고 기린 생맥주를 곁들였다. 맥주가 기가 막혔고, 어자해삼과 탕수육 두 튀긴 음식의 상태도 준수했다. 굴소스와 날치알로 맛을 낸 어자해삼의 소스는 익숙하지만 입에 착 감기는 감칠맛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짬뽕은 다소 아쉬웠다. 얼큰하면서 시원한 국물과 갖은 채소는 괜찮았지만 면이 너무 퍼져서 물렀다. 지난 방문 당시 팔진탕면의 면 익힘 정도와 비교해서 많이 부족했다. 또 너무 미지근한 국물 온도 또한 취향에 맞지 않았다.
이 날 고객이 좀 더 많았던 탓이었을까. 기대가 컸기에 동행자에게 미안한 마음도 숨길 수가 없었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의 가장 큰 매력, 바로 '씨메르'다. 오션뷰 테라스와 함께 파라다이스에 오게 된 이유. 노천 온천과 수영장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추운 날씨 상반신은 시원하게, 하반신은 따뜻하게 하며 즐기는 온천은 부산 해운대 여행에서 빠트릴 수 없는 재미다. 씨메르에서 보내는 시간을 위해서라도 다른 호텔을 방문하기가 어려워진다. 멤버십 쿠폰으로 투숙할 경우에는 1회밖에 이용할 수 없지만, 패키지 상품에서는 보통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오전에 생각보다 이용객이 없어 탕 하나를 온전히 즐겼다. 야외지만 혹시 모를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온천하면서도 마스크를 쓴 게 조금 슬펐지만 이렇게라도 휴식을 취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게다가 동남아 풍으로 꾸며진 씨메르는 처음이라 더 색다르게 다가왔다. 출장이 아니라면 이런 온천이나 수영장에 DSLR을 들고 갈 정도로 맷집이 세지 않아 핸드폰으로 대체했지만, 씨메르의 멋진 모습을 제대로 된 카메라로 담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나 크다.
끝에 바짝 붙으면 해운대와 연결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씨메르의 사진 포인트로 유명한 곳이다.
씨메르 안에 담아낸 해운대. 저녁 씨메르도 무척 좋으니 놓치지 말자. 그리고 개인적으로 봄과 여름보다는 바람이 조금 차가워지는 가을과 겨울의 씨메르를 참 좋아한다.
전체적으로 50만원의 멤버십으로 99% 만족했던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에서의 1박2일. 아직 F&B 쿠폰이 한 장 남아 있어 올해 상반기 내로 한 번 더 방문하고 싶다. 코로나19로 여전히 마음껏 돌아다니기가 쉽지 않은데 오션뷰 테라스에서 맥주 한 잔 하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싶다. 시그니엘 부산, 그랜드조선 부산 두 신상 호텔이 있지만 내게 해운대 5성 호텔은 여기가 우선이다.
*당연히 내돈내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