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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균 여행기자 Jan 25. 2021

'여행'이 죄가 된 시대

코로나19 2년차, 계속되는 비극

지난 1년 내내 코로나19 탓에 혹한기를 보냈던 여행업과 달리 OTT 시장은 늘어난 집콕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넷플릭스는 1년 만에 글로벌 유료가입자 수가 전년대비 3,700만명 늘어나 2억명을 돌파했으며, 한국·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57.1%나 증가했다. 콘텐츠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있다. 해리포와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자' 볼드모트의 긴 여정을 그려낸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 전체를 확보했다. 덕분에 몇 년 만에 영화를 다시 봤는데, 볼드모트의 처지가 묘하게 여행업과 겹쳐 보였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여행’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마치 코로나19 확산의 주요 원인이 여행이 된 것처럼 말이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영업제한, 집합금지 업종을 비롯해 많은 소상공인이 형평성을 이유로 정부에 제재 조치 완화를 건의했지만, 정부는 여행 관련 답변에 소극적이었다.


마찬가지로 중대본의 각종 브리핑에서도 여행업 피해와 관련된 언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피해가 가장 크니 제대로 봐 달라고 몇 번이나 외쳐도 돌아오는 메아리는 공허했다. 실제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 8일 발표한 ‘코로나19의 관광산업 영향과 대응방안’ 보고서를 보면, 2020년 1~9월 여행업의 전년동기대비 매출 감소율은 83.3%에 달했다. 1년 전체로 보면 90%를 훌쩍 넘을 것이다. 직원들의 어려움도 상당하다. 고용유지지원금으로 버텼던 대형 여행사도 올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고, 소규모 여행사, 랜드사, 관광청 일자리는 이미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정부의 여행업 지원은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종사자들은 여행산업 자체를 부정당하는 것처럼 느꼈다. 또 ‘이 시국에 여행을?’이라는 말로 어떤 요구도 무력화시키는 것에 분개했다. 소외감은 더 커져만 가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카페와 헬스장의 부분적 영업이 허용됐으나, 여행업은 여전히 멈춰 있고, 논의되는 것도 없는 것 같다.


가만히 있던 중소여행사 대표들도 '더이상 버틸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본격적인 집단행동을 시작한다. 1월25일 국회 앞 생존권 보장 첫 시위를 시작으로, 광주광역시와 부산광역시, 세종, 청주, 목포 등에서 릴레이 피켓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부디 이번엔 그들의 목소리가 정부에 닿길 바라본다.


 지원사업 재개도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숙박쿠폰, 국내여행 조기예약 할인 등 지원 사업의 제한적 운영과 관광객 유치 인센티브 조건 완화, 레저 목적 전세기 운항 허가, 입국자 자가격리 기간 단축 등으로 여행업에 조금의 활기와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 같다. 여행도 결국 이동 수단을 타고 어딜 가거나, 식당과 카페에서 무언가를 먹고 마시는 일상의 연장선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위기에 흔들리는 여행업을 언제까지 두고만 볼 건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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