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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균 여행기자 Jun 20. 2023

여행기자도 결국 K-직장인

요즘 사는 이야기 '트래비 레터'

정말 오랜만의 브런치 업데이트. 


4월 4번째 월요일부터 5월21일까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총 10일간의 국내 출장과 가이드북, 트래비(잡지·뉴스레터) 마감, 그리고 틈틈이 다음 출장 준비까지. 하루 이틀 빼고는 노트북과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여행기자 생활 7년째, 역대 두 번째 고된 시기로 기록됐다. 오랜만에 여행을 쫙 뺀 순도 높은 출장과 마감의 연속.   


‘여행기자는 여행 많이 다녀서 좋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출장이 여행이 될 때도 있으나 이번처럼 업무의 연속일 수도 있으니까. 고충 토로에 앞서 여행기자로서 갈 수 있는 출장의 종류를 알아보자. 주최 기관에 따라 성격은 조금씩 달라지나 크게 팸투어·관광교역전·기획취재·가이드북 4가지로 분류할 수 있겠다.     



여행기자의 출장들

팸투어(Familiarization Tour를 줄여서)는 관광청과 항공사, 여행사, 지자체 등이 주최한다. 새로운 여행지 발굴 또는 신규 상품 개발을 위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가장 보편적인 출장 형태다. 난이도는 무난한 편.   

  

관광교역전(주로 여행업계 전문지이자 트래비 자매지인 ‘여행신문’ 기자가 참여)은 개인적으로 가장 특별한 무대(업무량은 많지만)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태국 등 각 국가에서 열리는 B2B 여행 박람회로, 해당 국가와 전 세계 여행업계 종사자들이 만나는 교류의 장이다. 이 때문에 자국 여행의 매력을 뽐내기 위해 행사, 호텔, 여행지, 식사 등 여러 부분에서 꽤 공을 들인 태가 난다. 아직도 연회 성격으로 애너하임 디즈니랜드를 통째로 활용한 2019 IPW(International Pow Wow, 미국)와 마르세유 파로궁전(Palais du Pharo, 2019 랑데부 프랑스)에서의 밤을 잊질 못한다.     


기획취재와 가이드북은 발주처에 따라 난이도가 천차만별이다. 트래비는 CP사(Content Provider)도 겸하고 있어 여러 지자체와 기업, 관광청과 협업해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공급하고 있다. 물론 기획취재는 지극히 기자의 관심사를 활용해 진행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 ‘여행기자 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쉽지 않은 출장

어떤 출장이든 변수만 없으면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실전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매번 돌발상황은 있기 마련이라. 기획취재와 가이드북 건으로 4~5월에 다녀온 국내 출장(경북 칠곡·대구·전남 해남)은 오랜만에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칠곡과 대구의 취재 콘셉트는 관심사와 거리가 멀어 고민이 컸다. ‘사진 못 뽑으면 어쩌나, 매력 포착 못 하면 어쩌나, 날씨 안 좋으면 어쩌나’ 등의 잡념이 머릿속을 채웠다. 걱정과 달리 출장 초반인 칠곡과 대구는 큰 탈 없이 마무리했다.      


해남 문가든 카페

카페 가이드북과 기획취재 두 건을 해결하기 위해 찾은 해남에서는 주변 여건이 내 마음 같지 않았다. 어린이날 연휴 3일 중 이틀 동안 폭우가 쏟아졌고, 마음에 드는 숙소는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됐다. 게다가 쉽게 생각했던 카페 촬영도 만만하지 않았다. 평소에 먹고, 마실 때마다 사진을 남겨두는 편이라 걱정하지 않았는데, 온종일 음료와 디저트만 피사체가 되니 피로감이 상당했다. 다시 오기도 힘드니 카페 한 곳당 할애하는 시간도 일반 여행지보다 훨씬 길었다. 친절한 사장님들의 음식 권유를 마다하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해남 울돌목 뜰채 숭어잡이

바다와 숭어마저 말썽을 부렸다. 9일째 마지막 일정으로 해남 울돌목 뜰채 숭어잡이를 봐야 했다. 다음날 오후 취재 전까지 원고 한 개를 마감해야 해 무조건 찍어야 하는 상황. 그런데 이게 웬걸. 한 시간이나 기다렸는데 오늘은 물이 안 좋다고 내일 오라신다. 머리가 지끈지끈. 직접 찍은 건 아니지만 확보한 사진을 활용하면 될 것도 같아 고민했다. 하지만 찝찝함은 가시지 않았고 오전 7시에 다시 길을 나섰다. 속도 없는지 막상 뜰채로 물고기를 잡는 걸 보니 신기하고 재밌긴 하더라.     


해남 서성식당의 애호박찌개

더 놀라운 건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라고 10일간의 출장도 마냥 힘든 시간은 아녔다. 중간중간 마주한 풍경과 맛있는 음식 덕일지도. 몇 안 되는 여행의 순간이었다. 칠곡 성 베네딕도 수도원의 이국적인 건축물, 해남 땅끝모노레일에서 본 땅끝마을과 바다, 해남 서성식당의 애호박찌개(광주와 해남 등 전라도 여행 시 맛보기를 추천)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아직 지난 출장의 마침표를 전부 찍지 못해 마음이 무겁지만, 조각조각 흩어져 있는 좋은 기억을 자양분 삼아 오늘도 마감을 향해 달려간다.          


*현재 트래비 레터를 담당하면서 뉴스레터로 이런저런 여행 소식과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번 글은 트래비 뉴스레터 Vol.7의 내용입니다.

https://travie.stib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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