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rry Choo Oct 23. 2022

직장에서 선 지키기






수업을 모두 마치고 나니 7시 반이 되었다. 학생 숙제를 올리고 있는데 한 선생님이 웬 일로 저녁 먹으러 가자고 했다. 바로 오케이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자주 가는 마라탕 집에 들어가면서부터 이미 나는 하루의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 야채와 고기를 주어 담았다. 



내신 대비에 학생들 관리에 심신이 지쳐서 계속 서로가 요즘 너무 힘들다는 말을 했다. 

친한 선생님들끼리 조촐하게 이렇게 저녁을 먹는 것만으로도 서로가 위안을 받고 의지하는 기분을 서로 느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다. 




회사 생활에서 선을 지키자


나에게 회사 인간관계의 목적은 명확하다. 회사에서의 목적은 “편안함"이다. 오로지 목적은 내가 일하는 환경으로서의 편안함이다. 너무 친해져서 서로가 매우 친숙하게 지내는 친구 같은 편안함이 아니다. 그럼 더 거리를 두면서 생활한다. 내가 전혀 좋아하지 않는 인간형이 있다면, 적절한 수준의 맑은 표정만 지으면서 생활한다. 




돈 벌기 위해서 회사에 출근했는데 당연히 회사에서는 사람의 관계가 강제적으로 맺어진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친구관계랑 무의식적으로 헷갈려한다. 


인간관계의 성격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지하고 정의하고 그것이 각자의 몸에 감각으로 붙어있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친구가 나에게 무관심하면 서운하긴 하다. 그런데 회사 사람들이 나에게 조금 무관심을 보인 것이 왜 서운한 거지? 


상망강호
서로 부닥치지 않고 잊고 지낸다


친구 같으면 더 토닥토닥해주고 더 동감해 주었을지 모른다. 그분이 보았을 때 내가 무뚝뚝한 사람으로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걸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그분의 마음을 들어주기만 했다. 





몇 년 전에 어느 동양철학 블로그에서 장자의 '상망강호'란 말을 처음 접했을 때 무릎을 치면서 이거다라고 외친 적이 있다. 바다의 물고기는 다른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각자 살아가는 것이다. 네가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내가 알 바가 아닌 것이다.


각자 적당한 거리를 두고 헤엄쳐야지 서로 가까이 다가온다면 불편하고 경계하는 게 좋다. 


집에 가면서 힘내시라고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선물 드릴까 하고 카톡 선물하기 열었다가 그냥 닫았다. 

여기까지 '선' 넘지 말자.


Peace!



 




매거진의 이전글 왜? 직장인들은 바보가 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