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슈베르트 즉흥곡 D.899

세상살기 힘들었던, 노래하는 낭만주의 시인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청량하고 순수한 느낌을 주는 음악을 자주 작곡했던 슈베르트는 성병인 매독에 걸려서 사망했다. 그의 생애는 가난하고 고됐으며 당대에는 음악가로서 크게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다산 작가인 슈베르트는 천여곡의 가곡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내가 슈베르트를 처음 접하고 좋아하게 된 것은 그의 피아노 즉흥곡을 배우면서였다. 보라빛깔의 애수에 찬 슈베르트 즉흥곡들은 곡의 패턴에 큰 변화가 없이 주된 선율을 계속 반복하는데(왼손 반주도 단순해서 그리 뛰어난 기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워낙 선율이 서정적이고 아름다워서 곡의 완성도(이런 것을 논하기에는 내가 클래식 문외한이라 잘 모르긴 한다)와 상관없이 듣는 이의 가슴을 적신다.


슈베르트는 생전 베토벤을 무척 존경했다고 하는데, 베토벤이 곡을 구조적으로 쌓아나가는 유형이라면 슈베르트는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악상을 그대로 채보하는 천재성을 부여받았다. 어느 유형이 더 훌륭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슈베르트는 변변한 피아노 한 대 가진 것이 없이 (아마도 기타로) 작곡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사실일까?) 이러한 작곡 스타일 역시 가난한 삶에서 일부분 유래한 것으로 보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슈베르트 즉흥곡에서 D. 899의 3번과 4번을 가장 좋아하는데, 이 곡들은 단순하지만 아름답고 낭만적인 서정성을 보여주며(진짜로 보랏빛 향기가 난다) 피아노 초중급 학생들이 치기에도 난이도가 무난해서 연습곡으로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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