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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린 Feb 16. 2021

씻는다는 행위

행위에 대한 단상

가능하면

샤워를 할 때 머리도 같이 감는 것을 선호한다.


습기차는 공간에서

젖지 않은 머리에 스며드는 습한 느낌은 별로다.

머리를 아침에 감으려 하면 저녁 샤워 시엔 필수긴 하지만..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샤워후의 개운한 느낌에 대한 것이다.

지금 그걸 표현하고 싶어서 서론이 길어지고 있다.


더욱이 땀을 흘렸거나 무언가를 하고난 뒤

생긴 나의 더러움을 씻어내는 샤워는

왠지 모르게 나의 속까지도 그 물줄기가 닿는 듯 하게 느껴진다.

오늘 하루 힘들었던 일, 복잡했던 생각 모두모두

씻겨내려가는 기분..

그래서 샤워 후가 더욱 상쾌해진 것 같은

그 기분좋은 느낌. 그 느낌이 좋다.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며 일대일 대화도 하고

수고했다고도 해주면

거울 속 내가 뽀송해진 얼굴로 웃고 있다.

힘내기로. 즐겁기로.

나를 바라보는 따뜻한 내 눈.


거울을 볼 때

나는 분명한 나의 격려자, 든든함이 된다.

나도 모르게 나를 비난하진 않았는지,

그랬던 것이 있진 않았는지

돌아보고 격려하고 하트를 날려준다.

그러다 픽, 웃음이 터지면서 거울대화는 종료.

나 나르시즘은 아니겠지.......이힝


그리고 꼼꼼히 물기를 살짝씩 제거해주고

방에 들어와 화장대에서 다시 거울앞으로.

재빠르게 얼굴에 스킨을 뿌려놓고,

로션과 크림과

바디크림을

물론 시선은 계속 거울 속 나에게 가 있다

깨끗하고 뽀송한 나에게로.

한층 가벼운 얼굴의 나.


씻는다.

죄를 씻는다는 연상작용이 일어나는 샤워.

이런 생각이 들때 나는 절로 기도가 나온다.

이렇게, 깨끗하게 씻어주세요.

무슨 죄를 짓는지도 모르고 죄짓고 있지 않게 해달라고도.. 무지로 죄를 짓는 일은 정말이지 비극이다


또 이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샤워를 하듯 씻는 행위가 필요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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