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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책방 Apr 30. 2020

내가 아는 가장 진실한 문장

진정 살아가는 것은 책으로 배우는 게 아니라 몸으로 부딪쳐가며 배우는 거라지만, 책을 그렇게 쉽게 취급할 수가 없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아끼며 가장 염두에 두었던 내용은 무엇일까?" 하고 묻는 헤밍웨이의 물음이 오래 맴돈다.

며칠 골몰해보아도 답을 댈 수가 없다.

어떤 답안을 마련해봐도 나는 그것을 정말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더 많이 알고 더 깊이 아는 사람들이 자꾸 띈다. 전문성 없는 나를 탓하며 고민은 점점 나를 끌고 내려간다.

노트에 뭐라도 쓰다 보면 대답이 좀더 명료해질까 싶어 목적도 없이 글을 쓴다.

노트에 지루하고 듣기 싫은 투정과 불평만 가득하다.




일요일 아침 모임에서 이 문장을 화두로 다른 이들에게 질문해보았다. 나는 아직 찾지 못했고, 아무래도 찾아내기가 어려운데, 당신들의 "가장 잘 알고 아끼며 가장 염두에 두었던 내용"은 무엇이냐 물었다.

내 협소한 고민보다 넓은 말들이 돌아왔다. '다른 사람보다' 잘 아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내가 가장 잘 알고 염두에 두는 걸 생각해 보면 될 것 같다고.

다시 읽어보니 정말 그랬다.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많이 아는 내용이 무언지 묻는 게 아니었다.




지금의 나는 유일한 나다. 내가 유일하듯, 다른 사람들 개개인도 유일하다. 유일한 개인이 자기의 삶을 쓴다면 그것이 유일한 글이 된다.

나는 그런 한 권에 담긴 유일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만난 유일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주는 것 또한 멋진 일이다.




나와 맞지 않는 데에다 맞춰야 한다고 여기며 몸과 마음을 우겨 넣다가 생채기만 냈다.

내가 쓸 수밖에 없는 것은 내 삶에 대한 것뿐이다.

누구든 내 삶을 내보이며 산다. 그 삶을 잘 가꿔야 한다.

삶을 잘 가꾼다는 것이 남들 보기에 멋진 삶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나보다 더 나은 내 모습이 되도록 만들고, 내 모습이 마음에 들도록 가꾸면 된다.




내가 잘 아는 것을 찾기 위해 밖을 둘러보던 것에서 벗어나기로 한다.

내가 가진 여러 가지들 중에서 가장 잘 알고 아끼는 가지를 찾기 위해 안을 들여다 본다.

그것은 내 안의 신념이나 가치가 되기도 하고,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기도 한다.

이 때 내가 잘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이 아니라, 내가 그들에게서 받은 것들이다.



내 안의 아름다운 가지를 찾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타인을 차단해야 한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너무 많은 사람들을 보지 않기로 한다.

책에 들어있는 한 사람 한 사람들의 깊고 푸른 삶에 잠겨보기로 한다.

그 중 예쁜 색깔을 내게 묻히기로 한다.

나에게 묻은 색깔은 나와 가까운 다른 이에게 또 옮겨가 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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