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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Mar 02. 2024

3월 첫 주 모둠활동 수업 준비, 마음의 준비

- 배정화 선생님의 <오늘도 교사로 걷는 당신에게> 읽기

  3.1절인 어제 학교에 가서 3월 첫 주 수업 준비를 마무리했다. 올해는 고3 수업을 맡게 되어, 1학기에는 '화법과 작문' 5시간을 3개 학급에서 가르친다. 매일 1시간씩  만나니까, 어떤 반은 담임 선생님보다 더 자주 보는 선생님이 될 것 같아서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이전 글에서 소개한 새 학년 활동 중에서 고3에 어울리는 몇 가지를 골라 해보려고 한다. 


  첫 수업에 들어가서 내 이름만 알려주고, 다짜고짜 '3분 시험'을 볼 것이다. "고3이 된 여러분의 준비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보는 겁니다."라고 무게를 잡고 말할 생각이다. '고3이니까 더 열심히 풀겠지, 더 많이 속겠지'라는 생각에 빨리 3월 4일이 왔으면 좋겠다. ㅎㅎ 

  '3분 시험'이 끝나면, 첫 수업 시간에 이것을 한 의미를 멘티미터 서술형으로 아이들에게 적게 하고 함께 생각을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 그 후에는 흔히 '꼬마 출석부'라고 불리는 자기소개서를 적게 한다. 3월에는 계속 수업 시간에 가지고 들어가서 아이들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데 참고할 계획이다. 간혹 수업 태도가 좋지 않은 아이가 있으면, 자기소개서를 참고해서 간단하게 질문하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나눠줄 양식 파일도 첨부한다) 

   


  자기소개서를 걷고, 드디어 교사 소개를 제대로 한다. 많이들 하는 '진실 혹은 거짓'으로 PPT를 만들어서 보여주고, 손을 들어서 5개 중 거짓말 하나를 맞혀보라고 한다. (2차시에 자리표를 보여주고 모둠으로 앉게 할 생각이라, 1차시에는 그대로 앉은 자리에서 진행할 생각이다. 첫 시간에 모둠을 만들 경우에는, 모둠 내에서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선생님의 거짓말 하나를 추리해서 발표해도 좋다.) 이렇게 교사 소개가 끝나면 미리 만들어 놓은 수업용 학급 단톡방에 들어오게 하고, 이모티콘으로 친구들에게 인사하면서 다음 시간을 기약하며 끝낼 계획이다. 


  2차시에는 여학생 2명, 남학생 2명을 기본으로 편성한 모둠 배치표를 화면에 띄워놓고 앉게 하고, 첫 번째 모둠 활동으로 '모둠별 진실 혹은 거짓' 만들기 활동을 하려고 한다. 4명이 한 가지씩 친구들이 쉽게 믿기 힘든 진실을 말하고, 그럴듯한 거짓 하나는 협력해서 만들어 B4 지에 적게 한다. 이때 다른 모둠이 듣지 못하도록 머리를 맞대고 소곤소곤 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마음의 거리도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완성한 내용은 칠판에 다 붙이고, 다시 모둠 내에서 다른 모둠의 거짓 하나를 추리한 후 발표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거짓말 추리를 가장 잘한 모둠은 칭찬해 주고 '선생님이 기억하겠다'라고만 말할 생각이다. 물질적 보상을 굳이 할 필요 없다.)

  이어서 캘리그라피 감성엽서 한 장씩을 나눠주고, '모둠 친구 환대하기' 활동을 한다. 첫 시간에 해도 좋지만, 올해는 '진실 혹은 거짓'을 먼저 하고 하기로 했다. 서로의 사소한 비밀, 신기한 TMI를 나눈 후에 '앞으로도 더 재미있게, 사이 좋게 모둠활동을 같이 하자'라는 마음을 담아 친구 이름으로 3행시를 지어 선물하고, 학급 전체 한 명씩 다 발표하면 교실을 '따뜻한 환대'로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이 바쁜 고3이지만, 천천히 공감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맺게 해서 교실을 내 방처럼 편하고 안전한 곳으로 만들고 싶다. 그래야 공부도 더 잘될 것이고, 서로의 진로와 진학에 대해 조언해주고 상담도 해줄 것이라 기대한다. 마음이 아프기 쉬운 고3들에게 1학기에라도 모둠활동을 열심히 해서, 쉽게 상처받거나 포기하지 않게 하는 마음의 예방주사를 놓아주고 싶다. 


(1) 1차시 

1. 교사 소개하지 않고 3분 시험 보기, 의미 공유 (15) 

  - 멘티미터에 3분 시험을 본 이유 적어보고 함께 생각 나누기

2. 자기소개서(꼬마 출석부) 작성 (10)

3. 교사 소개 - 선생님의 진실 혹은 거짓 ppt  (10) 

4. 학급단톡방 안내, 국어 부장 2명 정하기 (15)

  - 단톡방에 '학번이름'으로 들어와 이모티콘으로 인사하기 (미션)


(2) 2차시

1. 모둠 구성, 자리 배치 안내 (3)

   - 3~4명 모둠으로 활동하는 이유 공유

2. 얼음깨기, 벽트기 활동 (20)

  - 모둠장 정하기, 모둠별 진실 혹은 거짓 작성과 발표

3. 모둠 친구 환대하기 (25) 

 - 모둠 친구 이름으로 3행시 짓기와 발표

4. 다음 수업 안내 (2) - 수능특강 화작, 형광펜, 색볼펜 준비 


  첫 주 수업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작년에 교사 연구년 리더십 과정을 함께 한 배정화 선생님의 <오늘도 교사로 걷는 당신에게>를 읽고 있다. 교사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성장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 있고 때로는 눈물겹다. 교사 된 이후의 생활도 시트콤처럼 유쾌하기도 하고 때로는 뭉클하다. 




  배정화 선생님은 아이들의 외계어를 열심히 공부하며 끊임없이 소통하는 분이고, 이 시대 교사의 힘든 현실에 공감하고 분노하는 분이다. 그리고 공허한 미래 교육과 AI가 지배하고 있는 교육 현실에서 일부러 '후진' 교사가 되어 아이들과 천천히 깊이 읽고 생각하는 교육을 하려는 분이다. 이런 선생님이 같은 시대에 가까운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라도 힘이 나고 용기가 난다. 교무실 책꽂이에 꽂아두고 틈틈이 보약처럼, 비타민처럼, 박카스처럼 꺼내 읽고 싶다. 


수업 준비를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이건 뭥미? 외계어 풀이에 골몰하며 그들과의 대화에 쌉가능한 선생님이 되기 위해 오늘도 달린다. - '쌉가능한 선생님' 중에서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라는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 요새 선생으로 산다는 것, 애들 말로 진짜 '개 힘들다. 그야말로 세상의 모든 완벽을 요구하는 이 시대의 '모범의 대명사로 살려면 체력도 멘탈도 너덜너덜해진다.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도 아닌데 교사로 지내면서 수없이 감정의 파도를 타다 엎어질락 말락 하기를 여러 번 여전히 우리들끼리는 쉬쉬하지만, 마음 치료를 위해 병원에 다니는 교사가 많은 것은 교사들만 아는 아프고 슬픈 현실이다. - '선생으로 산다는 것' 중에서


부모의 자세, 어른의 자리, 스승의 역할을 생각하고 싶다. 나는 조금 시대에 뒤떨어져도 아이들과 따뜻한 손을 맞잡고 싶다. 눈 맞춤하고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은 수업을 만들고 싶다. 기계와 이야기하는 것은 고립을 만들고, 결국 사람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것이지, 사람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 교육의 기본을 잃지 않고 나아가 다가오는 미래에는 어떤 가치 있는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논하는 조금은 '후진' 선생이고 싶다. - '미래 교육과 후진 교사' 중에서



자, 일단 3월 첫 주 준비는 끝인가? 아니다! 평가계획서를 완성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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