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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Apr 16. 2024

'내 유년의 4·16은' -세월호 10주기 추모시 쓰기

  최근 몇 년간 세월호 추모 수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서, 10주기인 올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2014년에 그랬던 것처럼 2024년에도 나는 고3을 가르치고 있지만, 간단하게라도 추모시를 창작하는 시간을 갖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수능특강 문학편에서 4월 16일에 가르칠 작품이 <흑백 사진 - 7월>이라는 시였다. 유년 시절의 추억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인데, 아이들과 이 시를 읽고 분위기를 바꿔서 <내 유년의 4·16은>이란 제목으로 추모시를 함께 써보자고 했다.



  공동 창작 방식은 멘티미터의 'Open Ended'형식을 활용했다. 단톡방에 링크를 올린 후, 아이들이 각자 '내  유년의 4·16은 ~했다'라고 한 문장씩 입력하게 했다. 지금 고3 아이들은 2014년에 초등학교 2학년이어서, 말 그대로 유년 시절이었다. 그래서 세월호 사건 당시와 그 후로 추모 시간을 가지면서 어떤 기분이었는지,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를 적어보라고 부탁했다.




  10분 정도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이 적어 준 문장을 복사해서 내용의 흐름에 따라 하나로 합치니까 <내 유년의 4·16은>이란 제목의 추모시가 완성되었다. 수능특강 교재에 있는 <흑백 사진 - 7월>의 모방시이지만, 고3 학생만이 쓸 수 있는 특별한 작품이 탄생한 것 같다. 단톡방에 완성한 작품과 추모 이미지도 함께 올렸다. 수업을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고, 특히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고2 학생 250명을 제대로 추모하는 방법은 여러분에게 주어진 삶을 더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아요. 단원고 학생들은 고3이 되지 못했지만, 여러분은 고3이 되어 4월 16일을 맞이했지요. 그래서 더 열심히,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무엇이든 노력하면 좋겠어요. 헛되이 보낸 오늘 하루가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살고 싶었던 내일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선생님도 세월호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단원고 12분의 선생님을 생각하며 더 열심히 가르치겠습니다..."



"내 유년의 4.16은 학원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듣고 별 일 없겠지 하며 지나갔다. 처음엔 관심이 없었고 신경도 안썼다. 당황스럽고 놀랐었고 슬펐다. 사고나면 일단 대피하라는 부모님의 가르침을 받았다. 무관심함도 있었으나 많은 이별을 보았다. 뉴스 속 유가족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다. 슬펐고 안타까웠고 애도했고 공감하며 불을 껐다. 추모 포스터를 그렸고 미안했다. 그렇게 함께 슬퍼하며 더욱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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