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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Jun 14. 2024

'남 일 같지 않아서' 하는 독서 모임

- 우치다 타츠루, <스승은 있다> 다시 읽기

  경기도에서 혁신학교 정책이 사라지면서 교사의 전학공(전문적 학습공동체 직무연수) 참여율도 낮아졌지만, 자율적으로 꾸려가게 되니까 장점도 있는 것 같다. 나는 독서교육 전학공을 제안하면서 대표를  맡아 회원을 모집했다. 나 포함 국어샘 3명, 사서샘과 영어샘 1명으로 단출하게 구성되었고,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책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영어샘 빼고는 내가 "같이 할거죠?"라고 물어봤던 샘들이라 위에  '자율적'이라고 적은 게 좀 부끄럽긴 하다.^^;)


  6월에는 우치다 타츠루의 <스승은 있다>를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무지개 독서토론 카드'도 챙겨갔는데, 카드에 적혀있는 내용을 참고해서 낭독도 하고 재미있었거나 궁금한 것을 질문하면서 편하게 수다를 떨었다. 다른 선생님의 이야기가 모두 내 일처럼 느껴져서 몰입이 되었다.

  모임을 마치고 교무실로 올라가는데 '남 일 같지 않아서요'란 말을 해 본 지가 언제였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할 무렵, <스승은 있다>를 다시 읽게 되어서 다행이었다. 




  나는 '침묵 교역'이란 소제목에 있는 내용을 낭송하고 소감을 말했다. 


  "5만 년 전의 크로마뇽인들은 모르는 부족이 보내 온 그 의미도 가치도 '잘 모르는 것'을 둘러싸고 이건가 저건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 같다고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그 자체가 즐거워서 교환을 한 것 입니다. 상상해보세요. 교환은 유용한 재화가 손에 들어오기 때문이 아니라 교환 활동 그 자체가 흐믓하고 기쁘기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아주 유쾌했겠죠."


  위의 내용에서 '교환' 대신에 '모둠활동'을 넣고, '재화' 대신에 '지식'을 넣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현재 시점으로 재구성을 해봤다.


  "2024년 한국의 학생들은 선생님이 나줘준 그 의미도 가치도 '잘 모르는 것'을 둘러싸고 이건가 저건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 같다고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그 자체가 즐거워서 모둠활동을 하고 있다. 모둠활동은 유용한 지식이 손에 들어오기 때문이 아니라 모둠활동 그 자체가 흐믓하고 기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이런 상상은 하다 보니 나도 유쾌해졌다.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이 많은 교실에서, 교사가 때로는 교과서를 있는 그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이 필요함을 새삼 알게 되었다. 교과서 밖의 글을 가지고 와서 교과서와 비교해서 읽어보거나, 정답이 없이 자유롭게 토의할 수 있는 낯선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우치다 선생님은 '사람들은 정말로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 원인과 결과를 뒤바꿔서 알고 있다'고 적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첫 번째 이유로 '친구'를 뽑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나도 독서교육 전학공 모임이 있는 날에는 학교에 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남일 같이 않아서요'란 말이 우리 아이들 입에서도 많이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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