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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Jun 21. 2024

<선재 업고 튀어>의 '선재와 솔이의 방' 분석

- 문학 작품의 내재적, 외재적 접근 방법을 빌려

  2차 지필고사를 앞두고 문제 출제 기간이 되니까, 교무실 출입구마다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패러디 포스터가 붙었다. '선재 없고 출제 중, 문제 난이도 튀어'라는 포스터를 보며 관심이 생겨서 지난 주말부터 보기 시작했다. 




 6화까지 보니까 다소 늘어지는 인물 간의 갈등 양상과 예상되는 전개 과정 때문에 집중도가 떨어져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드라마의 줄거리나 캐릭터 대신에 내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주인공의 방'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한다. 전공(?)을 살려 문학 작품의 네 가지 접근 방법을 응용해서 먼저 주인공 류선재와 임솔의 방을 분석해보 재미있을 것 같다. 


1. 절대론적 관점 (작품 구조)

  수영 선수가 꿈인 선재의 방은 '마린, 마린, 마린'이 가득하다. 침구류, 의자, 서랍장이 모두 파란색과 흰색이고 침대 위에는 커다란 수영 사진도 있다. 대회 출전과 전지훈련이 많은 것을 나타내려고 스티커가 많이 붙어있는 여행 가방 여러 개를 갖다 놓았고, 빨간색 운동 기구와 다양한 모자도 존재감이 빛난다. 솔이의 방보다 정리 정돈이 잘 된 모습은 선재의 목표 의식과 자기 절제를 보여주는 것 같다.





 영화감독이 꿈인 솔이의 방은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주려고 핑크, 오렌지색으로 꾸몄다. 카메라, 카세트 테이프, 영화 포스터 같은 소품들로 방안을 채워서 솔이의 꿈이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거울을 감싸고 있는 둥근 조명은 배우의 분장실을 연상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2. 표현론적 관점 (작가)

  <선재 업고 튀어>의 작가와 감독은 40대 전후의 나이로 보인다. 그래서 2008년의 10대 감성과 유행하던 문화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이시은 작가는 인터뷰에서 "내가 07학번인데 (2000년대 초반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 이들이 10대 때 선재와 솔이의 방처럼 꾸미고 살았을까? 그 정도로 '투머치'는 아닐 것이다. 아마도 작가가 실제 해보지 못한 방 꾸미기를 실현하고 싶은 욕망이 엿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 이후로 가까운 과거를 다루는 우리나라 드라마는 지나치게 생활 소품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제작진의 노력은 인정하고 싶지만, 드라마 본연의 다른 요소가 상대적으로 부실하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적당히 해도 괜찮을 것 같다. 



3. 반영론적 관점 (시대 현실)

  2008년이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던 시기이다. 1인당 국민소득도 2007년에 2만 달러를 넘어섰다. 그래서인지 식당을 하는 선재네도 그렇고, 비디오 대여점을 하는 솔이네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운동하는 선재의 뒷바라지를 확실하게 하고, 솔이의 방을 카메라로 가득 채울 정도면 두 주인공의 아빠와 엄마는 월세 걱정 없는 건물주인 것 같다. 그걸 잘 모르는 외국의 한류 드라마 팬들은 잘 사는 나라, 코리아에 대한 환상이 더 커질 것 같아 기분이 좋기도 하고 약간 언짢기도 하다. 요즘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갈수록 어렵다는 뉴스도 생각나고...


4. 효용론적 관점 (시청자)

  시청자의 연령과 경험에 따라 다르겠지만,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 세대인 나는 선재와 솔이의 방이 진짜 많이 부러웠다. 선재와 솔이 방을 장식하고 있는 온갖 부착물을 보면서 '벽지는 괜찮으려나?' 하고 생각하는 나의 좀스러움도 부끄러웠다. 

  그래도 선재와 솔이의 꿈과 사랑을 계속 응원하고 싶다. 드라마를 끝까지 보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솔이가 과거로 돌아가 자기 방을 돌아보며 감동하고 건강한 두 다리를 내려보며 뭉클해하는 장면은 아름다웠다. 18살 선재와 솔이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열심히 도전하고 심각하게 좌절하다가 다시 이불을 걷어차고 벌떡 일어나는 아이들이 살고 있는 청춘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 문학 수업을 할 때, 아이들에게도 드라마의 장면과 사진을 보여주고 '선재와 솔이의 방'을 네 가지 관점으로 분석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나보다 더 나은 분석이 나올 것 같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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