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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Jun 27. 2024

생기부 기록, 'ChatGPT'보다 'Chat'하기

  글을 쓴다는 것은 누군가 읽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이끄는 몸짓이다. 그 '누군가'는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느끼는 사람일 수 있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나 잘못된 생각을 고쳐주고 싶은 사람일 때도 있다. 


 그럼  생기부 기록은 누구를 위해서 하는 것일까? 이미 여기에 '생기부 교과세특은 대학보다 아이들을 읽고 용기를 내라고 쓰는 것'이라는 글도 썼지만, 다시 생기부 기록의 계절인 7월이 오니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간다.  


  AI의 열풍 속에서 ChatGPT의 도움을 받아 생기부를 적는 교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호기심이 생겨 정보를 조금 찾아보았다. 교과 세특의 경우에는 교사가 수업의 성취 기준과 기대 역량, 주요 활동과 학생의 특성 등을 입력하면  한 편의 글로 합쳐서 '짠~' 하고 완성이 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하지면 유료로 전환해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아서, 처음엔 달콤하지만 뒷맛이 무지 쓴 초코렛을 한입 베어 물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ChatGPT로 생기를 쓰는 것에 대한 기사도 있어서 걱정이 되었다. '입시 공정성을 흔드는 AI'라는 부제목이 자극적인데, 기사 내용에서도 대부분의 교사가 AI 프로그램을 문장 표현을 다듬는 보조 수단으로 쓰고 있다고 밝혀서 앞뒤가 맞지 않았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는 유료 ChatGPT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전하기도 했는데, 긁어 부스럼이라고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 같다. 


  사실 교과세특을 비롯한 생기부 기록은 교내에서 연수를 많이 하고 교차 점검도 하며, 교육청도 점검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ChatGPT가 써준 내용을 그대로 붙여 넣기 하는 것은 강심장이 아니라면 어렵다. 그리고 ChatGPT에 교육과정, 수업 내용, 학생에 관한 누가 기록을 모두 입력할 정도의 노력이라면, 차라리 그냥 사람의 손으로 쓰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요즘 교무실에 가보면 선생님들의 책상 주변은 학생들이 제출한 수행 평가 결과물이 가득하다. 생기부 기록에 참고하기 위해, 아이들의 쓴 글을 밑줄치며 다시 읽는 모습도 보인다. 2차 지필고사 출제를 마치자마자, 생기부 기록 때문에 다시 초과 근무를 하는 분도 많다. 


  이런 노력과 함께,  나를 포함해서 교사들이  ChatGPT 활용에 들일 시간을 '학생과의 Chat'에 쏟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일대일 면담도 좋고, 종이나 온라인 설문지를 통해 학생들이 배움과 성장에 관해 묻고 이야기를 들으면 수다를 떨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나도 수능특강에서 읽은 글이지만, 비문학 지문에 이어서 아이들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문학 작품'이 무엇인지 묻고 그 이유를 적도록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쓴 '생각넓히기' 글을 읽고, 모방시를 다시 감상하면서 한 명 한 명의 배움의 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고3이라 많이 못 했지만, 모둠토의에서 맡은 역할과 퀴즈 활동에 대한 참여도도 함께 기록하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물론 올해 3개 학급만 수업해서 조금 여유가 있지만, 200명이 넘는 아이들의 교과세특을 기록한 해에도 아이들이 쓴 글이나 발표한 내용을 일부라도 직접 혹은 간접 인용하며, 아이들의 고유성을 교과세특에 담기 위해 애썼다. 때로는 후배 교사가 열심히 쓴 교과세특을 읽고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이처럼 생기부를 쓴다는 것의 의미는 '너는 너만의 생각과 태도를 지니고 있어. 그걸 선생님이 발견했어!'라는 메시지를 미래의 학생들이 보라고 남기는 것이 아닐까? AI는 모르는 이런 마음을 소중히 여기면서, 아이들이 남긴 배움과 성장의 흔적을 들여다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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