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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Dec 04. 2024

국회에서 흥분한 시민을 안아준 계엄군!

- '현대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사' 활동지 공유


- 브런치스토리에 5년 넘게 글을 쓰면서 하루에 두 번 글을 올린 날이 없는데 오늘이 그날이다. 나도 비상사태를 선포한다!


국회에서 흥분한 시민을 말리며 다정하게 안아주는 계엄군 사진을 봤다. ㅠ.ㅠ 계엄군으로 차출된 군인들도 지금 교사들이 수업 시간에 만난 아이들이다. 교사가 되고 처음에는 한국 현대사의 민감한 사건을 다룬 시와 소설을 피했다. 하지만 10년 전쯤부터는 문학을 맡으면 '현대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사' 수업을 했다. 신동엽, 김지하, 김남주, 황지우의 시를 읽고 4.19와 5.18 다큐, 영화 1987도 잠깐씩 보여줬는데, 학기말 설문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으로 항상 1등이었다. 



역사 시간에 설명으로 접하는 것과 함께, 소설 <소년이 온다>처럼 문학으로 만나면 아이들의 마음에 더 오랫동안 남아있는 것 같다. 국어 시간에 읽은 시와 소설을 떠올리며, 적극적으로 의원들의 진입을 막지 않은 군인이 계엄군 속에 한 명이라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내년 봄에도 <문학으로 만나는 한국 현대사> 수업을 꼭 할 것이다!


그리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다큐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전남도청에서 끝까지 저항하는 시민군을 사살하고, 즐비한 시신 옆에서 군가를 부르는 공수부대의 모습이다. 단 한 명의 계엄군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입을 굳게 다물고 군가를 부르지 않았다. 이를 촬영한 외신 기자도 그의 모습을 줌으로 당겨 찍었다. 그의 참담한 마음을 알아챈 것이다. 



학교 교실에서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평등한 관계에 기반한 진솔한 소통이다.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에 바탕을 둔 토론과 합의 문화의 경험이다. 2024년 12월 3일, 12.3 사태를 통해 느낀 것이 정말 많다. 교사이기 전에 한 명의 어른으로서 명령에 무조건 따르는 기계가 아니라,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양심으로 행동하는 아이들을 길러내면 좋겠다. 아이들이 우리 마음대로 되진 않지만, 그저 최선을 다하면 좋겠다. 


-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 중에 선생님도 많아서, '현대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사' 활동지를 다시 공유해요. 지필고사 끝나고, 혹은 내년에 활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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