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심폐소생술

2. 감사의 힘

by 장쩸마


며칠 전 만난 친한 지인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이만큼 힘들었으니 이제 좋은 일만 있을 거야.’


예전 같았으면 아마 그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을 것 같다.


이만큼 힘들었는데, 설마 힘든 일이 또 있겠어? 라는 막연하지만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 많은 일들에 치이다 보니 이제는 이 힘든 일이 지나가고 나서도 또 다른 힘듦이 언제든 또 다시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생겨났다.


일생동안 겪는 불행에 총량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만큼 총량을 채웠으니 이제 앞으로의 날들은 좀 낫겠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경험을 여러 번 하다 보면 불행에는 총량이 없을 것만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이제 끝인 줄 알았는데, 힘든 일은 또다시 찾아왔으니까.


이렇게 생각이 바뀌게 된 건, 자꾸만 반복되는 고통에 뇌가 학습이 되어버린 결과일까, 아니면 내 안에 긍정의 힘이 바닥이 났기 때문일까.


이유가 무엇이든, 내 마음속에 긍정의 기운보다는 부정의 기운이 더 많이 자리하고 있다는 건 확실해 보였다.

이건 큰일이다.


일례로, 라면도 먹으면 먹을수록 더 먹고 싶어지고, 더 자주 먹고 싶어진다. 그런데 안 먹으면, 또 별로 생각이 안 난다.


우리 마음속 생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면 할수록 부정적인 생각은 더 많아질 테고, 빈도수도 더 높아질 것이다. 마음속에서 부정적인 기운이 몸집을 점점 더 키워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희망이나 긍정적인 기운이 마음속에서 있을 공간이 줄어든다. 게다가 뇌가 그것을 생각하지 않는 만큼 빈도수는 더 줄어들게 될 것이다. 마음속에서 긍정의 기운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마음속에 부정적인 기운이 더 많으면 그만큼 희망이 자라기는 힘이 들 텐데, 그럼 이대로 마음이 부정적인 기운에 잠식되도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부정적인 기운에 짓눌리면 내 마음은 소생할 기운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만 달리해보면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생각해 보면, 불행에 총량 따윈 없어!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 내게 생긴 습관 같은 것이 있었다.

바로 감사다.


또 다른 불행이 찾아올까 불안함이 커진 대신, 그 불행이 일어나지 않은 오늘이 무한히 감사해졌다.


아이가 두 돌쯤, 크게 다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똑같은 곳을 크게 다치는 사고가 세 돌쯤 어린이집에서 또 일어났다.


그 후로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돌아설 때마다 불안함이 앞선다. 오늘은 괜찮을까. 오늘은 무사할까.

그래서 하루도 빠짐없이 돌아서서 걸어오는 길에 빈다.


‘오늘 하루, 우리 아이, 그리고 다른 아이들 모두 아무런 사고 없이 즐겁게 있다가 엄마 아빠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하원할 때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면 오늘 하루가 무사히 지나간 것에 무한히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아이와 오늘 어린이집에서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 주거니 받거니 말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그 길이 그렇게 평화롭고 즐거울 수가 없다.


내 상황은 여전히 고통스럽고 한 줄기 빛도 안 보이는 것 같지만,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가볍고 웃음이 난다.

나는 그것이 감사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감사로 인해 웃는 순간이 늘어날수록 긍정의 힘이 마음에 돌아오는 순간 또한 빨라지리라 믿는다.


그러니 내게 있어 감사는 마음을 소생시켜 주는 심폐소생술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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