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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좋은 날

by 박요나

날씨가 좋아요. 바람이 좋으네요.

새하얀 햇빛아래 비누향나는 빨래를 말려도

좋을것 같아요.


날이 좋아서 좋아요. 여름나무들도 수줍게

초록 손가락을 뻗네요.

이런 날은 혼자 걸어도 좋아요.

사거리 신호등에 내 그림자를 재어보고.

길게 늘어선 차들도 한가롭게 보이네요.


오늘은 그래요. 날이 너무 좋아서 그래요.

죽기에 딱 제격인 날이라서 그래요.

마당에 널린 하얀 이불처럼

바람에 펄럭이는 빨래처럼

발없는 새처럼 나도 이제 내려앉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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