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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중년 남자 Jan 23. 2024

취미 부자가 돼볼까 8

번역, 출판하기

중국어와 중국 문학을 전공으로 삼다 보니 나에게 중국어 번역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익숙한 일이다. 그렇다보니 중국어 번역은 어쩌면 직업적인 부분의 일부라고도 할수 있지만, 번역을 주업으로 삼는 건 아니니 한편으로는 취미라고 해도 굳이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물론 설렁설렁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무척 힘들기 때문에 맘 놓고 즐기기 어렵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취미와는 다르지만, 또한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큰 보람을 느끼고 좋아하기에 크게 보면 취미로도 볼수 있을 것이다. 


  그냥 필요에 의해 수시로 하는 번역과, 출판을 위한 번역은 물론 많이 다르다. 정확하고 깔끔한 번역으로 원작을 독자에게 이어줘야 하니 책임감도 크게 따르는 어려운 작업이다. 그래도 힘든만큼 또 보람도 큰 것이 번역이다. 돌아보니 번역, 출판을 종종했다.      


  재작년에 의뢰를 받고 작년 1년 동안 본격적인 작업을 해서 연말에 완성, 기한에 맞추어 넘긴 대만의 무협소설이 있다. <아비검전전>이라는 제목인데, 아마 조만간 한국에 출판이 될 것이다. 사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소설이 대만, 한국 합작의 영화로도 제작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나 또한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또한 장기적으로 무협영화를 2-3편 만들 계획이 있기에 더 흥미를 느끼고 적극적으로 번역에 임했던 작품이다. 하하


  거슬러 올라가 내 첫 번역, 출판 작품은 2008년에 출판한 <중국 대련예술>이란 책이다. 상하이 푸단대학에서 박사를 할 때, 나를 지도해주신 지도교수님이 쓰신 책이고, 그런 인연으로 번역에 나서서 완성한 케이스다. 고전 중국어로 씌여진 작품이 대다수라 번역이 정말 쉽지 않았고, 도저히 의미를 몰라 방학 때 상하이에 들어가 교수님과 앉아서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40년대 상하이를 대표했던 여류작가 장아이링의 산문을 선별하여 두 권으로 번역, 출판한 적도 있다. 2011, 2015년도에 각각 책을 냈는데, 따라갈 수 없는 감성의 소유자면서 복잡하고 예민한 20대의 천재 여류작가의 작품인지라 이 또한 어지간히 애를 먹었다.        


  몇 년 전에는 영화를 한편 번역하기도 했다. 섬세한 스타일을 가진 여류 감독의 작품이었는데, 세상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동시에 어렵기도 한, 엄마와 딸에 관한 이야기였다. 영화 번역은 문학과는 또 다른 성격이라 짧고 효과적으로 옮겨내는 것이 또한 어려웠다.      


  번역은 말 그대로 제2의 창작이고 많은 것을 요구하는 고도의 지적 행위다. 전문 번역가에 대한 대우가 좀 더 좋아져야 하고, 번역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인식이 지금보다 훨씬 더 제고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번역을 좀 쉽게 보고 낮춰보는 경향이 여전히 좀 강한데, 바뀌어야 한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인공지능이 어쩌구 해도 여전히 정확한 번역은 절실하며 그 수준에 가 닿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나 역시 매번 한계를 느끼고, 할 때마다 다시는 번역 출판은 맡지 말아야지 생각하지만, 의뢰가 들어오면 또 나서게 된다. 하하. 이번에 완성한 무협소설 <아비검>의 다음 이야기도 계속 번역에 나서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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