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귀신이라니 <천녀유혼>
홍콩영화가 아시아 일대를 강타하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1987년,
낯선 영화 한편이 나타나 아시아 남자들을 홀렸으니,
그 영화는 바로바로 왕조현이라는 신인 여배우를
아시아 최고의 미녀배우로 등극시킨, <천녀유혼>이라는 영화다.
당시는 책받침이 인기의 척도가 되던 시절,
남학생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미녀로는 3인방,
즉 브룩 쉴즈, 소피 마르소, 피비 케이츠가 삼분하던 시절이었다.
물론 각각의 매력은 뛰어났고
지금도 전설로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천녀유혼>의 출현으로
미인의 판도는 바뀌게 된다.
많은 의견이 있었겠지만
당시의 많은 남학생들은
왕조현을 맨 앞자리에 위치시켰다.
이렇듯
나를 포함한 수많은 십대 남학생들은
미인의 기준을 왕조현에 새로 맞추게 되고
현실에는 있을 턱이 없는,
왕조현 닮은 여학생을 찾아 삼만리를 헤메고 다녔다.
당시에는 이런 허풍이 유행했다.
가령,
어제 미팅에 나갔는데 왕조현 닮은 애가 나왔더라.
아침 버스 정류장에서 왕조현 닮은 애를 봤다 등등. 하하
그리하여
2024년 만들어진 필자의 첫 장편영화에서도
왕조현 닮은 여학생을 쫒아다니는 주인공들 이야기가 나온다 ㅎㅎ
기대해주시길.
자,
영화가 큰 인기를 끈 이유는,
물론 왕조현의 비현실적인 미모도 큰 몫을 했지만,
신비롭고 애절한,
잘 짜여진 스토리도 일품이었다.
선비와 귀신의 만남,
하룻밤의 인연, 그리움.
장국영의 눈부신 외모도 물론 빠뜨릴수 없다.
이후 스타덤에 오른 왕조현이
다른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이 영화 <천녀유혼>의 인상을 넘어서지 못한 것은,
그만큼 그녀에게 딱 맞는 옷을 입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청순하면서 그윽한,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극대화시켜준 캐릭터.
80년대 말, 90년대 초는
홍콩영화를 참 많이 보고 좋아하던 시절이다.
좋아하는 홍콩 스타들이 참 많았고.
더불어 그 시절은
한창 호기심 많고 혈기 왕성한 10대 후반이었으니
매일 매일이 새롭고 재밌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때 그 시절
왕조현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고마운 배우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