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영원
나는 이별의 문턱에서 웃고만 있었다
‘매사에 긍정적일 필요는 없어.’라고 그가 말했다.
그 말을 남기고 뒤돌아서는 너를 바라보면서도 나는 허허실실 웃기만 했다. 사람들은 내 바보짓을 한심하다는 듯이 비웃었지만 누가 뭐라 해도 상관없었다. 나는 웃고 있었으니까.
사람들은 너무 쉬웠다. 만남의 말도 이별의 말도. 수많은 말들을 쉽게 뱉어버리곤 주워 담지도 못할
그 말들에 변명을 덧대곤 했다. 나는 그게 싫었다. 쉬워야 할 것과 어려워야 할 것을 구분 짓지 못하면서 또 감정이 식어버리도록 찬물을 끼얹는.
어떤 영화에서 그랬다지.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안다고. 사람들은 내 웃음이 계속되는 걸 그저 같잖게 치부했지만 유심히 들여다보았다면 예측 가능한 당신들의 행동에 웃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을 텐데.
그렇다고 내가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세상을 판단하고 있었다는 게 아니란 걸 이 자리에선 밝혀두고 싶다. 난 그저 심각하다고 평가 받아왔던 나의 말과 행동들을 지우려 노력했던 것이다.
그 이외의 것들은 모두 쉬웠다. 사람들과 감정싸움을 할 필요도 없었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조금만 기울인다면 비아냥거리는 말투는 필요 없었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이 내 웃음에 태클을 걸기 시작하면서부터 즐거웠던 웃음이 조소로 변하기 시작했다. 애써 진지한 척, 잘난 척, 있는 척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자신들도 알고 있을 텐데 왜 그 척 아래 나를 두려하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웃음기가 가실 즈음 입꼬리가 다시 올라갔다. 그냥 웃어넘기자고 쓰잘떼기 없는 생각들은 버리고 가볍게 살자고, 나는 이별의 문턱에서도 그렇게 웃고만 있었다.
채풀잎 에세이 <보이지 않는 영원> 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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