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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트라냥 Nov 15. 2023

사회생활 D+1

반갑지만은 않았던 첫 걸음

이 매거진은 4년 차 콘텐츠 마케터인 제가 실제 겪은 일을 시간 순서에 따라 편집한 글입니다. 우여곡절 많았던 4년간의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제 이야기가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반갑지만은 않았던 첫 걸음


- 우리 딸 축하해! 잘할 수 있을거야.

- 야, 넌 역시 취업 빨리 할 줄 알았어.


졸업도 하기 전 시작된 나의 첫 사회생활. 꽤 규모가 있는 회사에서 시작되었다. 조 단위의 매출, IT기업의 성지이자 땅값 비싼 동네로 유명한 판교에 떡하니 사옥이 있는 중견기업이었다. 다들 부러워했고 부모님께서도 워낙 유명한 회사라 아주 좋아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쩌면 그런 반응들 때문에 그 회사에 들어갔던 것 같다.


첫 출근 날.


워낙 큰 건물인지라 건물 자체가 주는 위압감도 컸다. 불현듯 취업 상담 센터 상담사의 말이 생각났다.


- 여기 포지션이 계약직이긴 한데요. 그래도 처음 사회생활 경험으로는 나쁘지 않을거라고 생각해요. 인턴 한다고 생각하고. 일단 들어가는게 중요해요.


계약직. 내가 계속 마음에 걸렸던 것은 계약직이었다. 정규직과 계약직이라는 단어가 주는 사회적 간극은 너무나도 크다. 그 간극이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고 작아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뭐 어쩌겠어. 다른 누구들처럼 오랫동안 취업 준비를 할 순 없는 상황이었다. 일단 나라도 빨리 돈을 벌어야 했다. 그 땐 몰랐지만 지금 와서 보면 풍족한 환경이 분명 더 나은 상황을 만드는 것은 확실하다.


인사팀에서 알려 준 출근 시간은 8시 30분이었는데 긴장한 나머지 7시 30분에 도착했다. 괜히 화장실에도 가보고 로비의 카페도 가보고 근처를 걷기도 하며 8시 30분까지 시간을 보냈다.


8시 45분... 9시... 9시 40분...


메일을 수십 번도 더 확인했다. 인사팀 담당자는 한 시간이 넘도록 오지 않았고 첫 사회생활의 첫 시작은 인사 담당자에게 '1층에 도착해 있는데, 혹시 어디로 가면 되는지' 물어보는 문자였다. 10시가 되자 가는 중이라며 답신이 왔다. 10시 15분이 되어서야 까먹었다며 미안한 기색도 없이 담당자가 왔다.


계약직 입사일이라 신경을 안쓰는건가? 채용이 취소된 것은 아닐까? 만약에 그렇다면 사람들에겐 어떻게 말하지? 기다리는 시간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계약직 입사일이라 그랬나봐'는 자조적인 혼잣말을 속으로 삭혔다. 그렇게 자격지심으로 똘똘뭉친 나의 사회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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