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abica Duck Oct 09. 2022

섬에 있으면 바다를 가고 바다를 가면 무얼 할까

둥 떠나니기에 대해



 섬에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바다를 가까이하며 산다는 것을 의미하고 또 섬이 작을수록 더 많이 바다를 접할 수 있다. 일전에 제주도에 살 때 그리고 다카르의 작은 섬 은고에 있는 것처럼. 처음 바다의 매력에 빠진 이후로는 바다 근처에 사는 것이 목표가 됐다. 바다 근처에 살며 무슨 일을 하며 살지, 또 그 좋아하는 바다를 얼마나 자주 갈지에 대한 것 등 장기적이고 복잡한 문제들을 뒤로하고 은고라는 섬에 일주일을 보내며 해수욕장에 가보고, 발만 담가보고 그리고 물속에 들어가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수영을 한 이래로는 매일같이 바다에서 수영을 했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 가족과 수영을 다녔다. 나는 혼자 자유로이 수영을 하고 부모님은 수업을 들었는데 그 시간이 좋았던 것은 나는 내 시간을 온전히 누리며 나 스스로만 생각하며 수영을 할 수 있었다. 그런 시간을 뒤로하고 지금 이곳에서 수영을 할 때는 늘 포쿠라는 친구가 함께한다. 포쿠는 뭐랄까 예술가로 왠지 도전을 계속하는 타입인데 늘 나에게 같이 하자고 한다. 나는 그런 포쿠가 좋기도 하지만 이따금 귀찮아지기도 한다. 그렇게 같이 수영을 해 어딘가 가기로 하면 언제나 나는 포쿠 뒤에 있다. 사실 포쿠가 나보다 수영을 잘하는 것이 분하지는 않지만 인정하는 것도 싫고 뒤쳐졌다는 그 기분을 느끼기 싫다. 경쟁을 유발하는 상황이 싫다.

 경쟁은 나아가게 하지만 나는 의문을 던진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꼭 좋은 일인지. 이는 우리나라 그리고 나라는 개인이 삶에 여유를 챙길 정도로 발전하고 가진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환경에서 태어난 다른 나였다면 생각하지 못할 것을 지금 나는 던진 것이다. 어쨌든 그런 나는 나 자신과의 싸움 이외에는 경쟁은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물론 스스로와의 경쟁을 하는 중에 남들과 경쟁도 하게 되지만 남들의 결과는 신경 쓰지 않고 내가 만든 나의 성과에 스스로 만족하고 납득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마치 수영장에서 나만 돌아보며 더 나은 자세와 효율적인 동작을 연구했던 것처럼.

 사람들이 바다로 가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나의 이유를 말하면 나는 물속에 둥 떠있기 위해 바다에 간다. 허리에서 가슴 정도께 올라오는 곳에 가 잠수를 한다. 몸이 다 잠기면 바닥에서 발을 떼고 손으로 깍지를 껴 발을 감싼다. 깍지 낀 손 외에는 몸에 힘을 푼다. 어느 곳에 힘이 들어가면 힘을 빼고 말 그대로 둥 떠있는다. 바다에는 언제나 세든 약하든 파도가 있고 파도가 이끄는 대로 흐른다. 그렇게 자연과 하나가 되는 과정 내지는 가까워지는 과정을 밟는 것이다. 그렇게 한 숨이 끝나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쉬곤 이를 반복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왜 좋아하는지 물으면 그 사람의 어떤 면이 좋다고 말을 하지만 사실 그 사람의 그런 면은 다른 이에게도 있다. 우리는 ‘그저’ 그 사람이 좋은 것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의 어떤 부분도 좋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내가 바다에서 이렇게 잠수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저’고 그 외의 이유는 부가적인 것이다. 이를테면 물속에 잠겼을 때 보이는 물고기들이 먹이를 찾아다니며 움직이는 것, 물결을 타며 나와 물고기가 앞뒤로 흐르는 모습, 모래가 바위에 쓸릴 때 내는 평온한 마찰음, 또 아무것도 없을 때의 고요함, 맑은 물을 뚫고 들어온 햇빛과 같은 것들. 다 바다에서 잠수를 좋아하는 와중에 좋아하게 된 것들이다.

나에게 자연이란 이렇게 평화로운 곳이다. 살육의 현장과 생존을 위한 사투도 어딘가에서 늘 벌어지지만 사실 인간의 잔인함에 비하면 이는 크게 눈에 띄지 않을뿐더러 내 취향은 아니다. 파도는 생동감을 연출하고 절벽은 생존의 표증이지만 나는 벼랑의 나무가 강한 바람에도 흔들림 없이 버티고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 고요와 평화 말이다.

 나이가 들면서 나에게는 두려움이 늘고 있다. 안정의 매력을 새로 알게 되면서 예전이었으면 극구 부인했을 것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도전과 불안정에 대한 욕구가 줄어들었는데, 안정에 대한 욕구로 표출되는 것이 바다에 둥 떠다니기다. 그런 평화를 누리며 내 안에 차분함을 지니고 살고 싶다. 아직도 불 같은 면이 남아있어 쉽게 욱하기도 하지만 바다에 나를 담금질할 때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0에서 시작하는 기분을 느낀다. 쉽게 화내지 말고 살자, 마음의 평안을 누리자, 자연에 몸을 맡기고 따르며 살자. 자연으로 돌아가자. 내가 좋아하는 자연에 머물자. 나는 경쟁보다 공생이 좋다. 자연을 늘 보고 배우며 살고 싶고, 매일 조금씩 자연을 닮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종차별, 차이와 차별은 다르다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