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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선샤인 Feb 08. 2022

매일 아이에게 화내고 후회하는 당신에게

<엄마의 화 코칭>을 읽고

매일 화를 내는 엄마가 되었다




새벽 6 둘째의 짜증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소리를 지르며 방으로 들어와  켜달라고 울부짖는다. 아직 자고 있는 첫째 때문에 불을  수가 없다. 어르고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소리에 첫째가 시끄럽다고 화를 낸다. 둘이 몸이 부딪치면 서로를 꼬집어 뜯고 발을 차며 싸운다. 처음엔 나도 참는다.


"그만해. 누나 아파. 하지 마. 아니야."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는다. 내 안에 화가 마그마처럼 부글부글 끓어 넘친다. 순간적으로 욱하는 화를 참지 못하고 고함을 내지른다.


"그만하라고!!!!!"


아이들은 놀라서 굳어버린다. 화를 내며 하루가 시작되다니. 얼어붙은 아이들을 뒤로하고 거실로 나온다. 화를 내뱉었지만 가볍지 않다. 더러운 것들로 얼룩진 마음이 성에 낀 창문에 비쳐 부끄러워진다. 눈물이 핑 돈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가 태어나고 매일 화가 넘쳤다. 첫째의 계속되는 요구와 내 손을 끊임없이 필요로 하는 둘째 사이에서 하루 종일 공중 30미터에서 외줄 타는 심정으로 살았다. 두 아이 가정 보육으로 집에서의 하루는 답답하고 벅찼다. 둘째 수유 중에 첫째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울었다. 혼자서는 닦을 줄 모르는 아이라 겨우 시작한 수유를 중단하고 첫째를 따라 화장실에 들어갔다. 일을 다 보고 닦아준 다음에야 둘째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그 사이 뒤집어진 둘째는 얼굴이 이불에 파묻혀 버둥거리고 있었다.


둘째가 앉을 수 있을 즘, 첫째에게 놀이매트를 깔아주고 모래놀이를 펼쳐줬다. 매트 안에서만 놀자고 신신당부를 했다. 둘째 기저귀를 갈아준 찰나 첫째가 모래를 잔뜩 묻힌 몸으로 집 안 여기저기를 누비기 시작했다. 그만하라고 여러 번 얘기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이불 위를 밟으며 모래를 떨어뜨리고 있는 걸 보니 또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만해!!! 하지 말라고 했잖아!!!"


내 속에 있는 불 뿜는 용이 온몸을 부르르 터질 듯 떨며 굉음을 내질렀다. 집안이 떠나가라고 소리친 내 모습에 나도 놀랐다. 내 안에 쌓여있는 응어리 같은 분노를 떨쳐내고 싶었을까. 나도 모르게 거센소리가 천둥처럼 뿜어져 나왔다. 어린 두 아이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괴수처럼 변한 엄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리를 지르면 답답한 기분이 풀릴 것 같았다. 마음 안에 덕지덕지 얼겨 붙은 현재 삶에 대한 원망을 풀 대상이 없었다. 풀어내고 싶을수록 더 달라붙는 엄마라는 책임감과 부담스러운 역할이 나를 잡아먹었다.


화를 내지르고 나면 속 시원할 것 같다는 이상한 욕망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막상 분노를 뿜어내면 남은 것은 자책감이었다.


'내가 어린애들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트라우마라도 남으면 어쩌지. 애들이 얼마나 놀랐을까. 난 정말 나쁜 엄마야. 내가 왜 이럴까.'


 흘러내리는 눈물에 나에 대한 원망이 그득 묻어있었다.


매일같이 화가 난다면 자기 자신과 연결이 끊어져 있는 것이다. 자기 내면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음 질문을 자신에게  많이,  깊이 던지도록 하자.

너에게 필요한  뭐야?”
"네가 진짜 원하는  뭔지 말해줄래?”

<엄마의 화 코칭> 중에서


코로나 시국 두 아이 가정 보육은 누가 봐도 힘들고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다. 2살, 4살 손이 많이 가는 두 아이와 버둥거리는 나를 보며 주변 사람들이 불쌍하고 딱하다 했다.


"제일 힘들 때지, 그때가.."


그런 말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



매일 화가 났다. 오늘은 화내지 말아야지. 절대 소리 지르지 말아야지. 다짐으로 시작했지만, 오전이 지나기 전에 계획은 스러졌다. 불 뿜듯 화를 내고 나면 자책으로 어두운 오후를 맞이했다. 밤이 되면 잠든 아이를 끌어안고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리는 날이 반복되었다.


나를 돌아보고 내 마음이 어떤지 알아보려는 시도는 사치였다. 나 따위는 뒷전이었다. 항상 아이들이 우선이었다.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내 내면을 회복하고 나와의 관계를 돌보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내 안에 응어리진 찌꺼기들을 깨끗하게 비우고 마음을 다스릴 시간이 있어야 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남편에 대한 분노가 관계를 망쳤다


두 아이를 집에서 돌봐야 한다는 현실이 원망스러웠다. 남편은 결혼 후에도 출산 후에도 삶이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일을 관두고 하루 종일 집안 일과 육아에 헌신해야 했는데, 남편은 그러지 않아 미웠다. 이 모든 게 남편의 탓인 것 같았다. 아이들이 힘들게 하면 남편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힘들어, 죽을 것 같아. 애들이 밥도 안 먹고 하루 종일 뛰어다니고 잠도 안 자고 어지럽히고 있어. 너무 힘들어. 허리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하루가 지옥 같아"


매일 부정적인 말이 입에 달라붙었다. 남편이 퇴근해 들어오면 웃는 얼굴로 맞아줄 수가 없었다. 한숨이 나오고 이마에 주름이 지어진 얼굴이 되었다. 인사도 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 힘들었어. 진짜 못하겠어.. "


처음엔 남편도 위로해 줬다.


"힘들었지, 괜찮아. 수고했어."


그러나 내 일그러진 표정과 가시 돋친 말이 반복될수록 남편은 말이 줄어들었다. 그의 얼굴도 굳어가기 시작했다. 관계는 틀어지고 불만으로 가득 쌓였다. 내 분노 섞인 말에 입을 닫은 남편은 일주일이 넘게 말을 하지 않았다. 처음엔 나도 어떻게든 풀어보려 했지만, 내가 힘든데 왜 자기가 저러나 싶어 나도 입을 닫았다. 우리는 무늬뿐인 부부 사이가 되어갔다. 잘 못 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결하고 풀어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하루하루 아이 돌보는데 지쳐 마음이 좁아져 있었다. 내 마음도 몰라주고 헤아려주지 않으려는 남편에 대한 미움이 커져갔다.


남편에게 무턱대고 화부터 내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 느꼈던 진짜 감정들을 충분히 표현해야 그에게 기대하는 바가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무엇보다 자신의 진짜 감정을 알아차리고 이해하기 위해 마음을 써야 한다. 자신이 무엇을,  경계하고 불안해하고 아파하는지 알아야 상대에게도 제대로 설명해줄  있다.

<엄마의 화 코칭> 중에서


내 마음이 왜 힘든지 분명히 헤아리고 알아차렸어야 했다.  내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명하게 표현했어야 했다. 구체적으로 무엇 무엇을 도와달라고 요청했어야 했다. 무턱대고 화만 냈던 나였다. 내가 표현하지 않으면 알 길이 없었을 텐데. 제대로 표현하지 않고 알아서 알아주기만 바랬다.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대화와 타협과 조율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





존재로서 느끼는 충만감이 화를 녹인다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의 존재를 위해 하루  시간이라도 쓰면 어떨까? 있는 그대로의 나로 존재하고 존재의 목소리를 들을  있는 시간 말이다. 처녀  친구와의 수다, 좋아하는  사다 꽂기, 화사하게 화장하기, 정성 들여 머리 손질하기, 따뜻한 욕조에  담그고 와인 한잔 마시기, 미드   아껴 보기,  깔고 엎드려 만화 보기, 해보고 싶던 취미 시작하기, 좋아하는 음악 크게 틀어놓고 따라 부르기, 잃었던 경력을 다시 시작하기 등등 내키는  해보자. 자신, 소중한 바로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우리의 화를 녹이는 것은 ‘존재로서 느끼는 충만감이다.
<엄마의 화 코칭> 중에서


엄마이기 전에  자신으로서 사는 시간이 있어야 했다. 엄마 역할을 강요하는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 자체로 스스로를 존중하고 충만함을 느끼는 시간이 있어야 했다. 쌓여가는 감정을 해소할 배출구가 필요했다. 엄마라는 무거운 이름을 내려놓고 진정한 나로서 존재할 시간이 필요했다.





나만의 시간을 찾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혼자 있을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새벽빛을 밝히며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피아노 연습을 시작했다. 온전히 나로서 충분히 자신을 만끽하는 시간이었다. 하루  시간이라도 그렇게 보내면, 하루를 버틸 에너지가 생겼다. 부정적인  대신 '감사하다, 오늘은 좋은 날이  것이다.  잘하고 있다'  긍정적인 말을 연습했다. 사소한 것에 감사하는 연습을 하고 힘들다는 말을 내려놓으려 애썼다.


마음이 가벼워지자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일이 줄어들었다.


"엄마가 화를 내지 않아서 좋아"

 

첫째의 말에 미안함이 사무쳤다.


"엄마가 이젠 더 이상 화내지 않을게. 약속해.

엄마 마음을 더 헤아리고 잘 보살펴서 너희들에게 사랑을 듬뿍 줄 수 있는 넓은 마음으로 살게. 마음이 좁아지지 않게 엄마 마음을 잘 관리할게."



다시 어느 순간 불같이 화를 내는 날이 오겠지만, 이제는 안다. 나로서 충분히 존재해야 분노라는 감정을 헤아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것을. 화가 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현명하게 화난 마음을 표현하고 다스릴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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