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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 Dec 17. 2022

12월 16일 : 레이크 루이스, 안녕

페어몬트 샤또 레이크 루이스 호텔에 오다

우리의 아침은 라면이었다. 일찍 일어나기로 다짐하면 그 약속을 잘 지키는 과수와 나. 6시에 일어나 짐 정리를 하고 식사를 했다. 차는 8시 언저리에 온다고 하여 우리는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했다. 그런 시간들이 너무 달콤하게 느껴지지 않나. 오늘도 그랬다.



버스가 집 앞까지 오고, 우리의 종착역까지 데려다준다. 멀리 떠나는 학원 버스인 셈이다. 일찍 탄 덕에 맨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멀미를 잘해서 이렇게 큰 버스를 타면 늘 앞자리를 사수하려고 하는 것은 나만의 비밀. 기사님이 친절하게 짐을 옮겨주었다.



새벽 같지만 8시 언저리의 풍경이다. 재스퍼의 아침은 이렇게 어둡다. 그래서 느긋하여 좋았지.



한국에서 연락 온 상수와 오래 통화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버스 소리가 시끄러워 대부분의 내용이 들리지 않았다고. 그런 애한테 영어 듣기 평가를 시킨 나... 소시오패스인가요? 그렁그렁해진 내게 상수는 괜찮다고 해줬다. 우리 집 이상수랑 다르게 참 다정한 아이다.





과수와 서로룰 자주 도촬하는 사이





창밖이 아름다워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런 산이 점점 보이기 시작하더니 인터넷이 끊겼다. 나는 가방 더미에 엎드려서 잠을 청했다. 어쩐지 어제 잘 못 잤다. 잠이 안 와서.




4시간 30분을 달리는 버스라 중간 어딘가에서 멈출 거란 예상은 했다. 근데 이렇게 허허벌판에 화장실이 있다고요?



있다. 두 칸의 화장실이 산속에. 낡고, 휴지가 든든하게 있고, 냄새가 엄청나게 많이 나는... 들어가 보고 1초 만에 손절하게 만드는 화장실이 있었다. 그다지 화장실을 가고 싶은 욕구도 없었지만, 있었더라도 참았을 것 같다. 신기한 구경이었다.






사진이나 찍지 뭐. 너무나 대자연 속이라서 실감이 나지 않는 풍경이었다. 신기하게 이런 풍경도 계속 보니 점차 적응이 된다. 처음 봤을 때는 심장이 무척 뛰었지.




셀카도 남겨보았다. 쌀쌀했지만 경량 패딩으로 잠깐 나들이할 정도는 되었다.



그리고 꽤나 금방 레이크 루이스에 도착했다. 짐을 친절하게 내려주셔서 2달러의 팁을 드렸다. 사려 깊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그러면서도 나는 긴가민가하다. 서비스를 받을 때마다 팁을 지불하면 이게 늘 적다는 느낌이 든다. 자꾸 주는 연습을 하다 보면 적정선을 찾지 않을까? 한국에서 팁 줘본 적은 한 번도 없네. 이것도 연습해야겠지. 어른이 되어서도 배울 게 많다.




체크인 수속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했다. 딱 좋을 때에 도착해서 가뿐했다.



바게트 위에 올린 스테이크와 관자와 새우가 들어간 파스타. 둘 다 잘 시킨 메뉴였다. 호텔 치고는 가격도 꽤 괜찮았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



우리의 방. 들어서자마자 레이크뷰가 눈에 들어온다.




동네에 있는 작은 호수만 보다가, 이렇게 큰 호수는 처음 온 것이었다. 사람들이 이리저리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여름엔 카누를 타는 곳이 겨울엔 스케이트장이 된다니. 너무 신기해.













귀엽게 실내복으로 갈아입었다. 코토팍시 가방은 뒤로 메도 귀엽다.



호텔은 아무렇게나 찍어도 그림이다. 카펫이 정말 멋지다. 규모도 크고, 내부에 다양한 상점이 있다. 쇼핑은 재스퍼가 더 좋긴 했다. 여기에서도 옷은 팔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점심을 먹고 레이크 루이스 산책을 나왔다.





인생 사진을 건지기 아주 좋은 곳. 둘 다 사진 욕심이 많지는 않지만!




이런 사진 남기면 기분이 좋다고요.





빙판 위의 김연아를 구현하고 싶었는데 ‘되겠냐’.

하지만 얼추 뭐라도 한 것처럼 보이는 자세가 나왔다. 요가에 가깝군...




엘리베이터도 클래식하다


셀카를 자주 남기려고 한다











호텔 내부에 재미있는 공간이 많았다. 그중 하나, 크리스마스 포토존. 과수한테 가서 앉으라고 하면 싫어하는데 그게 너무 귀엽고..







스파를 찾는데 마사지 시설이었다. 그래서 대신 수영장으로 선회. 따뜻한 물과 미지근한 물이 둘 다 있어서 좋았다. 오래간만에 자유형 하니까 빠르게 잘 되더라. 근데 너무 좁아서 신나게 나가다가 손가락 살 긁힘. 엉엉.



수영을 하면 살 빠지긴커녕 입맛만 좋아진다.



맥주가 정말 맛있었고, 도수가 꽤 센 느낌이었다. 마시니까 금방 졸리더라고. 하지만 오늘 저녁까지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10분 정도 자고 일어나서 일을 마무리했다.





일기를 쓸까 말까 고민하다 쓴다. 피곤하지만 그러고 싶었다.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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