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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 Dec 29. 2022

12월 27일, 28일 : 이렇게 연말이라니

아침은 조금 탄 빵과 아보카도, 그리고 샐러드와 닭가슴살이었다. 내 집에 돌아가면 어떤 음식을 차려먹을까 계속 고민이 된다. 좋은 식사란 무엇일까? 먹는 것을 더 신중하게 해야지.



점심은 한식을 먹으러 왔다. 재스퍼에 있는 한식당보다 규모가 큰 느낌이었다. 이름은 서울옥. 며칠 전 가게를 서성이다가 사장님이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셔서 꼭 가보고 싶었다. 여담이지만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 중 오오카와상을 굉장히 닮으셨음.




한국어로 표기되어 있고, 동시에 사진도 있어서 보기 편하다. 종종 본 것 중에서 좋은 것이나 다정한 것은 기억해두려고 한다. 이번 에어비앤비에서는 각종 조미료와 식재료가 넉넉히 구비되어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신기하게 외국에서 먹는 제육볶음은 3배쯤 더 맛있다. 우리 동네에도 제육볶음 전문 식당이 있는데 그곳이 떠오른 맛. 철판도 정겨운 모양이다. 밑반찬으로 김치와 깍두기, 미역줄기, 숙주나물이 나왔는데 전부 맛있었다.








특히 갈비탕 속 고기 퀄리티가 장난 아님. 알버타주는 소고기가 유명한데, 그 유명한 알버타 소고기를 쓴 것 같다.




고기 한 덩어리가 이렇게 크다. 이런 게 4덩어리 들어있었다. 갈비탕이 마침 나의 소울푸드여서 기쁘군.





뒤에는 한국에서도 이제는 찾기 어려운, 한복 입은 사람들 피규어가 있었다. 정겹다.





점심을 먹고 각자 산책을 했다. 나는 카리스마 넘치는 눈사람을 보았다. 당당하게 뻗은 팔이 인상 깊다. 살면서 눈사람 제대로 만들어 본 적이 아직 없는데 이곳 사람들은 곳곳에 눈사람을 만들어둬서 보는 맛이 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귀엽네. 이건 그림으로도 그려보고 싶다.





날씨가 흐린 듯 맑았다. -5도에서 1도 사이로 그리 춥지 않은 하루였다. 경량패딩이 더워 종종 벗고 다녔다.




밴프를 떠나기 전 귀여운 기념품을 사고 싶었다. 그래서 기념품샵에 들어감. 밴프가 크게 쓰인 티셔츠는 부담스럽지만 마그넷이라면 괜찮다.




나의 착장. 재킷을 룰루레몬에서 세일로 10만 원에 구매했는데 원래부터 내 옷 같은 느낌이다. 온통 검은 옷인데 컬러 포인트가 중간중간 있어서 좋다.




밴프를 기념할 일이 뭐가 없을까 하며 지도를 찾아봤다. 밴프 곤돌라가 있었지! 어떻게 가는지 몰라서 밴프 관광 센터에 갔다. 가니까 무척 쉽게 버스표를 구할 수 있었음. 한 장에 2달러이고, 왕복이니 2장을 사면 된다.





1번 버스를 타면 밴프 어퍼 핫 스프링스와 밴프 곤돌라에 갈 수 있다. 스파를 하려다가 그냥 심플하게 관광만 하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은 결심.




20분 버스 타고 곤돌라 입성! 제천에도 케이블카가 있는데 그보다 훨씬 가깝고 접근성이 좋은 느낌이다. 걸어서도 가는 듯했다. 그러면 1시간 정도 걸린다. 그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4달러를 내는 편이 나는 더 낫다고 본다.




곤돌라를 타니 오키나와 여행이 떠올랐다. 엄청나게 큰 관람차를 타고 노래를 들었던 기억. 높은 곳에 가는 건 언제나 가슴 벅찬 일이다. 나 생각보다 뷰 많이 중요시하는 사람인가 봐. 뷰 포인트 굳이 찾아서 가는 일을 좋아한다.




날이 덜 추워서 그런가. 나무가 초록빛을 띠었다.




저 멀리 보이는 밴프 국립공원. 캐나다는 평원과 산, 호수가 어우러져있어 신비롭다.




다운타운이 보인다. 멀리서 보니까 작은 듯 작지 않다. 밴프에 캠핑하러 오면 정말 좋겠군.





곤돌라 가격은 꽤 비싸다. 1인당 70달러. 근데 그 값이 아깝지 않다는 평이 있어서 흔쾌히 지불했는데 올라와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쾌적한 나무 산책로가 잘 되어있다. 야생동물도 만날 수 있나 보다. 먹이를 주지 말라는 팻말이 붙어있었다.






사방팔방이 뷰 포인트. 나 같은 뷰친놈에게 딱 맞는 장소다. 신기하게 날이 흐린데도 멀리까지 다 보였다. 오히려 겨울이라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착해 보이는 외국인에게 사진 부탁. 근데 정말로 친절하고 착해서 놀라버림. 내 짐도 대신 들어주고 사진을 100장 찍어줬다.




살면서 외국에서 사진 부탁했을 때, 그렇게 망한 사진을 건진 적이 별로 없다. 이 또한 행운이겠지! 짧지만 고마운 인연이다.












턱에 왕여드름이 나서 가리고 찍어봤다. 내 모자가 매일 바뀌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이다.





나가는 길에 있는 기념품샵. 여기서 20장짜리 엽서북을 샀는데 뒷면에 9.99달러라고 쓰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앞면 스티커에 2.50달러라 적혀있어서 그만큼만 계산이 됐다. 세금인 줄 알았는데... 아무리 봐도 재고처리 아니고 그냥 잘못된 계산 같은데 살짝 기쁩니다.







곤돌라를 타고 내려가는 길에 깜짝 사진 촬영을 한다. 분명 내려가면 이걸 판매하고 있겠지. 엄청 촌스러울 거고. 나는 그걸 사기로 다짐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가운 한국어를 뒤로하고, 다운타운으로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사실상 곤돌라와 10초 거리임.




버스가 잘 오지 않더라. 모닥불 구경을 했다. 잘도 탄다. 사람들은 말없이 불 앞에 모여있었다.




마침내 도착한 1번 버스.

그래, Happy holidays!




조금 걸었기 때문에 저녁은 든든하게 먹고 싶었다. 사실상 매 끼니가 든든한 것은 여러분과 나만의 비밀...



윈터 시즌 맥주. 차이티 맛이 났다. 외국에서 마시는 맥주는 한국보다 1.5배씩 맛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가격도 그 정도 한다. 술은 독일이 정말 저렴했다.




이 와플 감자튀김이 너무도 궁금해서 시킨 스매시 버거 세트. 캐러멜라이즈드 어니언이 잔뜩 올라가서 기뻤다. 소고기 맛은 뭐 설명할 필요 없고.




연말 분위기. 크리스마스트리는 언제 치울까? 단순한 질문이다. 거리에는 눈이 녹고 있었다.




저녁에는 니키님과 문자를 했다. 작은 고민이 있어 그에 대해 이야기하니 그는 담백하면서도 현명하게 방법을 알려줬다. 이런 사람과 친구라니 기쁘다.




그리고, 28일. 오늘이다. 어제 잔뜩 밴프를 둘러봤으니 오늘은 집에 머물면서 안온함을 즐기고 싶었다.


토마토 소스를 넣은 파스타. 치즈는 역시 다다익선이다.




갑자기 온 과수의 문자. 연아, 꼭 집에 있어! 하면서 귀여운 아이스크림을 사 왔다. 밴프 떠나기 전에 먹어보고 싶었는데 마음이 통했군. 무척 고마워, 과수야.




점심으로 치즈를 잔뜩 넣은 불닭볶음면을 먹었다. 이곳에서는 정말 많은 요리를 한 것 같다. 연식당 해외 출장 뷔페라고 할 수 있겠네.




그리고 지금이다. 유난히 편안한 이 소파가 마음에 들었다. 내일은 캘거리에 간다. 그리고 다음 주엔 미국에 간다. 그리고 그다음엔 한국에 가겠지.


오늘은 책을 많이 읽었다. 의미 있는 대화를 하는 기분이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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